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시 데이커스(Lucy Dacus) 토론토 공연
밖에서 기다리다가 난생 처음으로 머리에 비둘기 똥을 맞았고 그걸 까먹고 계속 손으로 머리를 쓸어 넘기다가 식겁했고 부랴부랴 예매했던 티켓은 와보니 현장판매가 더 저렴했지만 2만 5천원에 루시 데이커스 공연의 콧구멍석을 차지할 수 있다는 건 신나고 짜릿한 일이다. 'My Mother & I'랑 'Night shift'랑 마지막 미발매곡(Thumbs)이 정말 좋았다. 루시 데이커스의 목소리는 참 포곤하고 슬프고 눅눅하고 묘하다. 공연을 본 후에 알게 된 사실은 'Lee's palace'가 내가 아는 분의 한국계 캐나다인 동창이 만든 곳이였다는 거다. 'Lee's palace'는 토론토를 배경으로 한 영화 스콧 필그림(Scott Pilgrim vs. the World)에 나오는 그 공연장이다.
공연 후 며칠이 지났는데도 루시 데이커스 공연의 잔상이 너무 짙었다. 이렇게 여운 길고 잔상 짙은 공연은 처음인 것 같다. 좋은 영화를 보고 나올 때 당장 상영관 입구로 돌아가서 다시 보고 싶을 때처럼 루시 데이커스 공연도 당장 비행기 타고 날아가서 다시 보고 싶을 정도였다. 내 앞에 있던 사람이 미국에서 공연보고 바로 토론토로 날아왔다더니 왜 그랬는지 너무 잘 알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