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와 여행

by 이면

생각해 보면 저는 여행을 좋아하는 것 같습니다

어릴 적부터 늘 어디론가 떠나고 싶었어요



내가 있는 이곳이 아니라면 어디든 좋아.

이런 마음이 가슴 한편에 있었지요



저는 태어날 때부터 이사하기 전까지, 바닷가 주위에 있던 한 아파트에 살았습니다

친구들과 자전거를 타고 바닷가 주변 공원으로 가던 기억이 있습니다



어릴 때 친구들과 바다를 놀러 가본 기억은 없으나, 늘 바닷바람을 맞으며 어린 시기를 보냈지요

그때는 어디론가 떠나고 싶다는 마음이 없던 것 같아요



초등학교 3학년 즈음, 이사를 오고 나서, 바닷가와 멀어졌습니다

그때부터였나?

답답한 감정이 마음에 쌓이기 시작했습니다



이사한 집에서 서쪽으로 노을이 지는 게 보였는데, 늘 산 너머로 내려갔습니다

그 산을 넘어서 석양을 봐도, 또 다음 산 너머로 내려갔습니다



저는 왠지 그게 싫었던 것 같습니다

바다 주변에 살 때에는 항상 수평선 너머로 노을이 졌기 때문이었나 봐요

제 기억의 어딘가에 그런 노을이 지는 장면이 각인되어 있는 걸까요?



어렸을 때부터 산과 바다 중 고르라면, 늘 바다였습니다



먼바다에서 불어오는 바닷바람과, 굽이치는 파도, 잘 정리된 모래사장에 누워서 저 멀리, 붉은 하늘과, 푸른 바다로 떨어지는 태양을 바라보는 시간은, 세상 무엇과도 바꿀 수 없지요.








나이가 들어서, 어른이 되고, 다시 제가 살았던 동네로 찾아가 보았습니다

변한 것은 크게 없었지요.



저와 친하게 지냈던, 친구들과 동생들은 잘 지내고 있을까요?

휴대폰이 없던 시절이라, 연락처 교환을 못해서 평생 만날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이름은 준표와, 현민이었나?

왜 그들과 친하게 지냈는지는 기억나지 않으나, 행복했던 기억으로 남았지요.



다시 와서 보니, 바다가 생각했던 것보다 아주 가까웠고, 늘 아빠와 갔던 천냥시장은 생각보다 거리가 있었습니다



그때는 잘 몰랐던 김대중 전 대통령 공부방도 보고 왔습니다



주변을 걸었습니다

유달산은 아름다웠고, 진지는 웅장했습니다

근대 역사 문화공간, 아주 깨끗하고 아름다운 거리라고 느꼈습니다



다시 이곳에 오기까지는 십여 년이 넘는 세월이 필요했습니다

내 어릴 적 기억이 모두 담겨있는 곳.



앞으로 몇 번 더 그곳을 방문할 수 있을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아쉬운 마음이 드는 건 어쩔 수 없나 봅니다







저는 바다가 좋습니다

첫 유럽여행인 스페인과 포르투갈에서, 아쉬운 것은 바르셀로나 해안을 못 가본 것이고, 너무 좋았던 것은 포르투 항구에 가서 일렁이는 파도를 본 것과, 리스본 에두아르드 7세 공원에서 바다와 도시의 전경을 한눈에 담았던 순간이었습니다



이후에 독립할 때에 다른 지역으로 가게 된다면, 바다와 가까운 곳이었으면 좋겠습니다



낚시는 하지 않지만, 물결을 보는 것은 너무나도 좋고, 바닷바람을 맞으며 생각을 정리하면, 마음이 개운해지는 느낌이 들거든요.



언젠가 또 여행을 떠날 것입니다.

마음속에 이끌림을 따라서.

그곳에는 바다가 있으면 좋겠습니다



나를 바다에게 모두 주고 싶어요.

나의 인생이 끝난 이후에도, 할아버지처럼, 바다가 보이는 곳에, 묻히기를.



바라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