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오잘 Jun 29. 2024

57. 길을 찾는 사람들에게

오늘도 길을 걷는 당신과 나에게 응원을 보냅니다

나는 무진장 길을 헤맸다.   

   

1990년에 운전면허를 취득했다. 나의 두 번째 꿈이었던 사과장사해서 엄마 호강시켜드릴 계획이었다. 운전연습할 때 트럭을 겁 없이 몰아서 옆에 동행했던 기사님이 ‘이 아가씨 너무 무섭게 운전해요. 면허 주면 안돼요’ 하면서 장난을 치기도 했다. 나는 몇 년을 두고 두 번의 도로주행 연습을 했지만, 결국 2002년에 본격적으로 운전을 시작했다.    

  

두 번째 도로주행을 마치고도 집에서 오백 미터쯤 되는 공영주차장까지 한 달 이상 연습을 했다. 몇 주 동안은 공영주차장에 주차를 해놓고 버스를 타고 출근했다. 어느 날 남편이 조심해서 출근해보라고 해서 용기를 내어 사무실까지 운전을 시작했다. 한참 후 동료가 자기 집까지 태워달라고 했다. 운전을 하는데 동승했던 동료가 물었다.     


“왜 집에 가는데 삥 돌아서 가요?”     


“버스 타고 다니던 길이에요”     


“버스길 따라갈 거면 자가용은 왜 몰아요?”      


다음날 사무실에 가서 길도 모르면서 그 복잡한 수원역 로터리를 다른 차들이 비켜줄 때까지 기다린다면서 동료들의 놀림을 잔뜩 받았다. 한참 후에도 이천에 강의를 갔다가 신호가 없는 로터리에서 한참을 기다린다고 뒤 차 운전자가 내려서 나의 자동차 본네트를 탕탕 치면서 ‘좀 가라’고 화를 낸 적도 있다. 내 차를 타 본 최국장님도 답답하게 운전한다고 말했다. 터프하게 운전하는 동료는 베스트 드라이버라고 추켜세웠다. 나는 운전은 안전하게 하는 사람이 베스트 드라이버라고 조용히 말했다. 주차장 아저씨만 내가 안전하고 찬찬하게 운전한다고 칭찬했다.      


나는 길눈이 밝지 않다. 그래서 한번 간 길을 눈여겨 봐둔다. 지금도 낯설고 복잡한 쇼핑몰에 주차를 하면 주차한 위치를 사진 찍어둔다. 내가 고마워하는 것 중에 네비게이션이 당연 으뜸이다. 동서남북도 못 찾는 나를 전국 어디든 데려다주기 때문이다. 두 번째로 고마운 물건은 세탁기와 건조기다. 책을 읽을 시간을 두세 시간씩 벌어준다. 그럴 때마다 한나 아렌트의 노동과 작업이 생각나서 세탁기를 쓰다듬으며 말한다.     

 

“탁기씨 고마워”     

 

나를 조금 아는 사람들은 내가 귀엽기도 하고 야무지다고 말한다. 나를 좀 많이 아는 사람은 눈물 많고 물러터졌다고 한다. 내가 생각하는 나는 귀엽기도 하고 느리고 때론 쓸데없이 꼼꼼하기도 하다. 그리고 은근히 나만의 고집이 있다. 오래전 북세일즈를 할 때 함께 일했던 동료미숙씨는 일 마치고 놀러 다니는 다른 동료들과 내가 다르다고 느꼈다고 하면서 이렇게 말했다.      


“언니는 마이웨이가 있지요”     


내가 걸어 온 길이 문득 생각났다. 무언가 생각할 때 이미지가 떠오르는 나는 원근법이 적용된 길이 생각났다. 진성리더십에서는 삶의 끌게라고 표현하기도 한다.      


나는 오늘도 길을 걷고 있다. 아주 어릴 적에는 어쩌다 보니 가출을 했었고 결혼해서는 억울해서 짧은 가출을 하기도 했다. 나의 의지를 가지고 가출을 한 것은 지난 4월 제주도 혼자여행 닷새가 처음이었다. 여행도 가출이다. 바깥으로 나가봐야 안이 잘 보이듯이 여행은 나를 돌아보게 되는 시간이다.  

    

나의 길을 찬찬히 돌아보아야 겠다. 내가 저자가 되는 자저전을 세 번 썼지만, 다른 시각으로 나의 삶을 정리해봐야겠다. 왜 내가 길을 찾는 사람들을 돕고 싶은 지...     



어느날 갑자기 길을 잃었다. 쉰 여덟의 내가 열 여섯의 나를 생각하면 눈물이 고이고 팔 다리가 부들부들 떨리는데, 그 어리버리한 정미는 얼마나 두려웠을까. 엄마는 얼마나 가슴이 무너졌을까. 다행히 같이 가출한 친구가 주소 없이 보낸 편지의 소인을 보고 우리엄마가 나를 찾으러 다. 어느 언덕에서 엄마랑 우연히 마주쳤다.      


‘엄마...’     


우리 엄마가 길 잃은 나를 찾아주셨다. 길 위에서 기적을 만났다.


그때부터 시작이었다. 나의 축복은.          


가지 않은 길

      -로버트 프로스트     


단풍 든 숲속에 두 갈래 길이 있었습니다

몸이 하나니 두 길을 가지 못하는 것을

안타까워하며, 한참을 서서

낮은 수풀로 꺽여 내려가는 한쪽 길을

멀리 끝까지 바라다보았습니다  

   

그리고 다른 길을 선택했습니다, 똑같이 아름답고,

아마 더 걸어야 될 길이라 생각했지요

풀이 무성하고 발길을 부르는 듯했으니까요

그 길도 걷다 보면 지나간 자취가

두 길을 거의 같도록 하겠지만요     


그날 아침 두 길은 똑같이 놓여 있었고

낙엽 위로는 아무런 발자국도 없었습니다

아, 나는 한쪽 다른 길은 훗날을 위해 남겨 놓았습니다!

길이란 이어져 있어 계속 가야만 한다는 걸 알기에

다시 돌아올 수 없을 거라 여기면서요     


오랜 세월이 지난 후 어디에선가

나는 한숨지으며 이야기할 것입니다

숲 속에 두 갈래 길이 있었고, 나는-

사람들이 적게 간 길을 택했다고

그리고 그것이 내 모든 것을 바꾸어 놓았다고     

     

새로운 길

            _윤동주   

   

내를 건너서 숲으로

고개를 넘어서 마을로

어제도 가고 오늘도 갈

나의 길 새로운 길     


민들레가 피고 까치가 날고

아가씨가 지나고 바람이 일고

나의 길은 언제나 새로운 길

오늘도 내일도    

 

내를 건너서 숲으로

고개를 넘어서 마을로

나의 길은 언제나 새로운 길

오늘도 내일도    

 

GOD

     

내가 가는 이 길이 어디로 가는지 어디로 날 데려가는지

그곳은 어딘지 알 수 없지만 알 수 없지만 알 수 없지만

오늘도 난 걸어가고 있네     


사람들은 길이 다 정해져 있는지 아니면 자기가 자신의 길을

만들어 가는지 알 수 없지만 알 수 없지만 알 수 없지만

이렇게 또 걸어가고 있네     


나는 왜 이 길에 서 있나, 이게 정말 나의 길인가

이길의 끝에서 내 꿈은 이뤄질까

무엇이 내게 정말 기쁨을 주는지 돈인지 명옌지

아니면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인지 알고 싶지만 알고 싶지만 알고 싶지만

아직도 답을 내릴 수 없네     


자신있게 나의 길이라고 말하고 싶고 그렇게 믿고 돌아보지 않고

후회도 하지 않고 걷고 싶지만 걷고 싶지만 걷고 싶지만

아직도 나는 자신이 없네     


나는 왜 이 길에 서 있나

이게 정말 나의 길인가

이 길의 끝에서 내 꿈은 이뤄질까     


나는 무엇을 꿈꾸는가 그건 누굴 위한 꿈일까

그 꿈을 이루면 난 웃을 수 있을까

지금 내가 어디로 어디로 가는 걸까     


나는 무엇을 위해 살아야 살아야만 하는가

나는 왜 이길에 서있나

이게 정말 나의 길일까    

 

이 길의 끝에서 내꿈은 이뤄질까

나는 무엇을 꿈꾸는가

그건 누굴 위한 꿈일까     

그 꿈을 이루면 난 웃을 수 있을까      



'나 배정미는 행복운동가로 길을 찾는 사람들에게 오잘리더십으로 행복지수 1%up!에 기여한다.'

    

나의 길을 걸으리. 찾으리.

오잘^^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