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작일기] 1. 저를 받아주십쇼

by 지인


2022년 딱 이맘때 였던 것 같다.


3년 전 이맘때 보조작가를 시작하려고 서류를 줄창 돌렸다. 대학교 졸업 후 카페 매니저를 하는 중이었고 교육원 연수반을 수강 중이라 기초반만 수료한 상태였다. 다른 경력은 전무했다. 기승전결 카페, 한국방송작가협회 교육원 게시판을 부지런히 들락거리면서 구인공고를 골랐다. 사실 거의 고르지 않고 이력서를 다 넣었다. 가릴 만한 처지가 아니었다.


총 10군데에 이력서, 자기소개서, 단막 습작품(요구하는 곳에만 보냈다) 을 넣었고. 몇 주 안으로 답신이 왔다. 문자로 면접날을 통보받기도 하고 전화로 서류 합격 소식을 먼저 듣기도 했다. 10곳 중 5곳에서 연락을 줬다.


새가슴은 끝도 없이 부풀었고

김치국도 사발째 들이켰다.

이거 정말 위험한 신호였는데..


첫 번째 면접은 탈곡기마냥 탈탈거렸다.

두 번째 면접은 요란한 빈수레 밑천 털렸고

세 번째 면접은 두 번째를 거울 삼아 드디어 사람답게 면접을 보기 시작했고

네 번째 면접은 너무 가고 싶었던 제작사라 두 시간 일찍 도착해서 사시나무처럼 떨면서 면접 준비를 했었다.

다섯 번째 면접은 분위기가 좋았다.


네 번째 면접 본 제작사는 며칠 후 합격 연락을 받고 메인 작가님과 최종 면접을 한 번 더 봤는데, 블로그에 뭐라고 적었더라. 그래 밑동까지 다 까발려져 처참하게 다져진 양파가 되었다고 적었더라.. 하지만 처음 탈락 후 몇 주 뒤에 다시 보작 제안을 받았다.


최종 면접은 제외하고 5번의 면접 중 세 곳에서 합격 연락을 받았는데 정중히 고사한 곳이 한 곳. 타이밍이 엇갈린 곳이 두 곳이었다. 가고싶었던 제작사에서 합격 연락을 뒤늦게 받아 나는 다른 제작사로 가게 되었다. 다섯 번째 면접 본 곳이었다.


근무 시작날을 받고 메인 작가님과 처음 연락을 주고 받은 후 내 마음은.. 이거 뭔가 생각한 대로 흘러가는 게 아닌데.. 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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