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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지우 Nov 19. 2023

소개팅 그녀는 왜 말이 없을까?

관심을 표현하려면 최대한 질문을 많이해야 한다


말없는 그녀, 무슨 말을 하지?


오랜만에 나간 소개팅 자리. 그녀와 어색한 인사를 나눈다. 수줍게 웃으며 자리에 앉는 그녀의 보조개가 쏙 들어간다. 원피스에 그려진 체리 열매처럼 싱그럽게 예쁘다. 자리에 앉고 나니 어색하다. 틱톡틱톡. 속절없이 제 갈길을 가는 초침이 야속하다. 할 말이 떠오르지 않는다.


결국 먼저 말을 꺼낸다. 첫 아르바이트 이야기, 마트에서 고기 코너를 맡았다. 찰진 입담으로 아주머니들을 얼마나 잘 휘어잡았는지 모른다. 그 마트가 생긴 이래 역대 매출 1위를 찍었다는 결말이다. 처음엔 침묵을 채우기 위해 꾸역꾸역 말을 이어갔는데, 어느새 긴장이 풀렸는지 말이 술술 나온다. 에피소드는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진다. 내 이야기는 영원히 퍼낼 수 있는 샘물 같다. 절대 마르는 일이 없다. 예쁜 그녀도 계속 웃고 있는 걸로 봐서는 어쩐지 느낌이 좋다. 


그렇게 두 시간 내내 혼자 떠들다가 집에 가는 길, 그녀의 이름이 기억이 안 난다. 물어보긴 했었던가? 에이, 이름이 뭐가 중요해, 천천히 알아가면 되지. 기분 좋게 메시지를 보낸다. '잘 들어가셨어요?' 메시지 옆 숫자 1은 며칠이 지나도 사라질 줄을 모른다. 대체 뭐가 잘못된 걸까? 



그녀의 마음은?


아마 그가 말하는 것을 좋아한다고 생각했을지도 모른다. 중간에 끼어들 타이밍이 없었을지도 모른다. 어쩌면 자신에게 특별히 관심이 없다고 생각했을 수도 있다. 어떻게 아냐고? 내가 그렇게 생각했으니까. 상대가 자기 이야기에 열중해 있으면, 그는 자기에게만 관심이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반면 내 말에 귀 기울이고 궁금해하면 마치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사람이 된 것 같은 기분이 든다.  


데일 카네기는 모든 사람이 '중요한 사람이라는 느낌을 원한다'라고 말했다중요한 사람과 같이 있을 때, 이를 테면 당신이 다니는 회사의 CEO와 단둘이 있게 되면, 우리는 어떻게 할까? 아마도 내 이야기보단 상대의 관심사에 맞춰 이야기를 하지 않을까? 그녀가 말이 없었던 건 당신이 관심이 없다고 느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당신이 어색한 분위기를 깨보려고 노력 중이라고 생각하지 못했을 수도 있다. 



그의 마음은?


그렇다면 그 남자는 왜 자신의 무용담을 늘어놓은걸까? 그저 할말이 없었기 때문이었을까? 멋있는 모습을 보여줘야 호감을 줄 수 있다고 생각한 건 아니었을까? 어느 정도는 맞는 말이다. 멋진 남자를 좋아하지 않을 여자가 누가 있겠는가. 자신의 강점을 적극적으로 어필하는 건 중요하다. 다만, 어디까지나 친해지고 난 뒤에 말이다.


아직 낯선 관계에서는 자기 자랑만 늘어놓으면 오히려 반감이 생긴다. 저 사람은 뭐길래 저렇게 자기 자랑만 하는지 의아하다. 친해지기 전에는 '적절한 질문'이 훨씬 더 효과적이다. 그녀에 대해 어느 정도 알게 되면 그녀 역시 자연스럽게 당신에 대해 궁금해할 것이다. 그때 가서 자랑해도 늦지 않는다.  



그는 뭐라고 질문했어야 할까?


어떤 질문이든 상관없다. 재산, 가족 프로필 등 실례되는 질문만 아니라면 말이다. 나라면 취향과 욕구, 가치관을 알아보는 질문을 할 것 같다. 


우선, 취미는 취향을 나타낸다. 누군가 자발적으로 하는 일은 자신이 좋아하거나 잘하는 일일 것이다. 그 사람의 취향을 파악하고 특별함을 알아봐 줄 수 있는 좋은 기회다. 취미가 어떤건지 단도직입적으로 물어봐도 된다. 운동을 하는지, 주말에는 뭘 하는지 돌려서 물어볼 수도 있다. 그녀가 이야기를 하는 동안 다른 말은 필요없다. "우와", "대단하다", "그거 어려운 거 아니에요?" 면 충분하다.  


무슨 일을 하는지는 그 사람이 무엇을 잘하고, 어떤 것에 관심이 있는지를 알 수 있다. 동시에 업무로 자아를 실현하려는 사람인지, 워크 앤 라이프 밸런스를 중시하는 사람인지 등 삶에서 추구하는 것과 삶에 대한 가치관 등을 알 수 있기도 하다. 지금 무슨 일을 하고 있는지, 앞으로 어떤 일을 하고 싶은지 담백하게 물어보자. 그것만으로도 그녀에 대해 많은 것을 알 수 있을 것이다. 



대답은 짧게, 질문은 많이


소개팅 헛발질로 유명한 친구가 있었다. 가장 기억에 남는 건 논문을 선물한 거였다. 처음 만난 자리에서 소개팅 그녀에게 자신의 졸업논문 하드카피를 선물했다. 로봇 제어와 관련된 주제였던 걸로 기억한다. 시커먼 양장 커버 안에 영어와 수식이 난무하는 두꺼운 논문. 소개팅 그녀는 논문을 받아 들고 이렇게 말했다. "저 국문과인데..." 


머리를 쥐어뜯으며 자책하는 친구에게 이렇게 말했던 기억이 난다. "소개팅 나가면 무조건 질문을 해야 돼. 논문 얘기는 꺼내지도 마." 그 덕분인지는 모르겠지만 다행히 지금은 예쁜 여자친구와 알콩달콩 연애하고 있다. 


다음 소개팅에서는 대답은 짧게, 질문은 많이 해보자. 그녀가 당신의 관심을 받을 만큼 특별한 사람이라는 확신이 든다면 말이다. 누가 아는가? 애프터 성공률이 급격하게 오르는 마법 같은 경험을 하게 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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