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ax 재상영으로 지브리 영화를 여러번 보았다
ott로 보는 영화에 비해서 집중력이 높았기에 보는데 문제가 있지는 않았다
휴일에 보는 것과, 근무 이후에 보는 영화의 차이가 있었는데, 근무 후에는 지쳐서 온전하게 집중하지 못하는 문제가 있었다
그것을 제외하면 큰 문제는 없다
아니 없어야만 했다
나는 지브리 특유의 제작 방식과 느낌이 좋았다
하지만, 푸른 초원을 보아도, 아름다운 바다가 나와도, 유럽식 건축양식과, 그리스- 프라하를 섞어놓은 도시를 보아도, 예전 같은 느낌이 안 들었다
문제는 작품이 아닌 나에게 있었다
나이가 들어 작품을 온전히 받아들일 수 없다는 것이었다
지브리는 주로 여성 캐릭터가 주연인 경우가 많은데, 명량하고 밝은 캐릭터도 있는 반면, 소심하고 신중한 캐릭터도 많다
이번에 보았던 마녀배달부 키키는, 전자였다
마녀는 나이 13이 되는 마녀수업이라는 일종의 홀로서기 과정을 거친다
마녀라면 누구나, 그 나이가 되면 부모의 품에 벗어나서 먼 도시에서 혼자 어려움을 헤쳐나가야 하는 시함을 치뤄야 하는 것이다
키키는 수업을 떠난다.
정착한 항구도시에서, 도시 사람들의 차가움을 알게 된다, 그러다 빵집의 은인을 만나게 되고, 우연한 만남으로 좋은 사람들을 사귀게 된다
이것들은 현실에서 보기 어려운 장면이었다
모르는 사람의 차를 타도 되는가?
모르는 사람의 친절을 전부 수용해도 되는가?
선의를 베풀어 모르는 사람을 위해 내 시간을 써도 되는가?
타인이 주는 선의를 첫인상이 안 좋았다는 것만으로 무시해도 되는가?
집세 없이 일만 도와주며 누군가의 집에서 신세를 져도 되는가?
이런 생각을 하게 된 나는, 그 작품을 받아들이기 어려웠다
작중에서 어른들은 옮은 소리를 한다
- 마을에서 날면 안 된다
- 미성년자는 부모의 동의 없이 호텔에서 숙박할 수 없다
- 함부로 타인의 울타리를 넘어서는 안된다
나는 이 작품을 보며, 어린 키키보다, 작중에 나오는 어른들의 말이 더 이해가 되었다
하지만 키키의 말과 행동이 이해되지 않는 것은 아니었다
그녀는 아직 어렸으며, 미숙했다, 자기감정을 잘 알지 못하며, 세상의 벽과, 사회의 차가움을 잘 몰랐다
하나, 그녀는 포기하지 않고 나아간다
자기 능력을 잃을 뻔할 때에도, 비가 와서 배달하기 어려울 때에도, 최선을 다해서 할 수 있는 일을 한다
나는 그런 그녀를 보고, 멋지다고 생각했다
어려움을 이겨내고 성장하는 스토리는 어느 제도권에서도 먹히는 주제다
지브리에는 쾌활한 웃음을 가진 여인들이 많이 나온다
남녀평등이 없던 사회에서 그것은 큰 반향을 일으키지 않았을까?
현실은 그렇지 않았으나, 당시의 여성들은 이런 작품들을 보며 희망을 가지게 되었을 것이라 생각한다
지브리를 포함한 일본 애니메이션에서는 의미 없이 웃는 장면이 연출되는 경우가 종종 있다
그것은 순수함을 잃어버린 어른들에게 보내는 메시지 따위가 아니었을까?
당신들도 옛날에는 이랬을 것이라고,
서로의 얼굴만 봐도 재미있었던 때가 있었다고.
나는 지브리 영화를 극장에서 볼 때마다 생각하고는 한다.
내가 더 어렸을 때에, 뭘 더 몰랐을 때에, 이 영화들을 극장에서 보았다면 어땠을까? 하고.
나도 그 순수했던 어린 시절로 돌아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면, 눈을 잠시 감았다 떠본다
그 찰나의 순간 과거의 나를 생각한다
“네가 되고자 하는 것은 못 되었지만, 하고자 하는 것들은 조금씩 이루고 있어”
과거의 나에게 말하고, 다시 발걸음을 딛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