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왜 오쿠다 히데오를 좋아하는가

갑자기 떠오른 어린시절의 추억

by 어떤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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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도 30대는 진짜 나를 절실히 찾아나가는 나이대인가보다. 특히 한국에서는 더욱 그렇다. 공부를 한 10대와 해방감에 날뛰던 20대, 그리고 30대다. 다시 말하면 다른 어떤 반대급수로 인한 격한 감정 없이 있는 그대로의 자기 자신을 느끼는 나이. 게다가 30대가 특별해지는 이유는 하나 더 있다. 이 때는 그래도 나름 꽤 오랜 세월을 살았다고 어린 시절의 나에 대해서 조금은 잊고 살던 때다. 취직도 하고 일도 어느 정도 경험해 봐서 인간관계나 돈벌이 등 소위 먹고 사는 일을 하느라 나를 찾아가는 것과 같은 '꿈 같은 행동'은 할 시간이 좀 없었으니 말이다. 그래서 이 시기에 어린 시절의 내가 했던 행동, 별명, 좋아했던 것, 친구와의 추억, 특별한 경험들이 굉장히 흐뭇하게 다가온다. 나 스스로에게 인자한 엄마미소를 지어주는 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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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날 깊숙히 묻어져 있던 나의 취향을 우연하게 마주했다. 생각없이 유튜브 알고리즘에 의해 영상을 보다가 차태현의 공황장애 이야기를 보게 되었다. 예능에 나와서 이야기하던 장면이었는데 차태현이 정형돈의 공황증세를 발견하고는 '공중그네'라는 책을 조심스럽게 선물했다는 내용이었다. '공중그네?' 익숙한 제목을 듣자마자 순식간에 까칠한 고등학생 시절로 돌아갔다.


오로지 표지와 제목만으로 이끌려 읽게 된 책이었다. 새빨간 표지가 격하게 매력적이었다. 그런데 한 장을 읽자마자 표지는 눈에 들어오지도 않았다. 내용이 더욱 환상적이었기 때문이다. 빠져들어서 책을 읽었던 기억이 난다. 그리고 이후에도 그와 비슷한 책을 찾기 위해 작가 '오쿠다 히데오'의 책을 찾기 시작했다. 그리고 몇 권의 책을 읽었고 완전히 똑같은 황홀함은 아니었지만 모두 기분 좋은 희열을 느꼈던 것으로 기억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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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책에 빠졌던 가장 큰 이유는 아마도 '다름'이었던 것 같다. 이 '다름'이라는 것도 여러가지 의미가 있는데 첫 번째는 말 그대로 특별한 사람들이었다. 그 때는 MBTI검사를 하기 전이었지만 아무래도 INTP인 나는 특별함을 가진 사람들의 이야기에 흥미를 느꼈다. 무언가 색다른 인생을 살거나 경험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의 스토리에 큰 호기심을 느꼈다. 그래서 그들이 그렇게 된 이유에 나도 모르게 빠져들었다. 두 번째는 '다름에 대한 다른 태도'였다. 책의 주인공인 정신과의사 이라부는 누가봐도 너무도 독특한 특징이 하나씩 있는 사람들을 정말 아무렇지도 않게 대한다. '왜저래?' 하면서 눈치보고 슬금슬금 피할 만한 특징을 그는 '그게 뭐 그럴수도 있지'라는 태도로 대한다. 노력이 아니라 진실로 그는 그 사람들에 대해 그럴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런 그의 태도에서 나 또한 묘한 편안함을 느꼈다. 아주 사소한 것이라도 남들과 다른 행동을 하면 은근한 눈치를 주고 잘못된 것 마냥 조롱하는 한국사회의 시선에 지쳐있기 때문일 것이다. 물론 나 또한 30년 넘도록 이 나라에서 살면서 그런 행동에 물들어버리기도 했다. 그것이 나를 더 지치게 만들었다. 어떤 것도 도전하지 못하고 시작하지 못했다. 나 혼자만의 특별한 행동은 낙오와 다름 없는 사회다. 그런 내게 책을 읽는 것만으로도 해방감을 주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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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책에는 블랙코미디와 같은 서늘한 유머가 있다. 등장인물이 하는 행동이 어딘지 모르게 엉뚱해보이고 무모해보이지만 사실 그들을 그런 시선으로 바라보는 내가 가장 한심하다는 것을 언뜻 언뜻 느끼게 된다. 직접적으로 나에게 훈계하듯이 말하지 않는데도 이상하리만치 웃는 얼굴로 나를 5분 이상 빤히 바라보는 것 같은 묘한 압박을 느낀다.


나는 아마도 그와 같은 시선으로 세상을 살고 싶은 모양이다. 기분이 좋든 좋지 않든, 부당하든 합당하든, 원하든 원치않든 어떤 상황에서도 한스푼의 유머를 잃지 않는 사람. 아주 잠깐의 눈빛과 대화만으로도 상대의 잘못을 드러내는 조용한 응징을 할 줄 아는 사람. 한 사람에게 삶의 방향성을 제시하는 작가라니! 과연 '오쿠다 히데오'는 어떤 인생을 사는 사람일지. 내 인생에서 기회가 된다면 그를 만나볼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