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에서 '그렇구나!'로 생각 바꾸기
에티오피아에 다시 온 지 두 달 정도 되었을 무렵, 나는 외국어로 소통하는 것이 싫어졌다. 못하는 영어, 암하릭어로 힘들게 의사 표현하는 것이 싫었을 뿐만 아니라 외국어를 듣는 것도 싫었다. 그리고 대충 이럴 것이다가 아닌 내 감정과 상황을 한국어로 자세하게 전달하고 싶어졌다. 현지인들만 사는 이곳에서 한국어로 소통할 수 없다는 것을 너무나도 잘 알지만 모든 것이 싫어진 나는 사소한 것에도 짜증이 늘어갔다. 때론 화도 내면서 말이다.
왜 갑자기 다 싫어진 걸까?
앞으로 이곳에서 6~7개월 정도 더 지내야 하는데 계속 짜증만 내고 있을 순 없었다.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인지 차근차근 고민해 보기로 했다.
며칠 고민한 끝에 내가 힘들었던 이유의 결론은 '왜?'라는 의문에서 시작된 것 같았다. 에티오피아 사람들이 말하는 방식, 반응, 말투, 표정 등 모든 것을 이해할 수 없었다. 내 마음속에 '왜 저래?', '왜 저렇게 말하는 거야?', '왜 저렇게 행동하는 거야?' 등 '왜?'라는 말을 자주 했다. 나와 다른 방식으로 살아가는 저들을 이해하고 싶어서였을까? 아무리 생각해 봐도 이해되지 않았기에 스스로가 답답했을 것이다.
사실 국적, 인종, 언어를 떠나 다른 환경과 문화 속에서 자란 우리들이 서로를 이해한다는 것 자체가 쉬운 일은 아니다. 같은 종족인 한국사람들도 서로를 이해하지 못할 때가 많지 않은가? 사실 100% 서로를 이해한다는 것은 불가능한 것이다. 에티오피아 문화인지, 내가 만난 사람들이 그런 것인지 잘 모르겠다. 속 마음을 잘 드러내지 않는 사람이 많아서 관계 중심적인 내가 힘들었을 수도 있다. 이유를 어느 정도 알았으니 그렇다면 이제 나는 어떻게 해야 할까에 대해 고민했다.
아 그렇구나!
'왜'라는 질문을 버리고 '아, 그렇구나'라고 생각을 바꾸기로 했다. 어떻게 말을 하든 표정을 짓든 상관없이 '아, 저들은 저렇게 표현하는구나', '아, 저들은 저렇게 살아가는구나', '아, 그렇구나!!'로 반응하기로 했다.
나는 에티오피아 사람들을 100% 이해할 수 없다. 하지만 100% 받아들일 수는 있을 것 같았다. 여전히 나는 그들을 이해하지 못하지만 그들이 사는 방식을 존중하고 받아들였을 때 이들에게 한발 다가가는 계기가 되었다. 머리로는 알지만 경험을 통해 변화된 사람들은 많지 않다. 우리는 변화를 두려워하거나 싫어하기 때문이지 않을까? 틀린 것이 아니라 나와 다름을 인정하는 것을 경험하고 깨닫게 해 준 에티오피아 사람들을 사랑하게 된 순간이다.
너무 단단해서 부서질 것 같지 않았던 내가 변화하고 성장하는 시간을 보냈다. 한국에서 계속 살았다면 이것을 깨달을 수 있었을까? 도전하지 않고 그 자리에 머물러 살았더라면 알 수도 없고 변할 수도 없었을 것이라 확신한다. 어쩌면 에티오피아를 가기로 한발 내디뎠을 때 나는 변화하기로 작정했을 수도 있다. 나를 변화시켜 준 에티오피아를 어찌 사랑하지 않을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