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공모전 출품을 목표로 집필 중에 있습니다. 중간중간 편집/보완되며 내용이 수정될 수 있습니다.
다음날, 유리는 일부러 침대에서 미적거렸다. 창문으로 들어오는 햇살에 눈이 부셔 더 이상 누워있을 수 없을 때까지 괜히 폭신한 이불속에 누웠다.
유리는 마침내 더는 누워있을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을 때에야 몸을 일으켜 아침을 차렸다.
오늘의 아침은 참치와 김과 즉석밥이다. 고소한 참치를 밥에 얹어먹거나 바삭 짭조름한 김을 밥에 싸서 먹는 것도 맛있지만, 참치를 얹은 밥을 김에 싸 먹으면 가히 집에서 해 먹을 수 있는 최고의 식사가 된다.
그렇게 간단히 요기한 유리는 먹은 것을 치우고, 화장실로 가 따뜻한 물을 먼저 틀어둔다.
샤워기에서 나오는 찬물이 따뜻한 물로 바뀐 것을 확인한 유리는 샤워를 위해 옷을 벗었다. 살을 에는 추위에 몸에서 김이 모락모락 난다.
후딱 샤워기를 들고 몸을 동그랗게 웅그린 채 따뜻한 물로 몸을 녹인다. 몸이 어느 정도 녹고 나면, 머리를 감고 양치를 하고 세수를 하고 몸을 씻는다.
샤워가 끝나고 이번에는 정말 따뜻해서 김이 모락모락 나는 몸으로 화장품을 바르고 여유롭게 머리를 말린다.
오늘은 무엇을 입을까? 옷장을 뒤적여 가장 아끼는 셔츠와 청바지 꺼내 입고 코트와 목도리를 두른다.
그렇게 유리는 자전거를 타고 시내로 나갔다.
한겨울의 눈기운을 품은 차가운 공기가 뺨을 스치고, 반짝이는 햇살의 따스함에 눈이 부시다. 배달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느꼈던 촉박함과 살아있음을 느꼈던 것과는 다른, 여유로운 상쾌함이 유리의 마음을 어루만졌다.
유리의 자전거는 일전에 아르바이트했던 고양이카페 앞에서 멈췄다.
"안녕하세요."
"어머, 유리 왔구나."
유리가 먼저 밝게 인사하자, 고양이 카페 사장님께서도 유리를 반겨주셨다.
"놀러 온 거야?"
"네."
"유리는 입장료 안 받을게. 뭐 마실래?"
"앗, 감사합니다. 그러면 아메리카노 부탁드려도 될까요?"
"아메리카노 오케이~."
카페 사장님과의 짧은 대화 후, 유리는 고양이 카페 한쪽 벽면에 자리했다.
아직은 고양이들이 낮잠을 자는 시간인지, 대부분의 고양이들이 캣타워와 방석 위에서 낮잠을 즐기고 있다. 유리도 테이블에 엎드려 고양이들을 눈으로 하나하나 훑었다. 한가로운 고양이들의 모습을 보며 긴장되었던 마음이 풀리는 것을 느꼈다.
"아메리카노 나왔어."
카페 사장님께서 유리가 앉은자리에 아메리카노를 놓아주시고 자리를 뜨셨다.
유리는 아메리카노를 한 모금 마신 후, 다시 테이블에 엎어졌다. 고양이들의 여유에서 오는 노곤함일까. 따뜻한 공간에 녹는 것일까. 유리도 노곤노곤 또다시 잠이 온다.
유리가 깜빡 잠이 들려던 찰나, 보드란 털뭉치가 유리의 얼굴을 비비는 것이 느껴졌다. 나른하게 눈을 떠보니 노란 고양이가 유리의 얼굴에 자신의 얼굴을 비비고 있다.
"귀여워!!"
유리가 소리를 지르자, 노란 고양이가 놀라 후닥 달아났다. 다른 고양이들도 아치형으로 등을 구부리거나 반대로 다리를 앞으로 뻗으며 기지개를 켰다.
그리고 일부는 자기 자리에서 다시 잠을 청했고, 일부가 유리의 테이블 근처로 모여들었다.
"귀여워어어어......!"
유리는 작은 목소리로 속삭였다. 하얗고 짧은 털의 터키시 앙고라 고양이는 유리의 곁에서 다시 동그랗게 몸을 말고 잠을 청했고, 하얀 바탕에 얼굴에 너구리 무늬가 있는 렉돌은 유리의 무릎에 올라왔다. 그리고 노란 고양이가 다시 테이블 위로 올라와 식빵을 구웠다.
세 마리의 고양이들이 단체로 '골골골골....' 소리를 냈다. 유리는 사장님께 조용히 물었다.
"고양이들이 골골거리는데 아파서 내는 소리인가요?"
사장님이 멀리서 빙긋 웃으시며 대답해 주셨다.
"골골 송이라고 하는 건데, 지금 상황에서는 좋아서 내는 소리일 거야."
'고양이가 무려 세 마리나 내 곁에서 좋아해 주다니.'
유리의 얼굴에 크게 웃음꽃이 폈다. 유리는 옆에서 동그랗게 몸을 말고 있는 터키시 앙고라를 조심스레 쓰다듬어줬다.
'골골골골골골골'
터키쉬 앙고라의 골골 송이 우렁차졌다. 유리는 한껏 기뻐하며 이번에는 무릎의 렉돌을 쓰다듬었다.
'골골골골골골골골골'
이번에도 역시나 소리가 커졌다. 유리는 마지막으로 테이블 위의 노란 고양이를 끌어안고 고양이의 몸통에 귀를 가만히 댔다.
'골골골골골골골'
조용하지만 힘찬 골골 합주에 마음이 편안해졌다.
"아, 좋다...."
유리는 한숨을 내뱉듯 말했다. 쉴만한 아는 곳이 고양이 카페뿐이라 이곳으로 왔던 유리였다. 하지만 스스로에게 주는 선물로 충분히 넘치는 선물을 한 것 같아 기쁜 유리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