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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지미 Jul 26. 2020

소중한 나에게 먹이려고 요리하는 겁니다

혼자 해외생활과 자취를 오랫동안 하다 보니 생존을 위해 요리를 배우게 되었다. 스테이크를 구울 때 버터를 넣으면 풍미가 짙어진 다는 것도 알고, 캐나다에 살던 시절 자주 사 먹었던 치폴레를 야매로 흉내 내서 만들 줄도 안다. 요리를 잘하는 건 아니지만 적어도 나 스스로를 굶어 죽일 일은 없을 것 같다. 하지만 가끔 이런 이야기를 하면 상대로부터 불편한 감탄사를 듣곤 한다. 야, 이제 시집가도 되겠다. 일등 신붓감이네. 



미우새에 출현한 전 아이돌 가수 출신 남자 연예인의 어머니는 아들이 마흔이 되기 전에는 결혼했으면 좋겠다고 하면서 그 이유에 대해 이렇게 설명한다. 먹을 것을 밖에서 사 먹기만 하니까 걱정이 되서라고. 아들이 결혼을 했으면 하는 그 많은 이유 중에 처음으로 나온 것이 고작 밥을 잘 챙겨 먹었으면 해서 라니. 외식비가 타 선진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저렴한 데다 배달음식의 천국인 한국에서 밥을 걱정해야 할 아들이라면 나이가 신생아쯤 되나 보다. 어째서 며느리가 아닌 식모를 들이고 싶다고 말하는 것이 아무렇지도 않게 여겨지는 것일까. 누군가는 엄마가 아들 밥을 걱정하는 것을 두고 너무 모진 발언을 하는 게 아니냐고 할지 모른다. 하지만 반대로 딸을 가진 어머니가 내 딸이 끼니를 거르는 것이 걱정돼 밥 잘하는 남자랑 결혼했으면 좋겠다고 말할 수 있었을까? 만약 캐나다 토크쇼에서 중년 여성이 나와 본인 아들이 아침마다 건강한 오트밀을 챙겨 먹었으면 해서 결혼을 시키고 싶다고 발언했다면 어땠을까? 아마 지역 뉴스의 오늘의 유머에 실리지 않았을까 싶다. 



도대체 그 잘나신 아드님들은 어쩌다 스스로 밥도 제대로 챙겨 먹지 못하는 어린애가 돼버린 것일까. 어째서 '엄마 밥'에는 그립고 따스한 온갖 이미지가 점철되는데 '아빠 밥'은 생소하게 들리는 걸까. 도대체 왜 자식들은 떠난 고향을 그리워할 때 ‘엄마 밥’이 먹고 싶다는 은유적 표현을 쓰는 걸까. 엄마의 목소리가, 곱실거리는 머리가, 체온이 그리울 수는 없는 걸까. 가정에서 요리 노동에 투입되는 것은 대부분 엄마들인데 어째서 티브이에 나오는 화려하고 유명한 셰프는 죄다 남자인 걸까. 무엇보다 요리 잘하는 남의 딸을 '들여와' 그녀의 식사 노동을 '착취'해 내 아들의 배를 불리겠다는 발상이 싫다. 요리 잘하는 여성을 예비 신붓감으로 낙점하고 그에 반해 요리 못하는 여성은 어딘가 하자 있는 사람 취급하는 것도. 요리 못하는 남자는 지극히 정상으로 간주하면서 말이다.  



심지어 그 밥이라는 것도 대충 챙겨서는 안 되며 정성이 들어가야 한다. 간편하게 시리얼에 우유를 말아주거나 토스트를 구워주는 것은 밥으로 치지 않는다. 그들에게 아침밥이란 따뜻한 흰쌀밥에 몇 가지 반찬과 된장국을 ‘간단하게’ 곁들인 것을 뜻한다. 여기에 정성을 강조하는 한국의 식문화는 기묘할 정도로 노동집약적이다. 정성 들여 뽀얀 사골 국물을 만들겠다고 12시간 동안 끓이고, 올라온 기름을 건져내 또다시 끓이고 끓이던 엄마의 모습이 스쳐 지나간다. 한 여름에 큰 솥 옆에서 땀을 뻘뻘 흘리던 그녀의 모습이. 도대체 그렇게까지 해서 사골을 먹었어야 하는 이유가 뭘까. 가부장들은 갓 지은 밥인지 오래된 밥인지에 따라, 찬의 가짓수에 따라, 음식을 만드는 데 쏟아부은 노동의 강도에 따라 어머니로써 여성의 자질을 평가하고 시험한다. 명절 음식을 사 먹는 문화가 점점 보편화되기 시작할 무렵 감히 조상의 제사상에 정성 없이 음식을 사서 올린다고 잡음이 나왔던 것도 그러한 연유에서다. 엄마란 존재는 자신을 위해 요리하지 않는다. 



나 역시 한 번은 전을 부치다 이골이 난 적이 있다. 재료를 예쁜 모양으로 썰어, 꼬치에 끼우고, 계란 물을 입히고, 밀가루를 곱게 바른 뒤, 노릇노릇 익게끔 앞뒤로 뒤집어가며 만들었지만 막상 허무하게 한입에 끝나버리는 전. 이럴 거면 부침개처럼 한 번에 부치면 되지 않나. 어쩌면 전은 명절에 여성들을 괴롭히려고 가부장제가 발명한 사디스틱한 음식이 아닐까 하는 나의 음모론이 신빙성을 얻는 순간이었다. 



 나는 오로지 소중한 나를 먹이기 위해 요리를 해온 것뿐이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내 미뢰 세포의 기쁨과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해서지, 신부수업을 염두하여 요리를 배운 것이 아니란 말이다. 게다가 일인분의 요리를 만드는 것에 익숙해 이인분을 만들었다간 필시 간이 달라져 맛도 없어질 것이다. 그러니 제발 우리 서로 본인이 먹을 것은 본인이 챙길 줄 아는 다 큰 어른이 되었으면 한다. 아들들도 막상 하면 다 잘하니 걱정하지 않으셨으면 좋겠다. 남자들은 요리 솜씨가 없다고? 그럼 최소한 내로라하는 셰프가 고든 램지, 최현석, 백종원인 이중적인 메시지부터 바꿔야 거짓말에 속는 시늉이라도 해줄 수 있지 않겠는가. 



Karine Monteiro 님의 사진, 출처: Pexels


꿀벌처럼 바쁜 여성들을 위한 일주일치 오버나잇 오트밀 만들기

 

준비물: 메이슨자 5개, 오트밀, 우유 혹은 아몬드유, 꿀, 치아씨드(선택), 요거트(선택), 과일 혹은 견과류 토핑.


만드는 법: 1) 5개의 메이슨자에 오트밀과 치아씨드를 담는다. 치아씨드는 꼭 넣지 않아도 되지만 항산화 작용에도 좋고 불리고 나서 식감이 재밌으니 넣는 것을 추천한다.


2) 오트밀과 치아씨드가 잠길만큼 아몬드유 혹은 우유를 적당히 부어준다. 원한다면 위에 요거트를 올린다. 


3) 바나나, 딸기, 라즈베리, 블루베리, 복숭아, 망고 등 원하는 과일을 원하는 크기로 썰어서 토핑으로 올려준다. 초콜릿 칩이나 아몬드, 말린 과일과 같은 토핑을 추가해도 좋다. 그 다음 꿀, 아가베시럽 혹은 피넛 버터를 넣어 달콤함을 증폭시킨다.


4) (중요!) 월요일에 먹을 오버나잇 오트밀에는 시럽을 조금 더 추가해준다. 월요병을 이겨낼 수 있도록. 


5) 냉장고에 넣어 반나절 정도 불린 다음 먹는다. 일요일 오후에 간단하게 준비하면 일주일 내내 건강한 아침 식사를 할 수 있다. 








Photo: cottonbro 님의 사진, 출처: Pexel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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