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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허지인 jiin mia heo Mar 02. 2022

포곤하고 슬프고 눅눅하고 묘한

루시 데이커스(Lucy Dacus) 토론토 공연


 밖에서 기다리다가 난생 처음으로 머리에 비둘기 똥을 맞았고 그걸 까먹고 계속 손으로 머리를 쓸어 넘기다가 식겁했고 부랴부랴 예매했던 티켓은 와보니 현장판매가 더 저렴했지만 2만 5천원에 루시 데이커스 공연의 콧구멍석을 차지할 수 있다는 건 신나고 짜릿한 일이다. 'My Mother & I'랑 'Night shift'랑 마지막 미발매곡(Thumbs)이 정말 좋았다. 루시 데이커스의 목소리는 참 포곤하고 슬프고 눅눅하고 묘하다. 공연을 본 후에 알게 된 사실은 'Lee's palace'가 내가 아는 분의 한국계 캐나다인 동창이 만든 곳이였다는 거다. 'Lee's palace'는 토론토를 배경으로 한 영화 스콧 필그림(Scott Pilgrim vs. the World)에 나오는 그 공연장이다.



 공연 후 며칠이 지났는데도 루시 데이커스 공연의 잔상이 너무 짙었다. 이렇게 여운 길고 잔상 짙은 공연은 처음인 것 같다. 좋은 영화를 보고 나올 때 당장 상영관 입구로 돌아가서 다시 보고 싶을 때처럼 루시 데이커스 공연도 당장 비행기 타고 날아가서 다시 보고 싶을 정도였다. 내 앞에 있던 사람이 미국에서 공연보고 바로 토론토로 날아왔다더니 왜 그랬는지 너무 잘 알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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