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회사에 취직하거나, 경력직으로 이직을 하게 되면 필연적으로 적응 기간을 거쳐야 한다. 처음 도맡는 업무에서 자잘한 실수를 하고 자괴감을 느끼거나, 텃세를 당하기도 한다. 한밤 중 찾아오는 불면증의 원인은 오후 3시에 마신 아메리카노가 아닌 내면의 걱정 때문이었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이런 걱정들로 조언을 부탁한 후배에게 해줬던 말이 있다.
"강한 자가 살아남는 게 아니라, 살아남는 자가 강한 거래."
꼰대 마냥 지금 네가 겪는 건 아무것도 아니니 힘들면 국밥에 소주나 한 잔 때리고 킵 고잉 해라라고 말하고 싶은 것은 아니다. 참아 넘길 수 없을 만큼 부당한 대우를 받거나 죽을 만큼 힘들다면 당연히 그만두는 것이 맞다.
하지만 밥벌이의 고단함과 중요함을 알기에 무작정 퇴사를 종용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그리고 솔직히 남의 돈을 받아먹는 노동의 특성상 치사하고 억울한 일이 생기는 것은 다반사이지 않나. 사실 연봉에는 저러한 것들을 견디는 수당도 얼마간 포함된 것이다.
외부의 상황은 컨트롤할 수 없다. 앞으로도 어렵고, 외롭고, 억울하고, 화나는 일은 계속 생길 것이다. 다만 당신이 컨트롤할 수 있는 것이 하나 있다. 바로 내면의 마음가짐이다. 그래서 멘탈이 중요하다. 조직을 한 번 둘러보라. 분명 그중에 타고나게 강한 자들도 있기야 하겠지만, 상당수는 그저 버텼기 때문에 살아남았을 것이다. 따라서 당신의 생존을 위해 단단하게 멘탈을 잡을 수 있는 몇 가지 마인드 셋을 소개하려고 한다.
원활한 협력을 위해 직원들과 적절한 관계를 유지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하지만 그 이상으로 남에게 잘 보이고자 과하게 노력할 필요는 없다. 특히나 조직에 첫 발을 들이는 사람은 적응하고 싶은 마음에 이런 실수를 하기 쉽다. 회사는 누가 더 예쁨을 받는지 경쟁하는 대회가 아니다. 회사는 그저 최대의 이익을 창출하기 위해 모인 경제적 집단임을 망각하지 말자. 특히 업무적으로 트러블이 생기거나 혹은 본인이 다른 직원처럼 아첨을 못해 괴로워하고 있다면 이 사실을 꼭 기억하자. "난 회사에 내 몫의 일을 하려고 온 거지, 인기 대회에 참석한 게 아니다."
'또라이 질량 보존의 법칙'이라는 말이 있다. 직장 내에는 항상 또라이가 있고, 강한 또라이가 없다면 약한 또라이 여러명이 총량을 맞추고, 또라이가 그만두면 새로운 또라이가 온다는 법칙. 다수의 이해관계가 엮인 집단에서 '또라이'는 반드시 있다. 하지만 이런 또라이의 타깃이 되었을 때 많은 사람들이 스스로를 질책하는 모습을 보았다. 유난스러운 상사를 만나 괴로워하며 그가 왜 자신을 싫어하는 원인을 스스로에서 찾으려고 하는 사람에게 이런 말을 해준 적이 있다.
"교통사고 났다고 내가 잘못해서 하늘이 천벌을 내린 거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없잖아. 그냥 재수가 없어서 길 가다가 사고가 난 거야. 지금 네 상황도 똑같아. 그냥 하필 그 시간, 그 자리에서 너와 그 또라이가 만난 것뿐이야."
첫 요가 수업을 들었던 날 나무토막처럼 뻣뻣함의 극치를 보여주는 내 모습을 보고 요가 강사가 한숨을 쉬었다. 재능이 없는 게 확실했지만 그래도 나는 뻔뻔하고 당당하게 클래스에 나갔다. 다채로운 색깔의 요가 레깅스를 입은 고수들 사이에서 그저 스트레칭이나 좀 하고 오면 되지 하는 편안한 마음으로. 그 후로 2년이 지난 지금, 나는 두 팔로 몸 전체를 지탱하는 '바카사나'같은 고난도 동작을 무표정으로 구사할 수 있게 되었다.
무언가 처음 시작하는 사람은 필연적으로 스스로를 우스꽝스럽게 만든다. 지금의 모습이 바보스러워 보인다고 해서 개의치 말고 조금 뻔뻔해지자. '내일은 좀 더 잘하면 되지!' '나는 더 나아지는 과정에 있는걸!'이라고 스스로를 다독여주자. 대부분의 회사일이란 로켓을 만드는 것도 원자력 발전소를 세우는 일도 아니라 시간이 지나면 익숙해지는 날이 반드시 온다. 반드시.
초보적인 질문을 하면 바보같이 보이지 않을까 걱정하는 직원들이 있다. 나 역시 그런 사람 중 한 명이었고 당시의 내 사수가 이런 말을 해줬다. "모르는 게 있으면 바보 같이 보일까 고민하지 말고 질문해. 이상한 질문도 마음껏 해. 저 미팅에 앉아서 고개를 끄덕거리고 있는 사람들 중 진짜로 이해하고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 거 같아? 지금 바보가 되는 게 나아. 아는 척하고 시간이 지나면 그때는 물어보고 싶어도 물어보지 못하는 날이 올 거야." 그리고 사실 용기 있는 질문에 핀잔을 주는 사람은 거의 없다. 오히려 자신이 아는 것을 설명할 수 있어서 신나 해 할 것이다.
"회사에서의 나와 실제 내가 너무 달라서 괴리감이 느껴져. 연기를 하는 것 같아."
라고 말하며 괴로워하던 친구가 있었다. 사실 사회적 롤에 따라 어느 정도 연기를 하는 것은 필요하다. 사람은 필연적으로 몇 개의 페르소나를 가지고 살아간다. 친구로서의 자아, 회사원으로서의 자아, 엄마로서의 자아는 서로 다를 수밖에 없다. 상황에 맞게 적절한 가면을 쓰고 벗을 수 있는 것은 건강한 능력이다. 엄마에게 대하는 모습으로 상사를 대할 수는 없는 노릇 아니겠는가. 그리고 이와 동시에 회사용 자아에만 지나치게 투자하는 것도 경계해야 한다. 직장에서의 자아를 본인과 동일시하면 불미스런 사건으로 해고나 강등을 당했을 때 당신의 자아는 초박살이 나고 말 것이다. 따라서 각 자아 간의 비율을 적절히 분배해두자.
회사용 자아와 실제 자아를 분리하는 것처럼, 회사생활과 사생활의 경계를 단호하게 나누는 자세도 필요하다. 회사에서 누군가 한 말에 신경이 쓰일 수도 있다. 꾸중을 들은 것이 자꾸 생각날 수도 있다. 하지만 퇴근하고서도 이런 나쁜 감정들이 꼬리 물듯 당신을 따라다니는 것을 가장 경계해야 한다. 나는 상상력을 조금 가미해 이런 생각을 한다. 회사 출입구에 키 카드를 찍고 나오면서 오늘 겪은 안 좋은 경험들이 홀로그램 마냥 내 몸을 빠져나가는 상상. 자꾸 의식적으로 연습을 하다 보면 회사에 안 좋은 감정들을 두고 오는 것이 수월해진다.
아니면 이렇게 생각하면서 스스로를 달래도 좋다. "회사 외 시간에 걱정 하는 건 시급으로 쳐주지 않는다. 따라서 고민하며 시간을 보내면 내 손해다." 갑자기 정신이 번쩍 들지도 모른다.
여성들의 삶에 관심이 많은 나라서 굳이 사족을 달자면, 뉴캐슬 대학의 패트리샤 브라이언즈 교수의 연구에 따르면 여성은 회사에서 잘못을 했을 때 남성에 비해 더 좌절하고 스스로를 오랜 기간 탓한다고 한다. 남성들은 실수를 해도 상대적으로 금방 잊는 데다 야근이나 스트레스 등 외부 요인을 찾아 자신의 실수를 합리화하는 반면 여성은 그렇지 못한다고 한다.
이는 여성의 잘못에 유독 박한 사회를 보며 여성들이 스스로 내면화한 기질 일 것이다. 그렇기에 직장 생활을 하는 여성들은 더욱 스스로를 다독여줄 필요가 있다. 움츠러들 필요도, 괜히 잠자리에서 들척거릴 필요도 없다. 내일은 어차피 내일의 태양이 뜨니까. 또다시 당당하고 뻔뻔하게 새로운 하루를 시작하기를 바란다.
롱런하기 위해서 무조건적으로 자신의 편이 돼주어야 하는 밤들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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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소리는 음소거하고, 내 안의 목소리를 찾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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