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ojects and Companies - 샘 올트먼 (2015)
창업 초기에 누군가 우리 사업을 '프로젝트'라고 부를 때마다 은근히 불쾌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그 프로젝트는 어떻게 돼 가?' 라는 질문은 마치 우리를 진지하게 보지 않는 듯 느껴졌습니다. 우리에겐 모든 게 심각하고 진지했는데 말이죠.
시리즈 A로 500만 달러를 투자받고 나면 이런 말은 사라질 거라 생각했지만, 전혀 그렇지 않았습니다. '사람들이 우리를 회사라고 부르기 시작할 때, 비로소 성공한 걸까?'라고 생각하던 시절이었죠.
하지만 지금은 정반대로 믿고 있습니다. 가능한 한 오래도록 스스로를 회사가 아닌 프로젝트로 생각하고, 그렇게 불리는 게 훨씬 낫습니다. '회사'라는 단어는 뭔가 무겁고 진지해 보입니다. 스스로를 회사라고 생각하기 시작하면, 진짜 그렇게 행동하게 됩니다. 제품을 만드는 일보다 변호사, 컨퍼런스, 재무 등 '회사가 해야 할 일'에 더 많은 시간을 쓰기 시작하죠.
하지만 이것이야말로 좋은 아이디어를 망치는 가장 빠른 길입니다.
반면, '프로젝트'에는 기대치가 거의 없습니다. 대체로 인원도 적고 자본도 적기에, 유연성과 집중력이라는 장점을 함께 얻을 수 있죠. 회사는 시작부터 기대치가 높고, 특히 자본과 언론 노출이 많을수록 더 위험해집니다. 가장 나쁜 건, '이건 회사야, 취미가 아니야'라는 생각에 약간 미친 듯한 아이디어는 시도 조차 하지 않게 된다는 겁니다.
하지만 '프로젝트'는 다릅니다. 실패하더라도 아무도 신경 쓰지 않기 때문에, 진짜 좋은 아이디어에 도전할 가능성이 훨씬 높습니다. 실제로는 뻔하지만 그럴듯해 보이는 쓰레기 같은 아이디어를 택할 확률도 훨씬 줄어들죠. 프로젝트일 때는 오랜 시간 동안 실험을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회사가 되면, 시계가 똑딱거리기 시작하고 세상은 결과를 요구합니다.
물론 이게 프로젝트의 위험이기도 합니다. 어떤 사람들은 그걸 핑계 삼아 제대로 일하지 않기도 하니까요. 외부 압박 없이도 스스로 몰입하고 일할 수 있는 자기 규율이 없다면, 프로젝트는 게으름의 면허가 될 수 있습니다.
대부분의 훌륭한 회사들은, 처음에는 별로 대단하지 않아 보이는 아이디어에서 출발합니다. 그들은 '프로젝트'로 시작했고, 때로는 너무 하찮아 보여서 '회사'라고 불렀다면 스스로 시도하지 않았을 아이디어였습니다. 구글, 야후는 대학원생의 프로젝트였습니다. 페이스북은 마크 저커버그가 대학 2학년 때 만든 사이드 프로젝트였고, 트위터는 전혀 다른 일을 하던 회사 내 엔지니어 한 명이 만든 실험적인 프로젝트였습니다. 에어비앤비는 월세를 벌기 위해 시작한 부업이었죠.
이 모든 프로젝트들은 나중에 진짜 '회사'가 되었습니다. 처음에 별로인 것처럼 보였지마, 시간이 지나며 진짜로 좋은 아이디어로 증명된 것들입니다. 이게 바로 '성공의 마법 공식'이죠. 그런데 다들 너무 빨리 '회사를 만들려는' 조급함 때문에, 이런 마법 같은 아이디어들이 사라지기도 합니다.
외부의 기대, 그리고 자기 자신에 대한 기대는 늘 존재하고, 아주 교묘하게 압박을 줍니다. 그러다 보면 결국 아이디어가 망가지죠.
진짜 좋은 회사들은 대개 프로젝트로 시작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