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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I HYE JI May 03. 2023

5. 문화충격에서 벗어나고 싶어요

'왜?' 에서 '그렇구나!'로 생각 바꾸기 

에티오피아에 다시 온 지 두 달 정도 되었을 무렵, 나는 외국어로 소통하는 것이 싫어졌다. 못하는 영어, 암하릭어로 힘들게 의사 표현하는 것이 싫었을 뿐만 아니라 외국어를 듣는 것도 싫었다. 그리고 대충 이럴 것이다가 아닌 내 감정과 상황을 한국어로 자세하게 전달하고 싶어졌다. 현지인들만 사는 이곳에서 한국어로 소통할 수 없다는 것을 너무나도 잘 알지만 모든 것이 싫어진 나는 사소한 것에도 짜증이 늘어갔다. 때론 화도 내면서 말이다.

왜 갑자기 다 싫어진 걸까?


앞으로 이곳에서 6~7개월 정도 더 지내야 하는데 계속 짜증만 내고 있을 순 없었다.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인지 차근차근 고민해 보기로 했다.

에티오피아 흔한 시골 거리 풍경(2013)

며칠 고민한 끝에 내가 힘들었던 이유의 결론은 '왜?'라는 의문에서 시작된 것 같았다. 에티오피아 사람들이 말하는 방식, 반응, 말투, 표정 등 모든 것을 이해할 수 없었다. 내 마음속에 '왜 저래?', '왜 저렇게 말하는 거야?', '왜 저렇게 행동하는 거야?' 등 '왜?'라는 말을 자주 했다. 나와 다른 방식으로 살아가는 저들을 이해하고 싶어서였을까? 아무리 생각해 봐도 이해되지 않았기에 스스로가 답답했을 것이다.

사실 국적, 인종, 언어를 떠나 다른 환경과 문화 속에서 자란 우리들이 서로를 이해한다는 것 자체가 쉬운 일은 아니다. 같은 종족인 한국사람들도 서로를 이해하지 못할 때가 많지 않은가? 사실 100% 서로를 이해한다는 것은 불가능한 것이다. 에티오피아 문화인지, 내가 만난 사람들이 그런 것인지 잘 모르겠다. 속 마음을 잘 드러내지 않는 사람이 많아서 관계 중심적인 내가 힘들었을 수도 있다. 이유를 어느 정도 알았으니 그렇다면 이제 나는 어떻게 해야 할까에 대해 고민했다.


아 그렇구나!

 

집 근처 길거리 바나나 장수(2013)

'왜'라는 질문을 버리고 '아, 그렇구나'라고 생각을 바꾸기로 했다. 어떻게 말을 하든 표정을 짓든 상관없이 '아, 저들은 저렇게 표현하는구나', '아, 저들은 저렇게 살아가는구나', '아, 그렇구나!!'로 반응하기로 했다.

나는 에티오피아 사람들을 100% 이해할 수 없다. 하지만 100% 받아들일 수는 있을 것 같았다. 여전히 나는 그들을 이해하지 못하지만 그들이 사는 방식을 존중하고 받아들였을 때 이들에게 한발 다가가는 계기가 되었다. 머리로는 알지만 경험을 통해 변화된 사람들은 많지 않다. 우리는 변화를 두려워하거나 싫어하기 때문이지 않을까? 틀린 것이 아니라 나와 다름을 인정하는 것을 경험하고 깨닫게 해 준 에티오피아 사람들을 사랑하게 된 순간이다.


너무 단단해서 부서질 것 같지 않았던 내가 변화하고 성장하는 시간을 보냈다. 한국에서 계속 살았다면 이것을 깨달을 수 있었을까? 도전하지 않고 그 자리에 머물러 살았더라면 알 수도 없고 변할 수도 없었을 것이라 확신한다. 어쩌면 에티오피아를 가기로 한발 내디뎠을 때 나는 변화하기로 작정했을 수도 있다. 나를 변화시켜 준 에티오피아를 어찌 사랑하지 않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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