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점 요구사항이 많아지네.
면허를 취득한 지 5년이 지난 뒤에서야 차를 갖게 되었다. 대중교통을 이용해서 학교를 다닌 지도 벌써 일 년 반이 지났다. 불가피하게 차를 몰게 된 이유는 시간 단축을 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일산에서 인천까지는 지하철로는 짧게 한 시간, 배차 간격이 길어지면 한 시간 반이 걸렸다. 무엇보다 편도로 환승을 4번이나 해야 하는데, 서해선이 개통되었다 하더라도 환승 4번이나 해야 하는 일은 정말 체력적으로 쉽게 지치는 일이었다. 그도 그런 것이 앞으로 해야 할 실습은 어디 병원으로 갈지 몰라 매번 고시원, 에어비앤비 등을 전전할 수 없기에 별다른 선택이 없었다. 인천 지역에 월세를 알아보기도 했는데, 웬만큼 사람답게 살기 위해서도 최소 보증금 500, 월세 40만 원 이상이어야 한다. 그러던 중 오랜만에 만나게 된 친구가 한숨을 내뱉는 모습을 보게 되었다. 월세가 몇 만 원 더 올랐다고 하였다. 부모님 지원으로 사는 것을 뻔히 알면서도 집주인은 그러한 사정을 봐주지 않는다고 하였다. 그래서 난 결심했다. 운전을 하기로 말이다.
운전을 시작한 뒤로는 또 하나의 재능을 갖게 된 것 같아 기뻤다. 그러한 기쁨도 잠시 뿐이었다. 운전을 하게 된 뒤로 한 가지 걱정거리가 생겼다. ‘끼어들기’의 어려움이었다. 왼쪽, 오른쪽으로 끼어들기를 하려고 깜빡이를 켜는 순간, 백미러 너머로 속도를 내며 달려오는 차들이 대부분이었다. 원래 그런 건가 싶었는데, 알고 보니 ‘배려’를 당연하게 여기는 사람들 때문에 다들 빨리 달리는 거라고 하였다.
‘끼어들기’를 당연한 ‘배려’라고 생각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댓글을 보면서 ‘배려’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 보게 되었다.
- 선택과 집중
속도를 내며 달리는 이유에 대해서 생각해 보았다. 결론은 다들 빨리 집이든 어디든 가서 쉬거나 해야 할 일이 있기 때문이었다. 다시 말해, 시간을 줄이고 싶어 했다. 그런데 막상 시간이 생기면 어떻게 시간을 효율적으로 보내야 할지 고민이 많은 거 같다. 그러한 생각은 요즘 들어 나도 자주 들었다.
공부를 하는 일이 무슨 대단한 일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다. 요즘 들어 서운하게 느껴지는 일이 많다. ‘공부도 하면서 일도 하고, 연애도 하고…’ 간호학과 2학년이 되면서부터 이전보다 많아진 공부량 탓일까 아니면 부족한 나를 반성이라도 한 탓일까. 제대로 하고 싶었다. 마음먹은 것과 다르게 늘 현실은 네 뜻과는 달랐다. 그래서 지나가는 시간들을 제대로 잡고 싶은 마음이 커지는 만큼 점점 더 네 생각만 하게 되는 나를 보고 느끼게 되는 순간들이 많았다.
누군가를 만나는 사소한 일에도 짜증이 많아졌고, 시간이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시간을 벌써 시급으로 따지면 ‘이 정도라면 얼마는 벌었을 텐데’라는 생각이 불쑥불쑥 들곤 했다. 수업 시간에 그려본 인생곡선에서 내가 가장 행복했던 순간은 ‘초등학생’ 때였다. 행복했던 이유는 여유로웠기 때문이었다. 시간의 여유가 많았기 때문이었다. 고로 말하자면 뭘 해야 할지 걱정 안 하고 아무 생각 없이 놀 수 있는 시간이 많았기에 행복했다.
초등학생 때만큼은 늘 나에게 시간은 부족함이 없었고, 오히려 넘쳐났기에 할머니에게 투정을 부리곤 했다.
“할머니, 나 심심해요!”
“그럼, 소금 먹어!”
할머니의 재치 있는 답변에 아무 생각 없이 웃어넘길 줄도 알았던 여유가 성인이 된 지금은 없었다. 한 살 한 살 나이가 들수록 오히려 시간이 짧아지는 것 같은 이유는 뭘까. 어떠한 성과도 없이 하루를 보내는 것이 네 스스로에게 죄책감을 느끼게 했다. 하다 못해 좋아하는 책을 읽으며 시간을 보내는 것도 ‘이러면 안 되는데, 차라리 이럴 바에는 돈 되는 자격증 공부를 하나라도 더해야 할 텐데’라는 죄의식을 갖게 하는 순간들이 많아졌다. 그럴 때쯤 대학교 졸업 때지도교수님으로부터 듣게 된 유일한 조언이 자꾸만 떠올랐다.
‘선택과 집중’
선택과 집중, 선택을 잘하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했다. 보다 나은 선택을 하기 위해서는 보다 많은 독서가 필요하다. 물론, 잘 알고 있지만 시간을 내어 책을 읽기란 쉽지 않았다. 핑계처럼 들릴지 모르겠지만 그러해야 했다. 그래서 결심했다. 속독법으로 책을 읽고 중요한 내용만 기록해 두는 걸로 말이다.
그런 다음 집중을 해야 하는 것인데, 시간 관리를 해야 했다. 프랭클린 다이어리도 써가며 오늘 어떤 일을 해야 할지 쓰곤 했었는데, 쓰는 시간조차 아깝다는 생각에 작은 메모장을 준비하여 아래와 같은 내용을 기록했다.
‘감사한 일 2가지, 오늘의 목표‘
그리고 한 가지 더 생각난 것이 있다면 하루를 끝마친 날에는 오늘 어떤 일이 있었는지, 느낌, 생각 등을 메모하는 습관을 가져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도 그런 것이 기억할 것이 너무 많기에 가끔은 뇌가 과부하가 걸리는 일이 생기곤 했다. 아직도 쓸만한 양치컵을 쓰레기통에 버린다든지, 냉동실 문을 열어 놓고 외출을 한다든지 이런 사소한 일들 조차 제어가 되지 않는 나의 모습을 보면서 심각성을 느꼈다. 무엇이 그리도 나를 정신없게 만들었는지 말이다. 보다 나은 선택과 확실한 집중을 통해 네 시간이 헛되지 않았다는 것을 확인했다면 오늘 하루가 나에게 의미 있고, 타인에게 네 시간을 배려해 달라고 요구할 일이 점차 줄어들었다.
시간만큼 사람을 조바심 나게 하는 것은 없다는 것을 깨닫는 순간, 시간 관리의 필요성을 더욱 절실히 느끼게 되었다. 시간이 없다는 이유로 사랑하는 사람들에게까지 ‘나에게 시간을 달라고’ 배려를 요구하고 싶지 않았다.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주어지는 것이 ‘시간’이라고 하지만 사랑하는 사람들과 시간을 나누는 것이 아깝다고 느껴지는 요즘, 사람들로부터 듣게 되는 말로부터 네 스스로를 돌아보게 되었다.
한두 번의 배려를 부탁하는 것은 괜찮지만 요구사항이 많아질수록 지쳐가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니 나에게도 분명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닌지 반성하게 되었다. ‘끼어들기’도 당연한 배려가 아니라고 말한 것처럼 상대방에게 배려를 바라는 것도 당연한 것이 아님을 배려 또한 어디까지나 ‘마지노선’이 있음을 확실하게 알게 되는 순간, 나 또한 누군가에게 배려해 줄 수 있는 여유로운 마음을 가져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여유로워야 배려가 생기는 것처럼 말이다.
남들에게 배려를 해주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먼저 네가 시간을 효율적으로 활용하여
여유 있는 삶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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