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의식의 뇌과학.엘레에저 스턴버그
뇌과학을 주제로 한 책은 처음 읽어봤다. 뇌구조와 구체적인 조직명칭이 나오니 벌써부터 어려웠는데 이 책은 계속해서 연관부분을 반복해주어 쉽게 이해할 수 있었다. 전문용어와 어려운 사례들로 뒤덮어 허덕이게 하지도 않고 너무 일상용어만 사용해 흥미가 떨어지게 하지도 않고 딱 적절한 비율이어서 좋았다. 이미 책을 시작하면서 깔끔한 뇌구조 그림을 그려두어 연관성을 생각하면서 읽는 재미도 있었다. 책을 두 번째 읽을 때에는 그림과 번갈아 보면서 어떤 영역인지 확인하면서 읽으면 더욱 많은 내용을 습득할 수 있을 것 같다.
신비의 영역이라는 뇌는 정말 대단했다. 실제로 행동하지 않아도 내 몸을 움직인다는 상상만으로도 신체훈련이 된다는 내용, 같은 사람도 그 서사를 기억하지 못하게 되면 낯선 타인으로 인식할 수 있다는 내용, 좌뇌와 우뇌의 영역이 실제로 분리되어 있어서 좌뇌영역만 보게 하거나 우뇌영역만 보게할 수도 있다는 내용 등 그동안 심리학이나 심리 관련 콘텐츠들을 보면서 단순하게 재미로만 봐왔던 내용들의 실제 이론을 알게되니 더욱 깊이 이해할 수 있어 입체적으로 바라볼 수 있게 되었다.
나는 어려서부터 암기는 잘 못했고, 여행이나 추억을 잘 기억하지 못했고, 피아노 악보 보는 것을 힘들어했다. 그런데 나도 모르게 미드를 보다가 표현을 익히는 것을 잘했고, 다른 사람을 잘 묘사하고, 음악을 청음해서 친 곡은 20년이 지나도 까먹지 않고 외우고 있다. 나는 나의 이런 특징을 알고 무언가를 배울 땐 반복학습을 통해 몸에 체득시키는 방식을 사용했다.
알고보니 체득하는 방식은 절차기억, 경험한 내용을 기억하는 것은 사건기억이었다. 절차기억은 무의식의 영역이고 사건기억은 의식의 영역이었다. 나는 무의식의 영역이 더 발달한 사람이었다. 그러고보니 내가 반복학습을 통해 몸에 체득시키고자 한 것도 무의식 속에 묻어두어야 그것을 가지고 응용할 수 있고, 다른 것에 집중해야하는 상황에서도 무의식적으로 활용할 수 있게 하기 위함이었다. 나는 나의 무의식을 활용하고 있었다.
그리고 이것을 깨달으면서 내가 왜 결과보고서 쓰는 것을 싫어하는지, 새로운 학습이 점점 어려워지는지, 지루함을 느끼면서도 잘하는 것만 계속 하려고 하는지 알게 되었다. 학창시절 공부, 대학전공, 직업까지 한 영역 위주로 사용하게 되어 나도 모르게 계속 불균형하게 발달하고 있었던 것이다. 내가 해오던 행동의 근거를 알게 된 것 같아 흥미롭고 눈이 떠졌다.
AI가 자꾸 거짓말을 하고 잘못된 정보를 주는 경우가 많이 있다. 모르면 모른다고 하면 되지 왜 자꾸 거짓된 정보를 주는지 참 이상하다고 생각했다. 어떻게든 답을 만들어주도록 시스템 되어 있어서 그렇다는 설명도 봤다. 그런데 우리의 뇌도 그런 시스템을 가지고 있었다. 우리의 뇌도 어떤 정보가 들어왔을 때 말이 안되거나 모순되면 그 빈공간을 채우기 위해 서사를 지어낸다고 한다. (284p. 내 뇌는 지금 빈틈을 메우기 위해 이용 가능한 정보로 기승전결의 이야기를 만듦으로써 상황을 합리화시켰을 뿐이다.) AI와 다를 것이 없다!
앞으로 AI를 공부하는 것은 필수이고 소양이다. 그런데 그냥 단순히 활용법을 익히는 것이 아니라 AI가 어떤 방식으로 사고하고 답을 도출해내는지 그 과정을 이해해야한다. 그 과정을 이해하는 데 있어서 뇌과학공부를 병행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 될 것 같다. 더욱 입체적이고 다각적으로 공부할 수 있을 것 같다.
악동뮤지션의 찬혁이 동생에게 ‘난 인생은 가스라이팅인 것 같아’ 라고 말하는 것이 생각났다. 사람의 행동패턴을 실제 뇌가 돌아가는 구조와 연결해서 보니 정말 뇌라는 것은 철저하게 구조화된 시스템이었다. 자아라는 것 또한 뇌영역들이 서로 유기적으로 공조하면서 정보를 보내고 답을 도출하는 과정을 끊임없이 거치며 만들어내는 것이었다. 원래 그렇게 태어난 것도 없고, 안되는 것도 없다. 뇌의 시스템을 알고 원하는 방향으로 다져주면 정말 나다운 내가 되는 것에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