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네상스 음악: 세 번째 시간

르네상스 시대의 모테트(Motet)

by Cum Musica

부르고뉴 악파의 작곡가인 두 파이의 모테트*는 '아이소 리듬 모테트'와 최상 성부가 주선율인 '칸틸레나 모테트'로 구분될 수 있다. 그의 아이소 리듬 모테트는 이전 시대의 음악적 전통을 고수하려는 경향을 보이며, 대체로 전례 음악의 정선율을 차용하였으나, 일부는 세속 선율을 정선율로 활용하기도 하였다. 특히 두 파이의 모테트는 아이소 리듬을 각 성부에 적절히 배치하여 곡에 통일성과 일정한 음악적 패턴을 부여하였으며, 아이소 리듬의 테노르 선율 비율은 성경 구절에 등장하는 솔로몬 성전의 비례와 일치하기도 한다. 한편, 두 파이의 칸틸레나 모테트는 3도와 6도의 협화 음정을 자주 사용하는 영국적 음악의 특징을 적극적으로 반영하였으며, 각 성부 간의 카논 진행을 빈번히 사용하였다. 두 파이의 대표적인 모테트 작품으로는 《Nuper rosarum flores - Terribillis est locus iste》(최근에 핀 장미꽃들 - 이곳은 두려운 곳이로다)와《Inclita stella maris》(고귀한 바다의 별) 등이 있다. 또한, 뱅슈아 역시 두 파이와 유사하게 아이소 리듬 모테트를 작곡하였으며, 영국 음악의 영향을 받은 포부르동 기법을 자주 사용하였고, 정선율을 테노르뿐만 아니라 다른 성부에서도 자유롭게 변형하였다. 뱅슈아의 대표적인 모테트로는《Ave Regina caelorum》(하늘의 영원한 여왕)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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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파이의 모테트 《Nuper rosarum flores - Terribillis est locus iste》


프랑코-플레미쉬 악파의 작곡가들은 모테트를 활발히 작곡하였다. 오케겜은 그의 모테트에서 정선율을 테노르 이외의 다른 성부에 배치하는 등 실험적인 시도를 하였으며, 라틴어 외에도 프랑스어 가사를 채택하는 등의 다양한 접근을 시도하였다. 그러나 전반적으로 그의 음악은 보수적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으며, 포부르동 기법을 자주 사용하거나 중세 모테트 기법을 인용하기도 하였다. 한편, 후대 작곡가인 조스캥은 모테트를 통해 그의 뛰어난 음악적 역량을 확실히 드러냈다. 그는 매우 많은 수의 모테트를 작곡하였으며, 궁정 성가대와 특별 행사 등을 위해 모테트를 작곡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조스캥의 모테트는 기존의 4성부에서 5성부 및 6성부로 확장되었으며, 정선율의 자유로운 변형과 특히 구약 성경의 시편을 바탕으로 한 다성부 모테트 작곡이 중요한 의의를 지닌다. 또한, 조스캥의 모테트는 가사의 의미를 음악적 수단으로 표현하는 '가사 그리기' 기법을 도입하였다. 조스캥의 대표적인 모테트인 《Ave Maria...virgo serena》(마리아님, 평화로운 동정녀여)에서는 기존의 정선율이 4성부에서 지속적으로 등장하며 끊임없이 모방된다. 또한, 악구의 종지 부분에서는 빠른 음가의 리듬을 배치하여 종지감을 강화하였으며, 부분적으로 포부르동을 연상시키는 호모포니적 악구가 나타난다.


https://www.youtube.com/watch?v=xGkb5KFwx1I&list=RDxGkb5KFwx1I&start_radio=1

조스캥의 모테트《Ave Maria...virgo serena》


반종교개혁 시대의 작곡가들은 모테트에서 다양한 음악적 기법을 표현하였다. 팔레스트리나의 모테트는 모방 대위법 양식이 주축을 이루며, 성부 간의 대화하는 듯한 교창식 편성이 특징적이다. 빅토리아의 모테트 중 《O magnum mysterium》(오 위대한 신비여)은 현재까지도 자주 연주되는 르네상스 모테트의 대표작으로, 이 곡은 반음계적 선율의 진행과 계류음 및 해결 진행이 자주 나타나며, 다소 어두운 분위기를 표현하고 있다. 랏소의 모테트는 연주의 목적에 따라 교육용, 행사용, 유희용, 고전적 가사, 종교용 등 다섯 가지로 구분할 수 있으며, 그는 500여 곡 이상의 다작 모테트를 남겼다. 랏소는 모방 대위법, 성부의 확장, 낭송적 리듬, 반음계 기법, 풍자적 성격의 가사 표현 등 르네상스 시대에 유행했던 다양한 음악적 어법을 능숙하게 구사하였다.


르네상스 시대의 모테트는 작곡가들이 종교 음악과 세속 음악 간의 이분법적 경계를 넘어 정선율을 보다 자유롭게 확장하고 채택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였으며, 이는 보다 진보적인 음악 어법을 실험하는 데 기여하였다. 특히, 가사의 의미를 보다 명확하게 전달하기 위해 '가사 그리기'*와 같은 기법이 고안되었고, 성부의 확장 등 음악의 규모 또한 확대되었다. 정선율은 테노르 성부뿐만 아니라 다른 성부에서도 유동적으로 나타났으며, 경우에 따라 기존 정선율의 리듬이 확장되거나 축소되는 등의 변형이 이루어지기도 하였다. 한편, 르네상스 시대의 모테트는 포부르동 기법 및 아이소리듬 기법을 자주 활용하는 등 기존의 음악 양식을 지속적으로 유지하려는 경향도 보였다.


*모테트(Motet): 모테트는 중세 시대부터 르네상스 시대에 걸쳐 널리 유행했던 다성부 성악곡의 형식이다. 이 용어는 '언어'를 의미하는 프랑스어 'mot'에서 유래하였으며, 모테트의 기원은 13세기 초 프랑스 노트르담 악파에서 오르가눔(Organum, 다성부 음악의 초기 형태)을 변형하여 정선율의 가사와는 다른 새로운 가사를 부여한 데서 찾을 수 있다.


*가사 그리기(Word painting): 가사 그리기는 가사의 내용을 음악적으로 구체적으로 표현하는 기법을 의미한다. 즉, 가사의 의미에 따라 음의 표현 방식이 달라지며, 예를 들어 '높다'라는 가사는 높은 음으로, '슬프다'라는 가사는 어두운 음색으로 표현되는 방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