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Cum Musica May 22. 2024

낭만 시대의 음악 VI

민족주의 음악

민족주의

 19세기 후반부터 스칸디나비아와 러시아를 비롯한 동유럽 국가들을 중심으로 민족주의 사상이 대두되기 시작하였다. 민족주의 사상은 오랜시간동안 외세의 침략으로 인해 독립을 향한 민족의식 고취에 영향을 끼쳤으며 이로 인해 자국의 언어, 역사, 문화를 배우고 복원시키려는 움직임이 활발해졌다. 또한 민족주의 사상에 영향을 받은 작곡가들은 기존의 독일, 오스트리아, 이탈리아, 프랑스 음악 양식을 모방하고 수용하는 대신에 자국의 전통 민요, 구전 설화, 고유의 음계와 리듬을 그들의 음악에 적극적으로 사용하였으며, 민족주의 사상을 반영한 교향시나 표제 음악을 주로 작곡하였다.


러시아 민족주의 작곡가들: 글링카와 러시아 5인조

 민족주의 음악은 특히 러시아 작곡가들에 의해 활발하게 작곡되었는데, 러시아는 오랜 시간 서부 유럽 국가에 비해 문화적. 경제적으로 상당히 뒤떨어져 있었으나, 오히려 이러한 상황으로 인해 기존의 낭만주의 음악을 주도했던 서부 유럽 국가들의 음악과는 다른 정체성을 가진 음악을 발전시킬 수 있었다. 19세기 중반부터 러시아 민족주의 작곡가들은 러시아의 전통적 성격을 반영한 오페라와 극음악을 작곡하기 시작하였다. 특히 글링카는 민족주의 오페라 <황제를 위한 삶>을 성공적으로 발표함으로써 러시아 민족주의 음악의 신호탄을 알렸다. 이 작품은 러시아 농부들의 구전된 민요, 민속 선율 및 리듬을 차용함으로써 러시아 고유 음악의 성격을 두드러지게 보여주고 있다.


 글링카의 영향을 받은 5명의 작곡가 발라키레프, 큐이, 보로딘, 무소르그스키, 보로딘은 러시아 민족주의 음악의 정체성을 더욱 확고하게 구축해나갔으며, 이들 5명을 일컬어 '러시아 5인조'라고 부른다. 이들은 음악을 정식으로 공부하지 않았고 다른 직업을 가지고 있었지만 러시아 전통 음악에 관심이 많았으며, 러시아적인 음악 언어를 사용하여 서구 유럽 음악과는 차별화된 성격의 음악을 작곡하여다. 글링카의 작품과 마찬가지로 러시아 5인조 작곡가들의 작품에도 러시아 민요 선율 및 교회 선법과 구전된 농민 음악, 러시아 민속적 색채가 담긴 작품들이 대부분이다. 또한 이들은 음악은 예술적인 목표보다는 민중과의 진정한 소통을 위한 수단이 되어야 한다고 주장했으며, 비록 음악의 성격이 투박하고 거칠지라도 민중들의 현실적인 삶의 모습을 솔직하게 반영해야 한다는 사상을 가지고 있었다. 러시아 5인조의 대표적인 작품으로는 러시아 민중들의 비극적인 역사적 서사를 주제로한 무소르그스키의 오페라 <보리스 고두노프>, 림스키 코르샤코프의 오페라 <사드코>, 푸슈킨 원작을 바탕으로 한 큐이의 오페라 <사령관의 딸> 등이 있다.



https://www.youtube.com/watch?v=DCQyPkabEy0

무소르그스키 <보리스 고두노프> 중 <Coronation>


보헤미아 민족주의 작곡가들: 스메타나와 드보르작

 스메타나는 체코의 민족주의 음악의 창시자로 알려져 있으며, 음악 작품을 통해 보헤미안의 민족적 정체성을 찾고자 하였다. 당시 보헤미아는 합스부르크의 지배하에 있었으며, 정치적 자율권이 박탈됨과 동시에 독일어가 공식 언어였다. 스메타나는 조국의 독립을 위해 혁명 세력에 가입하기도 했으며, 혁명이 실패로 끝나자 오스트리아의 탄압으로 인하여 스웨덴으로 망명을 갔다. 그러나 오스트리아가 이탈리아와의 전쟁에서 패한 후, 보헤미아에 대한 탄압이 완화되었으며, 이로 인해 보헤미아의 민족주의 운동이 활발하게 일어나기 시작했다. 스메타나는 그의 코믹 오페라 <팔려간 신부>에서 체코의 민속 리듬이나 춤을 표현하였으며, 6곡으로 구성된 연작시 <나의 조국>에서는 체코의 역사, 전설, 아름다운 풍경들을 아름답고 서정적인 선율로 표현하였다.


 스메타나의 음악적 전통을 계승한 드보르작 역시 체코 민족주의 음악의 대표적인 작곡가인데, 그는 오페라 극장에서 비올리스트로 활동하면서 스메타나의 오페라를 연주하였고, 스메타나의 음악에 많은 영향을 받았다. 스메타나와 마찬가지로 드보르작 연시 그의 음악에서 체코의 민속적 선율과 리듬을 차용하기도 하였으며, 체코 동화의 내용을 소재로한 다양한 작품들을 작곡하였다. 특히 그의 작품중 대표적인 작품인 <교향곡 9번 '신세계로부터'>는 체코의 민속적 성격과 미국 흑인 영가의 성격 및 5음 음계와 선법을 절묘하게 조합함으로써 드보르작의 완성도 높은 음악성을 보여주고 있으며, 체코와 미국의 민족적 정체성을 구현해내고 있는 작품으로 평가받고 있다.


https://www.youtube.com/watch?v=nXZ2zlALj1Y

드보르작 교향곡 9번 <신세계로부터>


북유럽의 민족주의 작곡가들: 그리그와 시벨리우스

 노르웨이는 400년이상 덴마크의 지배를 받았으며 덴마크로부터 독립하자마자 스웨덴의 지배를 받기 시작하여 1905년까지 스웨덴의 지배를 받았다. 이렇게 오랜시간 외세의 지배를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노르웨이 작가, 지식인, 예술인들은 자국의 문화를 활발하게 연구하였으며, 민족주의 운동을 주도하였다. 노르웨이 민족음악 작곡가인 그리그는 노르웨이 전통의 화성, 선율, 리듬, 민속 춤곡 등을 지속적으로 연구하여 노르웨이 민족주의적 정체성이 강한 작품들을 작곡했으며, 피아노 소품 모음집인 <서정적 모음곡>은 노르웨인 민속적 성격이 잘 나타나 있다.


 시벨리우스는 핀란드의 민족음악의 창시자이며, 그의 교향시 <핀란디아>는 핀란드의 아름다운 자연과 독립에 대한 강한 의지를 보여준 작품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이 작품의 마지막 부분에 나오는 찬가풍의 선율은 가사가 붙여져 일명 <핀란디아 찬가>라고 불리는 합창곡으로 작곡되었으며, 핀란드 국민들에게 애국심을 고취시키는 작품이다.


https://www.youtube.com/watch?v=eu1BX1N9RyU

시벨리우스 <핀란디아>

 

매거진의 이전글 낭만 시대의 음악 V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