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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민 May 22. 2015

어쩌다 보니 여기, 브런치!

야!호!

12월 마지막 날로 기억이 나는데

 

미생오브미생 장그래오브장그래인 모든 게 희미했던 내가 있고

흰색 니트를 입고 단발머리를 하고 신입티를 줄줄 흘리는 내가 있고

업무 변경에 따른 자리 이동 때문에 모두 분주했던 8라인 9층이 있다.


초단위로 기침을 해대던 내가 있고

난데없이 허리까지 아픈 나 대신 내 서랍을 옮겨주던 부서 동기가 있다.


짧은 시간만으로 해가 바뀐 그 다음주 언젠가

알람 소리를 듣고 눈을 뜨고 몸을 일으키고 허리가 움직이질 않고

움직이질 않고

움직이질 않고?

어 나도 그 무섭다는 하반신 마비인가

어 그럼 나 이제 우예살아야 되는 거지?


지금 생각하면 어처구니없는 사고의 발전 방향과 속도이지만

아무도 없는 방에서 나 혼자 잠결에 겪은 일이라 충분히 그럴 수 있다고 저 당시의 약했던 나를 도닥이고 싶다.


여튼 저 날을 기점으로 몸도 마음도 너덜너덜해진 나는 퇴사의 씨앗을 심었다.

이런저런 이유로 그 어린 씨앗에 물도 주고 햇빛도 주고 아주 가끔은 영양제도 주고.


유월 언젠가 부서 막내의 이름으로 봉고차 뒷자리에 앉아 봉사활동을 가는 길

과속방지턱에서 퐁 튀어 올랐다가 착지를 잘못한 뒤로 허리가 불편했는데

그 척추에서 퇴사의 마음이 자라기 시작했다

점점 뇌 쪽으로 다가오더니 온 몸을 덩굴처럼 뒤덮고 말았다.


그리고 퇴사의 그날까지 보며 견디던 "이유는 모르겠고 그냥 내가 해보고 싶다는데 뭐 L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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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앙마이에서 한 달 지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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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로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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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를 나온 후 지금까지 목적이나 효율성과 같은 성숙한 단어는 저리 두고

철 모르는 이의 자세로 고민과 이유 없이 하고 싶은 일을 하는 중에 어쩌다 보니 브런치! 야호!


진중하면서도 멋진 문장을 쓰는 분들이 가득한 이곳에서 나는 무슨 이야기를 어떻게 할 수 있을까 고민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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