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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혜 Mar 17. 2017

별안간 어머님

D+103, 너 앞에서 무릎꿇은 나의 열정

오늘은 예전부터 신청해 놓은, 내가 하려는 일과 관련된 종일 프로그램이 진행되는 날이었다.

아침 9시부터 6시까지 진행되는 것이라 참여할 수 있을까 무지하게 고민해왔다.

하루는 "그래 안될께 뭐 있어! 분유 하루 먹고 내 밥통도 중간중간 좀 관리해주면 되고. 고고씽!"

하루는 "아직은 무리야. 얼마전에 젖병거부해서 마음 졸였던 거 기억안나? 겨우 노력해서 이제 다시 완모 싸이클 다시 찾았는데. 거기다 밥통 고장날 가능성도 있다고...집에 얌전히 있어!"

2개의 마음이 몇 일간 날 혼란스럽게 했다.


D-1, 자꾸 나와 한 약속을 존중하지 않는 남편에게 실망도 했거니와 마침 춘이도 컨디션이 좋아보여 남편에게 휴가낼 것을 통보. 아침부터 춘이랑 같이 내가 가는 곳 주변으로 가서 틈틈이 수유를 하고 정 안되면 중간에라도 돌아오겠다는 마음으로 가기로 결정했다.


주차는 어디에 해서 어떻게 걸어가는지 동선을 파악하고 근처에 수유실이 있는지, 유모차 접는 법도 보고 아기띠를 무서워하는; 남편의 몸에 맞춰 조절도 해주고, 내일 바로 세수만 하고 나갈 수 있게 입을 옷 준비, 기저귀 가방, 혹시 몰라 분유, 보온병... 준비만 한참 하고는 잠든 춘이 얼굴 바라보고는 다시 한 번 결의에 찬 채 잠들었다.


D-day, 이른 새벽 수유를 마치고 창문 밖을 보니 미세먼지 한가득. 나의 셀프 미세먼지 측정기인 창문 밖 북한산이 누런 먼지로 잘 보이지조차 않았다.

춘이에게 이 드러운 먼지를 잔뜩 마시게 하면서까지 나갈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여태까지 고민했던 마음과 다르게 한번에 깔끔히 포기가 됐다.

화가 난 김에 미세먼지대책촉구 네이버 카페에 회원가입을 하고 한숨을 한 번 크게 쉬고 춘이를 다시 토닥인채 다시 잠을 청했다.


엄마의 모성애가 한 뼘 자란 대신 엄마의 바깥활동은 다시 이렇게 한 발짝 멀어졌구나. 그래도 '지금,여기에 깨어있기' 기억하며 춘이와 엄마의 다신 안 올 이 시간을 즐겨보자꾸나. 엄마도 좀 더 기다릴께.^^

자 이제 뒤집기 연습할 시간이다!

엄마도 너도 머리가 슝슝. 부끄러운 뒷통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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