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이 계획대로 흘러가지 않아도_30화

by 무우지렁이

※ 공모전 출품을 목표로 집필 중에 있습니다. 중간중간 편집/보완되며 내용이 수정될 수 있습니다.


'설 연휴 첫날과 설날, 이틀 쉽니다.'


설 연휴 첫날, 혹시나 하는 마음에 간 치킨집은 역시나 문이 닫혀있었다. 그대로 집으로 가기에는 뭔가 아쉽다. 유리는 밥이라도 한끼 해결하고 가기 위해 문을 연 가게를 찾아봤지만 소용없었다.


'너밖에 없구나.'


한참을 헤메던 유리는 도시락을 사먹을 요량으로 365일, 24시간 영업하는 편의점으로 향했다.


편의점에 도착하자 입구 앞 행사 매대에 가지런히 놓인 인스턴트 떡국이 눈에 띈다. 유리는 인스턴트 떡국 하나를 손에 들고 고민했다.


'떡국 먹을까....'


고민하던 유리는 그래도 인스턴트 떡국보다는 도시락이 낫다 판단, 떡국을 내려놓고 도시락 코너로 갔다.


그런데 도시락 코너가 텅텅 비어있다.


"하아."


유리는 한숨을 한 번 내쉬고는 다시 행사 매대로 가 인스턴트 떡국을 하나 집어왔다.


"계산됬습니다."

"수고하세요."




유리는 떡국 레시피대로 떡국을 만들었다.


비닐에서 떡국 떡을 꺼내 용기에 담고, 그 위에 가루와 건더기를 뜯어 넣고, 뜨거운 물을 표시된 선까지 붓고 기다리면 끝이다.


잠시 후 뚜껑을 연 유리는 나름 떡국의 모양새를 갖춘 음식을 봤다. 동봉된 플라스틱 숟가락과 비슷한 퀄리티이다.


그래도 기왕 만든 것, 아까운 마음에 떡국 떡을 한 입 떠 입에 가져가 씹어봤다. 너무 단단하게 말랐던 떡을 뜨거운 물에 잠시 불린 탓인지, 상상하던 떡국의 쫄깃함은 아니다.


입 안에서 톡, 톡 잘리는 떡에 실망한 유리는 국물을 마셔봤다. 역시나 깊은 맛은 없다.


적당히 때운 한끼에 속이 상했다.




즐거운 명절 연휴 3일 중 이틀을 어영부영 보낸 유리에게는 이틀을 만회할 하루가 남았다.


"쏴장니임!!"


유리가 치킨 집 문을 열며 큰 소리로 사장님을 불렀다.


"어이쿠, 유리구나. 명절은 잘 쉬었니?"


사장님께서 밝게 유리를 반겨주셨다. 유리는 입을 삐쭉 내밀고 볼멘소리를 했다.


"쏴장님이 문을 안 열어 주신 덕에, 많이 심심했다구요오오~."

"하하하. 나도 명절 이틀은 쉬어야지. 그래도 오늘은 문을 열었잖니."


사장님께서 대답하시고는 화제를 바꾸셨다.


"오늘은 떡국거리를 챙겨왔단다. 우리 유리 설날인데 떡국은 먹었니?"

"먹긴 먹었는데, 맛 없었어요. 사장님표 맛있는 떡국 먹고 싶어요!"

"좋아. 금방 만들어주마."


사장님께서 주방으로 가셨다. 유리는 주방 근처 테이블에 앉아 연휴 첫날에 치킨 집에 다녀갔던 일, 편의점에 도시락이 없었던 일, 어쩔 수 없이 인스턴트 떡국을 샀는데 맛이 없었던 일, 이틀 동안 대충 때우고 심심했다는 등의 일들을 조잘거렸다.




유리가 떠드는 사이 정말 떡국이 금방 완성되었다.


"자아, 이번에는 제대로 된 떡국이다."


사장님께서 큰 그릇에 담긴 떡국을 두 그릇 내려놓으셨다.


역시 사장님의 떡국은 다르다. 김이 모락모락 피어나는 깊고 뽀얀 국물 안에는 크기는 물론이고 테두리에서 느껴지는 말랑말랑함이 돋보이는 떡국 떡이 떠있다. 그 위로 고소한 김가루와 소고기, 계란 고명과 송송 썰어 올린 푸른 대파가 색채적 조화를 이루었다.


냄새는 또 어떠한가. 따뜻한 김을 타고 유리의 얼굴을 감싸는 참기름의 고소한 향까지, 모두 유리의 입맛을 돋구기에 충분했다.


유리는 떡국 떡을 한 숟가락 가득 퍼 대충 후후 분 뒤에 '와앙'하고 입 안에 넣었다.


"앗, 뜨뜨뜨."

"천천히 먹으렴."


유리는 불을 뿜는 용처럼 입에서 김을 뿜어내며 첫 숟가락을 먹었다. 많이 뜨거운 와중에도 쫄깃한 떡과 고소한 참기름, 부드러운 소고기와 계란 지단이 입 안에서 춤을 춘다.


이번에는 뜨끈한 국물을 한 숟가락 퍼 호록 마셔봤다. 진하고 따뜻한 육수의 구수함이 온 몸에 퍼지며 이틀 동안 괜히 삐졌던 마음이 사르르 녹았다.

그릇에 숟가락이 닿는 소리와 떡을 씹고 국물을 마시는 소리만이 치킨 집을 메웠다.


점점 먹기 좋을만큼 식어가는 떡국을 먹으며 유리의 입가에 행복한 미소가 절로 지어졌다.


유리는 왜인지 올해는 모든 일이 잘 풀릴 것 같은 예감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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