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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진행형 Jan 18. 2024

해외 입양 신청이 들어오다.

유기견 입양 일기 1: 크리스마스 이브, 가족이 되다



  단체에서 연락이 왔다. 

  "안녕하세요, 무디 해외입양 신청이 들어와서 심사 중에 있습니다. 입양 확정시 결과에 대해서는 번복이 안 되오니 이 점 숙지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혹여나 입양을 고려중이라면 말씀 부탁드리며, 임보자(임시보호자)님의 입양 신청 시에도 단체 내부 입양심사 기준에 맞추어 임보자님과 입양신청자님 비교 심사로 진행되는 점 참고 부탁드립니다."     


  해외 입양 신청이 들어왔다는 것이다. 임시보호를 시작한 지 3주가 지난 시점이었다. '이렇게 빨리 입양신청이 들어올 줄이야...' 정말 좋은 소식인데 마냥 기쁘지가 않았다. 임시보호는 좋은 입양처가 나타나길 기다리며 하는 일인데, 이렇게 마음이 싱숭생숭할 줄이야. 

  이런 게 정이 든다는 거구나. 사실 무디라서 더 그랬는지 모르겠다. 무디는 아직 어린 강아지인데도 먹이나 간식에 쉽게 유혹되지 않는다. 섬세하고 신중하고 영리하며 겁이 많다. 그래서 사람에게 마음의 문을 여는데 다른 강아지들보다 시간이 더 걸리는 편이다. 그래서 더 그랬는지도 모른다.      


  무디를 처음 데려올 때부터 남편은 정이 많은 사람이라 ‘한 번 우리 집에 데려왔으면 다른 곳에 못 보낼 것 같다’고 바로 입양하고 싶다고 했다. 남편은 사뭇 진지했다. 나는 무디가 좋은 곳에 입양갈 수 있도록 열심히 영상과 사진을 찍어 SNS에 올리고 홍보했는데, 그럴 때마다 남편은 ‘안돼, 무디 예쁜 사진 말고 못 생기게 나온 사진만 올려... 영상 편집도 열심히 하지 마’라고 말했다. 

  나는 무디에게 우리 집보다 더 좋은 환경에서 살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주는 게 목적이라고 못 박으며 단호하게 말했다. 지금은 내가 휴직 상태라 무디와 보낼 수 있는 시간이 많고 충분히 돌봐줄 수 있지만, 몇 개월 후 맞벌이를 시작하면 무디가 집에 혼자 있는 시간이 많아질 것이었기 때문이다. 

  나의 단호함에 남편은 ‘3개월 동안 임시보호를 해보고 그 때까지 입양처가 나타나지 않으면 우리가 무디의 가족이 되어주자’고 했고, 그러면서도 계속해서 ‘무디 케어 계획’을 내놨다. 우리가 없을 때 무디를 대신 봐줄 수 있는 반려견 경험이 있는 집 주변 이웃 삼촌들을 소개했고, 무디가 혼자 있는 시간을 4시간 이상으로 만들지 않을 수 있는 방법들을 말해줬다. 그러다보니 내 마음도 입양해야겠다는 쪽으로 움직이고 있던 터였다. 또, 무디가 새로운 곳에 가서 처음부터 다시 적응하는 시간이 무디에게는 힘겨울 것이라고 생각했기에 우리가 입양하는 것이 무디를 위한 게 아닐까 생각했다.      


  이러던 차에 해외 입양 신청이 들어왔다고 하니, 무디를 바라보는 데 눈물이 났다. 나는 누구보다 단호했는데, 눈물이 날 줄이야. 무디는 여러모로 나의 감정 주머니를 열게 해준 아이다. 

  남편과 논의 끝에, 입양신청서를 제출하기로 했다. 오히려 입양신청서를 작성하면서 질문들에 답변하다 보니, 우리가 무디에게 해줄 수 있는 것들이 있고 무디만의 속도에 맞춰 천천히 행복한 강아지가 되도록 도와줄 수 있을 것이라는 자신감이 생겼다. 

  번외로, 입양 신청을 진행하는 과정 중, 단체 봉사자와의 전화 인터뷰가 있었는데, 단체에서 강아지가 입양 갔다가 파양 당하는 일이 없도록 신중하게 입양을 보내려고 노력하는 마음이 느껴졌다. 

  그리고 그렇게 크리스마스 이브, 무디는 가족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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