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작일기] 2. 잘못 집어 든 초콜릿

by 지인


인생은 초콜릿 상자와 같다는 영화 <포레스트 검프>의 대사 몇 줄이 떠오른다.

우린 그 상자에서 어떤 걸 집게 될지 모르고 그에 따라 인생도 어떻게 달라질지 모른다고.

그렇다면 그때의 나는 2022년 이맘때의 나는 지독한 위스키맛 쪼꼬렛을 집어 든 게 틀림 없다...


너무 쓰고! 늘 취해있는 기분이었다니까!

보조작가의 바다는 거칠고 풍랑뿐이라는 걸 그 때 처음 알았다.


내가 투입된 드라마는 장르만 확정된 상태로 소재며 인물, 배경 등 정해진 게 없었다.

기본기 없는 20대의 보조작가가 어깨에 힘만 들어간 채로 덤벼드는 짓은 무모했다.

첫 과제로 칭찬을 받은 이후 나는 매일매일 낙제생이었다.

작가님은 매일 그건 당신이 요구한 게 아니라고 하셨고 나는 매일 쪼그라들었다.


일기에 적었던 기억을 더듬거려보니 이렇게 적었더라.


"잘되고 싶은 마음에 불순물처럼 끼는 이 시간이 혹시나

피가 되고 살이 되는 약일까 봐서 버리지도 못하겠고

너무 써서 삼키기도 싫다.


매일 뺨 맞는 기분으로 현실을 견디는 건 할 수 있는데.

사람을 견디는 게 늘 못할 짓이다."


교육원 기초반만 수료한 상태였으니 부족한 게 넘치도록 많았을 거고.

보작도 처음이니 자료조사며 이야기 소재 만드는 것도 제대로 해본 적이 없었고.

이런 나를 견디느라 작가님께서도 많은 부닥침이 있었으리라 짐작은 된다.


그러나 다시 돌아간다고 해도 그런식으로 배울 수는 없다.

아마 작가님께 나라는 보조작가도 잘못 집어 든 초콜릿이었을 것이다.

나는 잘못 집어 든 위스키 초콜릿을 삼키기 전에 뱉었다.

1달 반 만에 작가님께 정중히 안녕을 고했다.


이후 나는 내 평생 최악의 지지부진한 세월을 맞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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