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네상스 시대
르네상스 (Renaisaance)는 프랑스어로 '재생' 혹은 '부활'을 의미하며 고대 그리스 및 로마의 시대정신을 본받고 부활시키고자 하는 움직임이 활발하던 시기였다. 즉, 중세의 신본주의 사상에서 벗어나 고대 그리스와 로마의 인본주의 (humanisam) 사상을 추구하였으며, 새로운 근대 문화가 탄생하기도 하였다. 또한 인본주의 사상의 발전과 함께 르네상스 시대에는 나침반, 화약, 활판 인쇄술 같은 다양한 발명품들이 생산되기 시작했으며, 특히 나침반의 발명은 새로운 항로와 신대륙 개척을 가능하게 하였다. 마찬가지로 음악 분야에서도 기존의 신을 찬양하는 음악이 아닌 인문주의 사상을 반영한 인간 중심적인 음악 작품들이 작곡되고 연구되기 시작하였다. 특히 고위 성직자와 왕족, 귀족 같은 상류층의 사람들은 예술가들을 위해 적극적으로 재정적인 후원을 하였고, 이러한 후원 덕택에 르네상스 시대에 예술이 현저하게 발전할 수 있었다. 특히 이탈리아 피렌체 지역의 메디치 (Medici) 가문은 많은 예술가들을 후원했고, 많은 예술가들이 메디치 가문의 후원으로 활발하게 작품활동을 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였다.
영국의 르네상스 음악과 존 던스터블
르네상스 시대의 영국 음악은 다성부 중심의 대륙의 음악과는 조금 다른 성격을 지니고 있었다. 특히 3도, 6도를 포함하는 3화음의 연속 진행을 선호하였기 때문에 훨씬 음색이 부드러운 편이었으며 이러한 연속적인 병행 3도 및 병행 6도의 진행을 포부르동 (Fauxbourdon)이라고 불렀다. 포부르동 진행에서 중간 성부는 최상 성부의 4도 아래에 놓였으며, 맨 아래 성부는 중간 성부의 3도 아래에 놓였다. 영국 르네상스 작곡가중의 대표적인 작곡가는 존 던스터블 (John Dunstable)이 있으며, 던스터블은 미사곡, 모테트, 세속노래 등을 대략 60여 곡정도 작곡하였으며, 대부분 라틴어 가사를 사용하였다 그의 대표작인 <그 얼마나 아름답고> (Quam pulchra es)를 살펴보면, 3 성부 모테트이며, 모든 성부가 동등하게 다루어졌고, 3도와 6도의 포부르동 진행이 자주 등장한다. 또한 가사와 음악적 악구가 일치하며 종지가 비교적 명확한 편이다.
https://www.youtube.com/watch?v=qQjdEbZH2wI
부르고뉴 악파: 뒤파이와 뱅슈아
부르고뉴(Bourgogne) 지역은 현재의 프랑스 동부 지역, 네덜란드, 벨기에, 룩셈부르크 지역이 포함되며, 15세기부터 부르고뉴 공국은 뛰어난 외교술을 바탕으로 서부 유럽에서 가장 강력한 국가로 자리 잡았다. 또한 경제적으로 부유해진 많은 귀족들과 상류층 사람들은 예술가들과 음악가들을 후원하였고, 부르고뉴 궁정에는 많은 예배 음악가, 악기 연주자들이 고용되어 적극적으로 음악 활동을 하기 시작하였다. 부르고뉴 악파의 음악적인 특징은 대체로 음악이 단순하고 명료하면서 최상성부 (소프라노 성부)가 주선율을 담당하였으며, 영국의 포부르동 기법을 자주 사용하기도 하였다.
부르고뉴 악파의 대표적인 작곡가로는 기욤 뒤파이 (Guillaume Dufay, 1397-1474)가 있는데 그는 동시대인들이 인정한 당대의 중요한 작곡가이자 다양한 학식을 겸비한 학자였으며, 고위 성직자이기도 했다. 뒤파이의 다성음악 작품은 200여 개정도 현존해 있으며. 미사 통상문, 모테트, 세속노래 등 장르 역시 매우 다양하다. 그의 음악적 특징은 영국음악의 포부르동 협화음, 이탈리아 음악의 단순 명료함을 바탕으로 하면서 세심하게 처리된 불협화음, 유연한 리듬과 선율, 모든 성부의 동등함 등이 특징이라고 볼 수 있다. 또한 그는 기존의 3 성부 구조가 대부분이었던 다성음악을 4 성부 구조로 확정시킨 작곡가이기도 하며, 미사 음악의 전 악장에 음악적으로 공통된 요소를 사용함으로써 음악에 통일성을 부여하기도 하였다. 한편 그는 '정선율 미사곡' (cantus firmus missa)의 형식을 확립하였는데, 정선율이란 각 악장에서 동일하게 사용된 선율을 의미하며 주로 테노르 (tenor) 성부에 등장하였다.
부르고뉴 악파의 또 다른 작곡가로는 뱅슈아 (Gilles de Binchois)를 들 수 있는데 그는 미사곡, 모테트, 마니피캇 등을 포함한 교회음악을 60여 곡과 60여 곡의 샹송을 작곡하였다. 뒤파이와는 달리 뱅슈아는 샹송에서 그의 뛰어난 음악성을 보여주었는데, 뱅슈아의 샹송 주제는 궁정 안에서의 사랑을 주로 다루고 있으며, 대부분 3 성부이며, 우아하고 서정적인 3도 진행 음색이 특징적이다.
https://www.youtube.com/watch?v=Nx-S6v1pIp8
플랑드르악파: 오케겜과 조스캥 데 프레
15세기 유럽 음악을 주도했던 부르고뉴 악파에 이어 15세기 중반부터 16세기말까지 플랑드르악파의 활동이 두드러졌다. 플랑드르 ( Flandre) 지역은 현재의 벨기에 서부, 네덜란드 남서부, 프랑스 북부 지역이라고 볼 수 있다. 플랑드르악파의 중심지는 현재의 벨기에 지역인 브뤼헤였으며, 당시 브뤼헤는 모직물 공업으로 인해 엄청난 수익을 올리면서 유럽의 경제적 중심지로 자리 잡았다. 플랑드르악파의 작곡가들은 교회에서 봉직하면서 신성 로마 제국의 황제 및 프랑스 교황에게 봉사하였다. 음악적인 특징으로는 다성음악 안에서 모든 성부의 동등성을 강조하였으며, 화음의 조화를 고려하는 모방 대위법 양식을 들 수 있다.
요하네스 오케겜 (Johannes Ockeghem)은 15세기 후반부를 주도한 작곡가이며, 화려한 베이스 목소리를 가진 것으로도 유명하였다. 그의 음악은 반음계적 변화가 거의 없는 선법 중심의 선율과, 탁월한 베이스 가수였던 점을 반영하여 베이스 성부의 음역대가 확장되기도 하였다. 또한 호모포니적인 성부와 대위적인 성부를 대조시키기도 하였으며, 교회음악에서는 카논 기법을 주로 사용하였다. 그의 미사곡에서는 다양한 방법으로 모방 대위법을 사용하였으며, 세속노래 혹은 그레고리오 성가를 정선율로 사용하여 다양한 방식으로 음악적인 변형을 시도하였다. 예를 들어 기존에 테너 성부에 위치한 정선율을 테너 외에 다른 성부에 배치시키는 등 기존의 작곡가와는 다른 독창적인 정선율 사용 기법을 보여주기도 하였으며, 기존의 정선율을 두 성부에 동시에 등장시키거나 자유롭게 수정하는 방법을 사용하였다. 정선율과 마찬가지로 박자 역시 매우 자유롭게 변형시켰는데, 예를 들어 그의 작품 <비율 미사곡>에서는 각 성부에서 다른 박자 기호 (prolatio)를 사용하였다. 즉 소프라노에서는 2/4박자, 알토에서는 3/4박자, 테너에서는 9/8박자, 베이스에서는 6/8박자로 표기하는 등 각 성부가 전혀 다른 박자를 가지고 있다.
플랑드르악파의 대표적인 작곡가로 조스캥 데 프레 (Josquin de Prez)를 언급할 수 있다. 조스캥은 플랑드르악파뿐만 아니라 르네상스 시대 전반을 통틀어서 르네상스 음악 어법을 완성시킨 작곡가라고도 볼 수 있다. 조스캥 시대의 작곡가들은 가사와 음악과의 관계에 초점을 맞추면서 시의 구조, 가사 낭송법 연구 같은 가사가 전달하는 의미를 음악적으로 표현하는데 많은 관심을 가졌던 반면에 조스캥은 일관적인 방식으로 음악에 감정 표현을 시도한 최초의 작곡가였다. 또한 그는 모방 기법을 각 성부에서 매우 짜임새 있게 사용하였으며, 한 성부에서 악구가 끝나기 전에 다른 성부에서 악구가 모방되기도 하며, 하나의 악구가 모든 성부에서 순차적으로 모방되기도 하였다. 또한 그는 정선율을 테노르에 고정시키기보다는 다른 선율에 자유롭게 배치하기도 하였으며, 선율뿐만 아니라 화성 진행과 곡의 구성을 차용하기도 하는 등 기존의 르네상스 작곡가와는 달리 실험적인 음악적 시도를 하였다. 더 나아가 '소제토 카바토' (soggetto cavato)라는 단어의 모음에 따라 계명을 추출해서 주제를 유도하는 방법으로 정선율을 고안해 냈다.
https://www.youtube.com/watch?v=FNbIyFlvxl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