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네상스 음악: 두 번째 시간

르네상스 시대의 미사(Missa) 음악

by Cum Musica

르네상스 시대의 미사(Missa, Mass)는 '연작 미사곡' 형식을 확립한 점에서 중요한 의의를 지닌다. 연작 미사곡*은 키리에, 글로리아, 크레도, 상투스, 아뉴스 데이의 다섯 개 악장으로 구성되며, 이들 악장 간에 음악적으로 공통된 요소를 사용하여 작품의 통일성을 구현하였다. 예를 들어, 각 악장의 테노르 성부에 동일한 선율이 배치되었으며, 이때 차용된 정선율(cantus firmus)*은 기존의 곡에 인용되었다. 이러한 방식으로 테노르 성부에 차용된 선율을 사용하는 미사를 정선율 미사곡(cantus firmus mass)이라고 지칭한다.

르네상스 시대 미사곡의 또 다른 특징은 악구 또는 악절 간의 음악적 대조이다. 르네상스 미사곡은 화성적(homophonic)인 부분과 대위법적인 모방 기법의 대조, 실라빅(syllabic)*한 부분과 멜리스마(melisma)*적인 부분의 대조, 그리고 긴 음가와 짧은 음가의 대조를 통해 음악적 다양성을 표현하였다. 또한, 르네상스 미사는 음악적 기법에 따라 다양한 종류로 세분화되었다. 각 악장에 동일한 개시 동기(head motive)*를 사용하는 미사곡은 모토 미사곡(motto mass)이라고 하며, 정선율이 테노르 성부 외에 다른 성부로 이동하거나 변형되어 사용되는 미사는 변용 미사(paraphrase mass)라고 한다.


초기 미사는 그레고리오 성가의 정선율을 차용하여 작곡되었으나, 점차 샹송과 같은 세속 음악의 선율을 정선율로 차용하여 작곡되었다. 이러한 세속 음악의 선율을 정선율로 차용한 미사는 패러디 미사(parody mass)라고 하며, 패러디 미사에서는 세속 음악의 선율뿐만 아니라 새로 작곡된 모테트 등에서 정선율을 차용하기도 하였다. 기존의 미사가 주로 정선율을 차용하여 각 성부에서 대위법적으로 모방하거나 변화를 주었던 것에 비해, 패러디 미사에서는 선율 인용뿐만 아니라 주제, 리듬, 화성 진행 등 모든 요소를 각 성부에서 모방할 뿐만 아니라, 기존 요소와 새로 작곡된 요소를 결합하기도 하였다.


부르고뉴 악파의 대표적인 작곡가인 기욤 두 파이는 연작 미사곡의 발전에 기여하였다. 그의 주요 미사 작품으로는 《Missa caput》(머리 미사곡), 그리고 《Missa L’homme armé》(무장한 군인)가 있다. 특히 《Missa L’homme armé》는 정선율 미사곡이자 모토 미사곡으로, 정선율을 악구에 따라 부분적으로 변형하는 특징을 지닌다. 정선율로 차용한 선율인 <L’homme armé>는 샹송으로 분류되지만, 민요로도 해석될 수 있다.


https://www.youtube.com/watch?v=NH96q641T6U&list=RDNH96q641T6U&start_radio=1

기욤 두 파이의 미사곡


프랑코-플레미쉬 악파의 작곡가들은 다양한 미사 작품을 남겼다. 뒤파이의 미사는 성부 구성에서 4성부뿐만 아니라 2성부와 3성부를 다양하게 배치하였으며, 포부르동을 연상시키는 3도와 6도 화음의 빈번한 사용과 함께 VII6-I 및 V-I의 두 가지 종지 형식을 활용하였다. 또한, 종지 직전에 짧은 음표를 사용하여 악구의 속도를 가속함으로써 종지감을 강화하였다. 오케겜의 미사곡으로는 《Missa caput》, 《Missa L’homme armé》 등이 있다. 오케겜의 미사곡은 개시 동기, 음역, 박자 변화 등에서 악장 간의 통일성을 부여하였으며, 정선율을 그대로 차용하기보다는 부분적으로 변형하여 사용하였다. 뷔누아의 미사곡으로는 《Missa o crux lignum》(오, 십자가 나무여)와 등이 있으며, 조스캥 데 프레의 미사곡으로는 《Missa de beata Virgine》(복되신 동정녀)와 《Missa Pange lingua》(입을 열어 찬미하세) 등이 있다. 조스캥의 미사곡은 세속 노래의 선율을 정선율로 광범위하게 차용하였으며, 정선율은 테노르 외에도 다양한 성부에 자유롭게 확산되었다. 또한, 각 악장마다 정선율을 서로 다른 선법으로 변형한 점이 특징적이다.


한편, 미사 음악은 16세기 반종교개혁과 관련된 작곡가들에 의해 활발히 작곡되었다. 반종교개혁의 대표적인 작곡가인 팔레스트리나(Giovanni Pierluigi de Palestrina, 1525/6-1594)는 16세기 유행했던 다양한 음악 양식을 활용하여 미사곡을 작곡하였다. 그는 마드리갈과 샹송의 양식을 인용한 미사곡, 모테트 및 세속 선율을 변형한 미사곡, 정선율 미사곡 등 르네상스 시대의 음악 어법을 다양하게 수용함으로써, 트리엔트 공의회가 요구하는 보수성을 유지하면서도 음악적 실험성을 보여주었다. 반종교개혁의 또 다른 작곡가인 빅토리아(Thomas Luis de Victoria, 1548-1611) 또한 20여 곡의 미사곡을 남겼으며, 이들 모두 라틴어 가사를 사용하였다. 특히 《Missa O magnum mysterium》(오 크나큰 신비여)은 그의 대표적인 작품으로, 이 곡에서는 각 성부 간의 유기적인 모방 기법이 두드러지며, 화성적인 부분과 대위적인 부분이 교차하여 등장함으로써 짜임새(texture)의 대조성을 강조하고 있다.


https://www.youtube.com/watch?v=9xPh-fXYAc4&list=RD9xPh-fXYAc4&start_radio=1

빅토리아의 <O magnum mysterium>






*연작 미사곡은 15-16세기 르네상스 시대에 널리 쓰이던 미사 기법 중에 하나로 미사 전체의 음악적 통일성을 부여하는 것이 특징이다. 예를 들어, 하나의 정선율이 모든 악장에 걸쳐서 사용되는 기법이 대표적인 연작 미사곡의 형태라고 볼 수 있다.


*정선율은 라틴어로 ‘cantus firmus’라고 하며, 미사에서 ‘고정된 선율’ 혹은 ‘확고한 선율’이라는 뜻을 지니고 있다. 처음에는 미사의 정선율이 주로 그레고리안 성가 같은 전례 음악에서 차용되었지만, 점차 세속 음악 및 민요선율이 정선율로서 차용되었다.


*실라빅(syllabic)은 가사의 한 음절을 한 음(note)으로 부르는 것을 의미한다.


*멜리스마(melisma)는 실라빅과 반대되는 개념으로 한 음절에 여러 음표가 붙는 것을 의미한다.


*개시동기(head motive)는 각 악장의 시작 부분에서 동일하게 나타나는 선율을 뜻한다. 즉, 개시동기는 각 악장 간의 음악적 통일성을 부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