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영업자의 눈물 03.
오늘을 살아가는 대한민국 엄마, 아빠 자영업자들의 아픔을 같이 공유합니다.
모든 이야기는 실제 자영업자들이 겪었던 실화를 재구성한 이야기로 대한민국의 모든 엄마, 아빠들에게 바칩니다.
자영업자의 눈물 03.
영원히 잊지 못할 엄마의 생일
형편이 어려워서 다니던 대학을 그만 두고 조그만 온라인 광고회사에서 막내 직원으로 이런 저런 잡다한 일을 다 하고 있다. 아빠가 지병으로 앓다가 돌아가셔서 병원비 때문에 남겨 놓은 돈도 없지만, 돌아가시기 전에 엄마에게 절대 음식장사는 하지 말라고 신신 당부를 하셨다. 여자 혼자 음식장사 하는 게 녹록치 않다고 절대 하지말라고 눈물 흘리던 모습이 아직도 선 하다.
아빠가 돌아가시고 2년, 엄마는 식당 파출부일을 하며 악착 같이 돈을 모았고, 일하시던 종로 낙원상가 근처의 조그만 전집을 좋은 조건으로 인수하셨다. 사장님 부부가 연로하셔서 이제 은퇴를 하시면서, 엄마를 좋게 보셔서 좋은 조건으로 넘기고 나가셨다. 엄마는 나하고 남동생은 절대 가게에 나오지 못하게 하셨다. 행여 나도 이런 힘든 일을 하게 될까 내심 걱정이신 모양이다.
오늘은 엄마 생신인데 아침부터 돈 문제 때문에 엄마랑 다투고 짜증을 내고 집을 나선 게 마음에 걸린다. 그래서 오늘은 회사 끝나고 얼른 엄마에게 달려가서 가게 일도 도와드리고, 조금 일찍 가게를 닫고 집에서 엄마 생일 케익이라도 자를 계획을 했다.
“엄마, 아침에 미안했어, 내가 잘못 했어.”
“너 가게 나오지 말라니까 왜 왔어~?” 엄마는 나를 내심 반기면서도 미안해하는 모습이었다.
“응, 오늘 엄마 생일이잖아. 그래서 내가 엄마 도와주고, 우리 가게 조금 일찍 닫고 빨리 들어가자! 생일파티 하자!”
“엄마가 가게 조금 일찍 닫고 들어갈 테니까, 너는 먼저 집에 들어가!”라며 엄마는 애써 나를 집으로 보내려 하고 있었다. 그래도 오늘은 엄마를 돕기로 마음먹었다.
전, 부침류와 막걸리, 소주가 주 메뉴이고, 위치가 위치라서 그런지 손님들은 은퇴하고 근처 공원에서 시간을 보내는 노인 분들이 대부분이었다. 가게가 워낙 작아서 금세 테이블이 꽉 차버렸다. 엄마하고 나, 그리고 일 도와주시는 이모님 이렇게 3명이 오늘 저녁에 같이 일을 했다. 어르신들이 귀가 잘 안 들리시는 지 아니면 술 때문인지 모두 싸움하는 것처럼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고 있었다. 한 참을 혼이 쏙 빠지도록 이리 뛰고 저리 뛰고 있는데, 갑자기 혼자 온 어느 노인의 큰 고함 소리가 들렸다.
“아니, 내가 삼촌 같아서 그러지!”
가게가 떠나갈 정도로 큰 목소리였다. 무슨 일인가 그 쪽을 보니, 그 노인이 엄마의 손목을 강하게 쥐고 있었고 엄마는 무척이나 당황한 모습이었다.
“아니, 앉아서 막걸리 한 잔 따라주라니까 그게 그리 어려워? 내가 삼촌 같고, 자네가 조카 같아서 이뻐서 그런건데, 이게 뭐여~”
그 노인의 황당한 태도에 피가 머리까지 올라오는 것이었다. 엄마는 내가 지켜보고 있기에 더욱 무안하고 어쩔 줄을 몰랐던 것이다. 엄마는 50대 초반의 나이지만 누가 봐도 40대 초중반으로 보이는 동안이었다. 70은 되어 보이는 노인을 뺨이라도 한 대 후려 갈기고 싶었다.
“어르신, 그냥 따라서 드세요. 저희는 그런데 아니에요” 엄마는 당황한 기색이 역력한 채로 나의 눈치를 살피며 떨리는 목소리로 사정을 했다.
“그런데가 어디여? 그런데가 뭔데? 막걸리 한 잔 따르라니까 그게 그렇게 힘들어?”
오히려 더욱 역정을 내는 노인의 모습을 더 이상 지켜 보고만 있을 수가 없었다. 내가 그쪽으로 가서 그 노인에게 소리쳤다.
“영감님, 나이 처먹었으면 곱게 처먹어. 어디서 개수작이야. 나이 어린년한테 더러운 꼴 보기 싫으면 조용히 처먹고 꺼져, 씨*”
이미 사태는 선을 넘어 버렸다. 그 노인은 손녀 뻘인 나에게 욕을 얻어먹고 테이블을 뒤집어 엎어 버리고 난리가 났다. 엄마와 주방 이모는 비명을 지르고 울고 불고 난리가 났다. 결국 옆 테이블의 다른 사람들이 말려서 그 노인은 내보내고 난 장판이 된 가게를 보며 엄마와 나는 부둥켜안고 울음을 터뜨렸다.
“그러게 가게 나오지 말라니까, 왜 가게 나와서 이런 험한 꼴을 봐?” 엄마는 하염없이 흐르는 눈물을 닦으며 흐느꼈다.
“엄마, 이 가게 당장 팔아버려! 이게 무슨 꼴이야!” 나는 아무런 대책도 없으면서 엄마에게 역정을 냈다.
“이 년아, 이 가게라도 있으니까 동생 학교 보내고 우리가 입에 풀칠이라도 하고 사는 거야” 엄마는 한없이 대성 통곡을 했다.
엄마에게 너무 미안했고, 떠나버린 아빠가 너무나 야속했다. 그리고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내 자신이 너무 초라하고 미웠다. 엄마를 기쁘게 해 주려고 했던 생일 계획은 이렇게 눈물 바다로 끝나고 말았다.
“엄마, 미안해, 그리고 사랑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