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완전한 것을 쓰다

by 이면

사각사각, 대충 휘갈겨 쓴 수많은 메모들

급하게 머릿속에 떠오른 문구들을 재빨리 기록한다



그때가 지나면 다시는 기억해 낼 수 없는 것이 있다

순간, 0.1초도 안 되는 때에 머릿속에 그려지는 그림들



휘릭휘릭 불어오는 바람, 피어오르기 시작한 이파리들, 나는 잔디밭 위에 누워있었다.

아, 오늘은 날씨가 너무 좋아서, 이렇게 시간을 보내고 싶다


소나무 밑에 누워 있으면, 강렬한 태양을 피할 수 있어서 좋다

고개를 드니 구름이 저만치에서 흘러간다.


쭉-

멍을 때리다가 문득 정신이 든다

이럴 시간이 없는데! 빨리 마무리를 지어야 하는 일이 있는데!



눈을 감았다가 뜨니 다시 현실로 돌아온다

나는 책을 읽다가 몽상에 빠져든 것이다



무슨 일인가 싶었는데, 분명히 날씨가 괜스레 좋아서일 거다.

야외, 편의점이나, 공원에 있을 것만 같은 의자에 앉아 있었다



시간은 다행히 많이 흘러가지 않았다

다시 책을 펼쳐든다.

스륵 스륵 책을 한 장 두 장 넘긴다.

한참 동안 글을 읽는다



그러다가 생각이 든다.

오늘 미팅이 있는데, 자료 숙지는 언제 하지?

큰일 났다.



하지만, 내가 만든 자료를 기반으로, 미팅을 하는 것이기 때문에 큰 문제는 없다.

세부사항에 대한 논의가 필요해, 이면지에 여러 가지 질문들을 끄적거린다.



이것도 저것도 완벽한 것이 없었다

완벽하지 않으면 불안해지는데, 늘 완벽할 수 없었다.

방법이 없을까 생각했다

많이, 여러 번



그러다 드는 생각이 있었다.

“불완전한 것이라도, 괜찮지 않을까?”

모든 일이 그러했다



아침에 알람을 못 듣고 늦게 일어났을 때

미팅에 대해 늦게 자료를 공부하는 것도

친구가 갑자기 놀러 오는 것도

하지 않던 일을 해보는 것도

사고 싶은 물건이 다 팔렸던 때도



생각해 보면, 완전한 것 따위는 많이 없었다

내가 하고자 하는 것들을 모두 이룰 수는 없었다

그래도, 괜찮은 걸까?



인생은 언제나 불완전한 거였다

나는 이 사실을 너무 늦게 알았으려나.



그래서 이것들을 더 이상 미워하지 않기 위해

또 세상의 불완전한 점을 찾아 나선다

나도 이렇듯, 당신도 그런 거겠지

생각한다



또 하루가 가버린다

그래도 괜찮을 거야


라고 내 마음이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