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언젠가 와인바 주인이 될 수 있을까
prologue
공간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공간을 그냥 놀리는 재능이 있다. 남들이 알면 참 한심한 노릇이다. 제대로가 아니면 안 되는 내 습성 탓이고 골치 아프고 힘만 들 일이라면 하지 말자! 주의라서 그렇겠지. 내가 들이고 싶은 사람들이 있을 때만 저녁 원테이블로 오픈했던 탓에 <채우다>라는 다이닝 공간 역시 대부분 놀고 있었다.
비우다를 타인의 손에 맡긴 지 만 2년이 되어간다. 이 년 전 그때, 삐걱거리는 몸상태로 일단 당장쉬어야 했다. 마침 그때 호텔과 리조트를 다수 운영하고 있고 자신이 비우다도 전문적으로 잘 운영할 수 있다며 한 여성이 자신감 가득한 제안을 해왔다. 그 말만 믿고 사람을 쉬이 들인 바람에 현재 브랜드 이미지의 데미지가 상당하다. 겉으로 보기엔 크게 문제없어 보일지도 모른다. (외부관리는 내가 다 하기 때문에) 그러나 서비스교육 조차 하지 않은 사람들을 인력으로 채워놓고 손님을 대하게 하고, 아무렇지도 않게 무례를 슥슥 버무려 행하는 말과 행동, 어처구니없는 서비스와 워딩까지.
세상에 나와서 다시 안목과 취향의 폭도 넓히며 사람들을 만나고나니 조금은 다른 답도 보이고 이제는 무언가를 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내가 소믈리에는 아니지만 내가 좋아하는 샴페인을 위주로 약간의 레드와인과 화이트와인을 가져다 놓고 언젠가 샴페인바정도는 할 수 있지 않을까?라는 스위트한 미래를. 전문적인 조언은 믿고 있는 소믈리에 두 분께 받을 요량으로 한번 말씀드려 보니 흔쾌히 OK 하신다. 단꿈의 실현가능성 두 스푼 추가다. 그러나 실현에는 내 공부가 더 중요하다는 생각이 있었다. 거창하게 수십, 수백하는 와인클래스보다는 내 입으로 들어가는 와인에 대해 알고 기억하는 것이 더 실효성 있고 의미 있으리라. 그래서 언젠가 나도 와인바 주인이 되어볼 요량으로 내가 경험하는 와인과 음식들 그리고 사람들까지 글로 옮겨볼까 한다.
보통 와인을 마시러 가면 한 병 아니면 세 병이다. 가볍게 샴페인만 마시거나 샴페인부터 화이트, 레드 순으로 마신다. 와인은 여유를 가지고 천천히 음미해서 마시다 보면 자연스럽게 변하는 다양한 맛을 경험할 수 있다는 매력이 있다. 고정된 맛과 향을 가지고 있는 위스키와는 완전 다른 술이다. 위스키처럼 강렬하진 않지만 여운이 길다는 것도 다른 매력일 것이다. 암튼 이렇게 단꿈을 가득 품고 새로운 매거진을 열어본다.
나도 언젠가 와인바 주인이 될 수 있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