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네상스 음악: 첫 번째 시간

15세기 영국 음악의 특징

by Cum Musica

15세기 초 영국의 음악은 다른 유럽 대륙의 음악과는 다른 특성을 보여주었는데, 특히 영국과 프랑스 사이의 백년전쟁의 여파로 인해 영국의 음악 양식이 기존의 프랑스 다성 음악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다. 영국이 프랑스를 지배하면서 대륙의 음악 애호가들은 영국의 음향적 특성에 매료되기 시작하였고, 이는 음악사적으로 새로운 양식의 도래를 시사했다. 대륙의 사람들은 영국 음악에 큰 관심을 보이며 극찬하였다. 예를 들어, 콘스탄츠 대성당에서 거행된 예식에서 청중들은 영국 음악가들의 연주에 감동받기도 하였으며, 르네상스 시대의 이론가인 팅크토리스는 영국 작곡가들에 의해 완전히 새로운 시대의 음악이 탄생했다고 주장하였고, 영국 작곡가인 던스터플의 음악을 극찬하기도 하였다.


15세기 영국 음악의 특징은 다음과 같다.


첫째, 3도와 6도의 협화음정이 포함된 3화음과 연속적인 제1전위 진행이 자주 나타난다. 이러한 협화음정의 선호는 보다 부드럽고 감미로운 음색을 구현하며, 이 음색은 당시 유럽 사람들에게 상당히 매력적으로 들렸다. 이러한 연속적인 병행 3도 및 병행 6도의 진행은 영국 디스칸트(English discant) 혹은 파버든(faburden)이라고 불렸다. 파버든은 본래 즉흥적으로 연주하는 3성부 성가의 가장 아래 성부를 의미했으나, 이후 연속적인 제1전위 진행을 의미하게 되었다. 일반적으로 3성부 파버든에서는 가운데 성부에 평성가(plain chant) 선율이 배치되었으며, 최상 성부는 가운데 성부로부터 4도 위에, 맨 아래 성부는 가운데 성부로부터 3도 혹은 5도 아래에 배치되었다.


둘째, 불협화음, 병행 5도, 병행 8도의 사용을 금지하였다. 다만, 음정 사용에 있어서는 시작과 종지 부분에 완전음정인 1도, 5도, 8도의 사용이 빈번하게 이루어졌다.


셋째, 3도와 6도를 선호하는 영국 음악의 특징은 대륙 음악 작품에서 연속적인 1전위 진행인 포부르동(fauxbourdon)의 유행에 중요한 영향을 미쳤다. 포부르동은 즉흥적으로 연주되기도 하였으며, 음색은 영국의 파버든과 유사하다. 다만, 포부르동은 파버든에 비해 유연하고 장식적인 선율이 특징적이며, 맨 아래 성부는 최상 성부에 대해 6도 또는 8도 아래로 병진행하거나 반진행하며, 중간 성부는 최상 성부의 4도 아래로 병행한다.


15세기 영국 음악의 중요한 작곡가는 레오넬 파워(Leonel Power, 1445년 사망)와 존 던스터플(John Dunstaple, 1390경-1453)이 대표적이다. 파워의 작품들은 거의 대부분 교회 음악으로, 연작 미사곡, 2악장제 미사곡, 단악장 미사곡, 그리고 마리아를 주제로 한 모테트가 주요 작품이다. 그의 음악은 영국적인 3도와 6도 위주의 협화음 진행과 감미로운 선율이 특징적이지만, 때때로 자유로운 불협화음 사용과 모방 기법을 보여주기도 하였다.


한편, 파워는 그의 미사 통상문 작품에서 이전의 아이소리듬, 카논, 정선율 미사곡, 모토 미사곡 등 다양한 기법을 사용하였으며, 미사곡의 각 악장에서 동일한 양식과 구조를 통해 음악적 통일성을 추구하였다. 이러한 파워의 음악적 시도는 연작 미사곡 발전에 중요한 영향을 미쳤다고 볼 수 있다.


존 던스터플(John Dunstable)은 15세기 영국의 가장 중요한 작곡가 중 한 명으로, 미사곡, 모테트, 세속 노래를 주로 작곡하였다. 그의 음악 양식은 크게 세 가지 범주로 나눌 수 있다. 첫째, 테노르 성부에 평성가 선율과 아이소리듬 기법을 사용하는 방법, 둘째, 평성가가 한 성부에 차용되며 아이소리듬을 배제한 경우, 셋째, 최상성부가 주선율을 담당하고 나머지 두 성부가 이를 받쳐주는 반주 역할을 하는 경우이다.


던스터플은 그의 대표작 《Quam pulchra es》(그 얼마나 아름다운고)에서 기존의 모테트 작곡법과는 다른 음악적 시도를 하였다. 이 곡에서 3성부는 비교적 유사한 리듬 형태로 진행되며, 가사의 한 음절을 한 음으로 노래하는 실라빅(syllabic) 진행이 대부분이지만, 종지 부분의 ‘알렐루야’ 가사에서는 부분적으로 긴 멜리스마(melisma) 진행이 나타나기도 한다. 또한, 이 곡에서는 정선율과 아이소리듬*에 얽매이지 않고 오직 가사의 내용에 기반하여 성부의 짜임새가 등장하고, 15세기 영국 음악의 전형적인 특징인 3도와 6도가 포함된 3화음의 연속적인 1전위 진행이 자주 나타나며, 리듬은 비교적 단순한 편이다. 각 악구의 시작과 끝부분에서는 완전음정인 1도, 5도, 8도의 진행이 대부분이며, 악구의 종지에서는 무지카 픽타(musica ficta)*와 란디니 종지(Landini cadence)*가 사용되었는데, 이는 던스터플이 이전의 음악 양식에도 관심을 가졌음을 암시한다.


https://www.youtube.com/watch?v=gT-wVW5My6I&list=RDgT-wVW5My6I&start_radio=1

던스터플의 《Quam pulchra es》(그 얼마나 아름다운고)



*아이소 리듬(iso rhythm): 아이소 리듬은 일종의 반복되는 패턴의 동형 리듬으로서 하나의 음정 단위인 콜로르(color)와 리듬 단위인 탈레아(talea)로 구성된다.


*무지카 픽타(musica ficta): 무지카 픽타는 ‘가상의 음‘이라는 뜻이며, 음악가들이 음악을 연주하거나 노래할때 증4도 음정을 피하기 위해 악보에 표기되지 않은 임시표를 붙인 변화음을 의미한다.


*란디니 종지(Landini cadence): 란디니 종지는 곡이 종결될때 으뜸음으로부터 장 7도 위의 음이 등장한 후에 6도로 하행하고 다시 3도 상행하여 으뜸음으로 끝맺는 종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