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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피아 Jan 16. 2022

8. 매일이 최선이 아니어도 괜찮다

날갯짓 안 해도 추락하지 않는 새

새해 첫 달의 어느 토요일.

구스타프 베리 국립 도자기 박물관과 근처 물가 산책을 하려고 집을 나섰다. 슬루센까지 지하철을 타고 가서 시외버스로 갈아타야 한다.

버스 시간을 검색하러 도착역 이름을 입력하니 이름이 자동으로 바뀌어 나온다.

정거장 이름이 Vattenhjulen 물방아라고?


반신 반의 하며 버스 타고 약 25분 가서 내렸다. 정거장은 예전과 같은 곳에 있다. 그런데 전에 없던 큰 물방아가 떡하니 보인다. 땅 위에 놓인 물레방아가 찰랑찰랑 물소리를 내며 서서히 돌아간다.


세 시도 안 되었는데 맑은 하늘에 달이 떴다.

사진을 찍으려 카메라를 들었더니 새 한 마리가 자기도 사진에 나오겠다고 나를 향해 날아온다.


요란하게 날갯짓을 안 해도 떨어지지 않고 내 앞을 가로질러 지나가더니 다시 날아오른다.


아등바등하지 않아도 추락하지 않는다.

안절부절못하며 발을 동동 구르지 않아도 괜찮다.


산다는 게 넋 놓고 안심해야 할 이유가 딱히 없다 해도 잠시 숨 돌린 리고 간다고 해서 큰일이 나는 것은 아닐 게다.

나름 열심히 살지 않은 사람은 없을 것이다. 손에 꼭 쥔 힘을 살짝 풀어줘도 오랜 시간 성실히 살며 가까스로 얻은 평안이라는 녀석은 생각보다 쉽게 빠져나가지 않는다.


반대로 머리를 쥐어짜며 쉬지 않고 노력해도 뜻대로 되지 않을 때도 있다.


물 흐르는 대로 살라는 옛 어른들의 말을 다시 정의해야 할 것 같다. 이 말은 기회주의자가 되라는 뜻도 아니고 넋 놓고 살라는 것도 아니다. 억지로 물살에 저항하다 지쳐 떨어져 나가지 말고 물 흐름을 내 편으로 만들어 살짝 힘을 빼고 나가라는 삶의 지혜이다.


그렇게 지내다 보면 정말 낮에 달이 뜨는, 그리 드물지는 않은 기적이 일어날 수도 있을 것이다.


매일이 투쟁일 필요는 없다.

매일 최선을 다 못해도 괜찮다.

어떤 날들은 차선이었어도 만족하고 감사하며 지낼 줄도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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