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네상스 시대의 샹송 (Chanson)
샹송(Chanson)은 프랑스어로 다양한 종류의 노래를 의미하며, 프랑스어 가사가 특징적이다. 좁은 의미에서 샹송은 중세 후기와 르네상스 시대에 작곡된 프랑스어 세속 다성음악 양식의 노래를 지칭한다. 샹송의 주된 주제는 ‘궁중의 사랑(Courtly love)’으로, 고귀한 연인을 찬양하는 내용을 다루는 경우가 많다. 음악적 구성에서는 대부분 최상성부에 주선율이 배치되며, 나머지 성부들은 최상성부를 화음으로 보조하는 역할을 수행한다. 샹송은 크게 정형시 형식과 자유 형식으로 구분되며, 정형시 형식에는 롱도(Rondeau), 발라드(Ballade), 비를레(Virelai) 등이 대표적이다. 한편, 자유 형식에는 프랑코-플레미쉬 샹송(Franco-Flemish chanson)과 파리 샹송(Parisian chanson) 등이 포함된다.
롱도(Rondeau)는 가사에서 각운 구조가 특징적이며, 음악 형식은 ABaAabAB으로 구성된다. 롱도의 대표적인 작품으로는 뱅슈아의 <De plus en plus>(점점 더 새로워지네)가 있다. 이 작품은 3성부로 이루어져 있으며, 성부 간에 간헐적으로 불협화음이 나타나고, 싱코페이션을 통한 헤미올라 리듬이 두드러진다. 주제는 궁정 사랑의 전통을 다루고 있으며, 영국 음악과 유사하게 3도와 6도의 협화음이 빈번하게 사용된다. 또한 종지 부분에서는 란디니 종지(Landini cadence)와 무지카 픽타(musica ficta)를 활용한 악구가 곡을 마무리한다.
발라드(Ballade)는 일반적으로 aabC의 구조를 가지며, 두 파이(Du Fay)의 <Resvellis vous>(깨어나 결혼해 주세요)가 르네상스 발라드의 대표적인 작품으로 꼽힌다. 두 파이는 이 작품에서 등장인물의 이름을 직접 언급하여 강조하는 등 당시 프랑스 전통을 충실히 따랐으며, 롱도와 마찬가지로 각 행에 각운이 특징적이다. 리듬적 특징으로는 곡 전반에 걸쳐 싱코페이션을 통한 헤미올라 효과와 복잡한 리듬 패턴이 두드러지는데, 이는 14세기 아르스 노바(Ars Nova)*와 아르스 숩틸리오르(Ars Subtilior)*의 양식을 적극적으로 반영한 결과로 볼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이 작품은 이탈리아 트레첸토(Trecento) 양식*도 반영하고 있는데, 부드러운 선율 라인, 실라빅한 패시지, 그리고 가사의 종결 부분에서 나타나는 멜리스마 사용 등이 트레첸토 양식과 유사하다.
한편, 비를레(Virelai)는 AbbaA 형식을 가지며, 뷔누아의 <Je ne puis vivre>(저는 살 수 없습니다)가 대표적인 비를레 곡 중 하나이다. 뷔누아는 성부 간의 유기적인 모방 기법을 활용하였으며, 각 악구에서 선율이 부분적으로 변형되어 모방되는 양상을 보인다. 또한 동형진행을 통해 극적인 효과를 부여하기도 하며, B 부분에서는 변박과 함께 화성적 진행으로 시작하여, 모방 기법이 주를 이루었던 앞부분과 대조적인 모습을 나타낸다. 뷔누아는 그의 작품 대부분이 샹송(Chanson)일 정도로 샹송 작곡에 주력하였으며, 선율의 호흡이 길고 모방 기법을 빈번히 사용하였으며, 싱코페이션을 통한 섬세한 리듬 표현을 보여주었다.
https://www.youtube.com/watch?v=-hcvz1qvJwc&list=RD-hcvz1qvJwc&start_radio=1
한편, 프랑코-플레미쉬 샹송은 기존의 롱도, 발라드, 비를레와는 다소 다른 양상을 나타내기 시작하였다. 이는 전통적인 정형시 형식에서 벗어나 보다 자유로운 구조를 선호하는 경향으로 나타났다. 특히 조스캥 데 프레의 세속 노래 대부분이 샹송에 해당하는데, 그의 작품은 점차 중세의 정형시 형식을 탈피하여 자유로운 구조를 갖추게 되었다. 조스캥의 대표적인 프랑코-플레미쉬 양식 샹송인 <Faulte d’argent>(돈이 없다는 것)은 5성부로 구성되어 있으며, 가사는 4행시 형태를 띠고 있다. 이는 이전의 대부분 3성부로 이루어진 정형시 형식의 샹송과 비교할 때 성부 수가 확장되었음을 보여준다. 또한, 가사는 이전 샹송에 비해 매우 짧고 간결해졌으며, 두 성부에 정선율이 배치되어 캐논 진행을 이루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조스캥은 말년에 보다 화성적이고 차분한 분위기를 자아내는 샹송을 작곡하였는데, <Mille regretz>(천 번의 후회)는 그의 말년 샹송 작품 중 하나로 꼽힌다. 이 작품에서는 복잡한 모방기법을 자제하고, 최상성부가 주선율 역할을 하는 화성적 기법을 주로 사용하였으며, 가사의 반복이 빈번하게 나타난다. 또한 하행하는 선율을 통해 가사에 담긴 슬픔의 정서를 효과적으로 표현하였으며, 3도와 6도 음정이 자주 등장하는 특징을 보인다.
https://www.youtube.com/watch?v=dkfVzCZ68_Q&list=RDdkfVzCZ68_Q&start_radio=1
파리 샹송은 16세기 초 프랑스에서 유행한 음악 장르로, 서정적, 이야기체(narrative), 표제적 성격의 곡으로 구분할 수 있다. 이들 곡은 대체로 호모포니적 진행과 음절적 가사를 특징으로 하며, 형식적으로는 aba, aabc, abá 등의 다양한 구조를 지닌다. 특히 인쇄술의 발달과 함께 다양한 파리 샹송 작품들이 출판될 수 있었으며, 이로 인해 파리 샹송은 이후 이탈리아의 프로톨라(protola)와 마드리갈(madrigal) 형성에 영향을 미쳤다. 파리 샹송의 주요 작곡가로는 클레망 잔느캥(Clément Janequin, 약 1485년경~1588년 이후)과 피에르 파스로(Pierre Passereau, 1509~1547)가 있다. 잔느캥은 서정적이면서도 대중적인 성격의 파리 샹송을 확립하였으며, 묘사적인 악구를 표현한 표제적 샹송을 주로 작곡하였다. 그의 작품은 음절적 가사와 음악적 악구, 그리고 가사의 구조가 일치하는 점이 특징적이다. 반면, 파스로는 주로 이야기체 샹송을 작곡하였으며, 그의 작품은 풍자적이거나 유머러스한 가사를 선호하였다. 또한, 그의 샹송에서는 모방적 악구와 화성적 악구가 상호 교차하는 양상이 나타난다.
아르스 노바(Ars Nova)는 ‘새로운 예술’을 의미하며, 14세기 프랑스에서 등장한 음악 양식을 지칭한다. 특히 아르스 노바 시대에는 3분할과 2분할을 기반으로 하는 리듬 분할법이 개발되었으며, 이 시기의 음악은 종래의 신 중심적 음악에서 벗어나 음악 자체의 미적 즐거움을 추구하는 방향으로 변화하기 시작하였다. 더불어 아이소리듬(isorhythm)과 정형시 형식과 같은 다양한 음악적 기법들이 출현하였다.
아르스 숩틸리오르(Ars Subtilior)는 ‘기교적 예술’을 의미하며, 리듬의 극단적인 장식성과 퇴폐주의적 예술 양식을 특징으로 한다. 특히 기보법의 발전에 힘입어 더욱 정교하고 세밀한 리듬 진행이 가능해졌으며, 이에 따라 작품의 길이가 길어지고 구조 또한 복잡해지는 경향을 보였다.
트레첸토 양식(Trecento Style)은 14세기 이탈리아 음악을 지칭하는 용어로, 프랑스 음악에 비해 상대적으로 단순하며 보다 성악적인 특성을 지니고 있다. 이 용어는 이탈리아어로 작곡된 다성부 세속음악(secular polyphony)을 의미하기도 하며, 대표적인 작곡가로는 프란체스코 란디니(Francesco Landini)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