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 무서워
막상 여행을 가기로 결정하니 어디를 갈지 막막하다. 캐나다에서 쉽게 갈 수 있는 미국은 나의 옵션에는 아예 없다. 미국은 로드트립으로도 가봤고 무엇보다도 비슷한 환경은 사양한다. 멕시코 칸쿤이 좋다는 말을 많이 들어서 칸쿤 비행 편을 알아보기도 했지만 리조트 안에서의 먹고 자고 마시기만 하는 휘황찬란한 여행은 혼자 가기엔 부담스럽다. 무작정 구글맵을 펼치고 여기저기를 클릭하다 보니, 남미 중에 태평양을 바라보면 길게 쭉 늘어진 나라가 눈에 들어온다. 여기 가면 원 없이 바다를 볼 수 있겠다 싶다. 늘 태평양에 목마른 내가 고른 여행지는 페루다.
예산을 조금 초과한 비행 편이었다. 심지어 이 비행기도 몬트리올에서 16시간을 대기하는 최악의 비행 편이다. 한 살 두 살 나이가 들면서 비행을 오래 하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 뼈저리게 느끼면서도 당장 눈 앞에 보이는 100, 200불의 차이가 나를 용감하게 만들어 버린다. 결재 버튼을 누르면서 호기를 부려본다. 그래, 아직 20대인데 젊을 때 해보는 거지 뭐.
페루로 정하고 친구들에게 말하고 나니 두 가지 반응이다.
"너 대단하다. 안 무서워?"
혹은
"거기를 혼자가? 안 무서워?"
그런 반응을 보고 있자니, 아 나 무서워야 하나 싶다. 생각해 보니 페루 치안에 대한 정보가 아무것도 없다. 페루 치안에 대해 검색해보니 생각보다 괜찮다는 글 반, 치안이 좋지 않다는 글 반. 남미가 거의 무법지대나 다름없다는 소리를 하도 많이 들어와서 그런지 은근히 걱정이 되긴 한다. 차라리 모르면 좋았을 것을.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여행을 취소할 마음은 눈곱만큼도 생기지 않는다. 서울 가는 것도 무서워하던 쪼그만 꼬맹이가 많이 크긴 했다고 새삼 느낀다. 안전한 캐나다에서도 하루아침에 교통사고로 목숨을 달리할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아서 일지도 모른다. 달라진 것이라고는 그냥 조금 더 조심하고 경계해야겠다, 날이 어두워지기 전에 숙소에 반드시 돌아와야겠다 정도.
비행기 값과 숙소를 제외하고 내가 가져가는 돈은 미국 달러 300불 정도. 여행사이트를 통해 예매한 와카치나 사막투어와 바랑코 투어버스는 미리 금액을 지불했다 (사이트:https://www.getyourguide.co.kr/discovery/?utm_force=0). 이메일로 날아오는 일정표를 보니, 실감이 나기 시작한다. 배낭도 빌렸다. '나 진짜 가는구나' 싶어 심장이 마구 두근거린다. 아까 읽은 기사들을 떠올리면서 이 떨리는 심장이 무서워서 때문일까 생각해본다. 그럴 수도 있지만, 아직 한 번도 내 눈으로 보지 못한 와카치나 사막 사진을 보면서 무서움보다는 설렘일 것이라고 나를 다독여 본다. 용기를 내는 것에는 "무섭겠다"라는 말보다는 "그래도 넌 괜찮을 거야"라는 위로가 필요하니까. 아무도 나를 위로해 주지 않는다면, 스스로 하는 수 밖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