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영업자의 눈물 02.
오늘을 살아가는 대한민국 엄마, 아빠 자영업자들의 아픔을 같이 공유합니다.
모든 이야기는 실제 자영업자들이 겪었던 실화를 재구성한 이야기로 대한민국의 모든 엄마, 아빠들에게 바칩니다.
자영업자의 눈물 02.
우리부부의 흔한 토요일 오후 풍경
여느 토요일과 다를 것 없는 토요일 오후 4시, 아직은 손님들이 많지 않아 가게도 조용하다. 요즘 이웃 가게 사장들도 다들 장사가 힘들어서 죽을 맛이라고 한다. 오늘은 또 어떤 하루가 기다리고 있을지 하루하루가 폭풍 전야 같다.
가게 문이 열리고 큰소리로 대화를 나누는 중년 남녀가 들어왔다. 이미 얼굴이 벌겋게 취한 남자는 양복 차림이었고, 같이 동행한 여자는 등산복 차림이었다. 남자는 결혼식 간다고 나오고, 여자는 등산 간다고 나온 불륜 커플이다. 복장이 아니어도 호프집 몇 년에 돗자리 깔고 점집 해도 될 정도가 다 되었다. 느낌이 별로 좋지 않다. 기껏해야 나보다 대여섯 살 정도 더 먹었을 것 같은 아저씨가 초장부터 반말이다. 그래도 장사하는 사람이 죄인이라고 손님인데 어쩔 것인가?
“사장님, 우리 뭘 먹고 와서 배불러서 그러니까, 소주 1병 하고 노가리하고 뻥튀기 좀 많이 줘 바! 우리 여동생이 뻥튀기를 좋아해서 그랴~ 헤헤헤”
느끼한 아저씨는 나의 얼굴부터 몸까지 음흉한 얼굴로 훑으며 반말로 주문을 했다. 배부르다면서 공짜 뻥튀기 안주는 많이 달라는 심보는 뭐 란 말인가?
“아, 예감이 안 좋다”
두 시간 넘게 큰 소리 떠들어대서 주변 젊은 손님들도 빨리 나가고 손님도 들어오지도 않았다. 결국 노가리 1개에 소주 3병, 그리고 뻥튀기 4번 리필 … …
“어이~ 우리 사장님, 우리 여동생이 요 앞에 시장 골목에서 파는 닭발이 먹고 싶다고 해서 그래. 그것 좀 사다 줘 봐~ 응?”
나는 차오르는 분을 참으며, 억지웃음을 지으며 대답했다.
“손님, 죄송한데 저희가 자릿세 내고 장사하는 가게인데 그건 좀 곤란하구요. 그리고 지금 가게를 비우고 나갈 수가 없어서요. 죄송합니다”
도대체 내가 왜, 뭐가 죄송해야 한다는 건가 자괴감이 들었다.
불륜녀 앞에서 맘껏 호기를 부리고 싶었던 남자는 취기까지 올라와 더욱 대담해진 것 같았다.
“아이 씨*, 뭐 동네에서 장사하면서 이렇게 딱딱하게 굴어. 손님도 몇 없는데 잠깐 나가서 사 오면 되지”
옆에서 여자가 얄밉게 거들었다.
“오빠, 이러니까 장사가 안 되는 거야. 기본이 안 됐잖아, 기본이. 그러면서 무슨 장사를 한다구, 어이없어서”
큰 소리가 오고 가니 무슨 일이 있나 하고 주방에 있던 남편이 나와서 내게 뭔 일이냐고 자초 지종을 물었다. 나는 아무것도 아니라고 빨리 들어가라 재촉했다.
그때 술 취한 남자가 다시 입을 열었다.
“아이 씨* 답답한 양반들이네. 뭘 그렇게 복잡하게 생각해. 그냥 손님 잘해주면 내가 친구들 몰고 또 올 텐데 말이야. 한심하게.. 내가 누군지 몰라? 이 동네서 내가 누군지도 모르고 무슨 장사를 해”
결국 듣다 못한 남편이 돈 안 받을 테니 나가라고 했다. 결국 말싸움이 격해지고 그 남자는 테이블에 있던 빈 소주병을 바닥에 내던져 산산조각 내버렸다. 보다 못한 나는 112로 신고를 했다. 급기야는 경찰이 오는 사단이 났다.
경찰이 사건 경위를 조사한다고 이것저것 우리 부부와 그 사람들에게 질문을 했다.
“선생님, 그런데 두 분은 관계가 어떻게 되세요?” 라며 그 남자에게 물었다.
“그건 왜 물어봐? 사촌 여동생이야.” 라며 겸연쩍어하며 답했다.
“아니요, 저희가 조서 쓸 때 다 필요해서 그렇습니다”라며 경찰관이 답했다.
“사촌 여동생 같은 소리 하고 앉아 있네. 어디서 돈 없는 불륜들 주제에~” 참다못한 내가 옆에 남편도 있고 경찰들도 있어서 용기를 내어 받아쳤다.
“야~ 너 지금 뭐라고 했어? 어디서 손님한테 반말이야?” 뜨끔했는지 불륜 아니란 소리는 못하고 내가 반말했다며 트집을 잡았다.
결국 또 하나의 토요일은 이 사건으로 얼룩지고 기억하고 싶지 않은 기억으로 남았다.
장사를 시작한 죄가 이렇게 큰 것인지, 매일 하루하루 죄인처럼 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