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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요 Mar 05. 2016

치앙마이 생활기

벌써 치앙마이에 온지도 한 달 가까이 되어간다.

그동안 많은 일들이 일어났다.



1. 우선 한 달 짜리 방을 구하게 되었다. 하우스 셰어링 형태로, 한국에서도 늘 우주나 그런 공간들을 보면서 한번쯤은 그렇게 살아도 좋겠다 생각했었는데 치앙마이에서 이루어질 줄이야.


카페에서 우연히 옆자리에 앉았던 Cara와, 그녀와 함께 치앙마이 생활을 한지 2년째 되어가는 Zoe, Jack, Nicole, Andrew가 함께 사는 집에 방 한 칸을 얻어 살고 있다. 그림같은 2층집. 방세는 30만원 정도. 하루에 만원 꼴로, 집에 비해 괜찮은 가격이다. 부엌도 있고, 세탁기도 있고, 거실도 있고, 텔레비전도 있는 집에서 같이 앉아서 색칠도 하고, 게임도 하고, 왕좌의 게임을 보는 생활을 하면서, 미드 "프렌즈"같은 느낌이 어쩐지 드는 그런 집에서 살고 있다. 유일한 단점은 한국말이 너무 하고 싶다. 흑흑. 나는 내가 영어를 잘하는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라 나한테 필요한 말만 하니까 그런거였다. 영어로는 드립을 치기도 어렵고, 대화에 순간적으로 끼어들기도 어렵고, 어렵고 어렵다. 그래도 다들 친절하게 대해주고, 이것저것 한국에 대해서도 물어보고 관심을 기울여주어서, 그냥 섭리스해서 들어와사는 코리안 외국애가 아니라, 그래도 가끔 어울려서 나가놀기도 하는 친구 정도로 지내고 있다. 미국애들이란 정말 외향적이라는 느낌. 그렇게 키워지는 거겠지? 어쨌든 치앙마이에 지인들이 생긴 느낌이라 좋다. 얘네들은 이제 시드니나 멜버른으로 본거지를 옮겨서 또 거기서 함께 살아갈 생각이라고 한다. 노마드의 삶과 그것의 가치를 공유하는 친구들과 같이 모험을 하고 있다는게 부럽기가 그지 없다. 아무래도 영어권 애들이라 일자리를 구하기도 쉽고, 여러가지로 여건이 받쳐줘서 그런거겠지만, 거의 가족을 선택한 느낌이 뭔가 너무 부럽다. 앗 그리고 확실히 좀 문화가 다르구나 느끼는 건, 조이(여자)와 잭(남자)과 카라(여자)는 방을 아예 같이 쓴다! 뭐 하루 이틀은 내 친구들이랑도 그런 적이 있지만, 몇달 간 이렇게 같이 사는 건 좀 신기하지 않나!!! 믹스드 도미토리의 존재를 처음 알았을 때와 같은 충격을 살짝 받았다. 무튼 집 얘기는 이정도. 나중에 사진으로 더 풀어야지 헤헷  



2. 그리고 태국어 수업을 듣는다. 매일매일 가는 코스로, 조금 박세지만 그래도 꼬박꼬박 일어나는 하루의 일과가 생긴다는 게 나쁘지만은 않다. 생판 처음 언어를 배우는 건 진짜 재미있다. 프랑스, 캐나다, 미국, 중국, 대만, 한국 국적의 온갖 사람들이 모였는데, 태국어로 더듬더듬 거의 3살 수준으로 대화하기 때문에 웃을 일이 너무나 많다. 지난번에는 가격에 대해 배우면서 비싸요(펭 PHEENG), 안비싸요(마이 펭 MAY PHEENG)을 하는데 캐나다 애가 캐나다의 물가가 싸다고 얘기해야하는걸, "저는 쌉니다" (폼 마이 펭)이라고 얘기해서 다들 얼마냐고 물어보고 빵 터졌다. 그런 일들을 겪으면서 다들 조금씩 친해지며 잘 지내고 있다. 수업 분위기도 당연히 좋은 편. 저번에는 프랑스 남자애가 별안간 윙크를 던져서 당황했지만 티내지 않고 활짝 잇몸 웃음 지어주었다. 옆자리에 앉은 상하이에서 온 씨씨와도 그래도 옆자리 사람이라 수업 시간에 아무래도 대화도 더 많이 하다보니 다른 사람들보다는 아무래도 더 친해지고. 씨씨도 이벤트/페스티벌 쪽에서 일을 했었다고 한다. 그리고 일을 때려치고 치앙마이로 왔고, 한달 뒤에는 스리랑카로 갈꺼라고! 스리랑카라니! 뭔가 한번도 스리랑카라는 나라를 생각해본적이 없어서 좀 신기했다. 그리고 미국인 할아버지가 있는데 아무래도 늦은 나이에 새로운 언어를 접하다보니 너무너무너무너무너무 못한다ㅋㅋㅋㅋㅋㅋ 다들 답답해하고, 선생님도 점점 짜증을 내기 시작. "리쓴~캐어풀리!!!!" 막 이렇게 약간 화를 냈다. 그런데 별안간 지난 수업에는 안 나와서 조금 걱정된다. 다시 나와주실까? 중국애들과 대만애들이 거의 교실의 70퍼센트를 차지해서 그런지 나의 꽁꽁 싸매둔 중국어를 가끔 꺼내보기도 한다. 엄청 녹이 슬었더라.... 흑흑 다시 공부해야지. 어쨌든 그래두 나는 반에서 우등생(?)인 편이고, 그 사실이 조금 뿌듯하다.



3. 또 왜인지 모르게 뮤지션들을 많이 만난다. 뭔가 내가 음악을 좋아하는 게 그들 눈에도 보이는지, 로컬 뮤지션들과 페북친구가 되었고 이상하게 많이 엮여서 연락도 하고 지내게 되었다. 특히 페스티벌을 혼자 갔을 때도, 방콕에서 올라온 밴드 크루가 말을 걸어서 같이 공연도 보고, 어울려서 춤도 추고, 끝나고 뒤풀이로도 끌려갈 뻔 하고ㅋㅋ 디제이 친구와도 어쩌다 알게되어서 같이 맥주도 한 잔하고, 이래저래 음악에 관련된 사람들을 만나면서 살고 있다. 결국 나는 사이드 잡이든, 메인 잡이든 음악을 계속 하면서 살아가야 될 것 같고, 그러기위해서는 악기!!! 악기를 배우던지, 사운드 시스템을 배우던지 해야겠다고 생각한다. 둘 다 배우면 더 좋겟지. 학생 때 시간이 많을 때 제대로 배워둘 껄 싶다. 기타라도 제대로 해둘껄. 하지만 뭐 지금도 늦지 않았고, 나는 아직 여기 나이로 24살이고, 그러므로 뭐든 시작할 수 있지!




지금 오길 정말 잘했다고 느낀다. 만약 더 어릴 때 왔다면, 좀 의미없이 시간들을 지나쳤을 것 같고, 좀 더 늦게 왔으면 괜히 조바심이 들어서 이 모든 것들을 제대로 즐길 수 없었을 것 같다. 행복하게 살고 싶다. 어떻게 해야 나는 행복하게 살 수 있을지를 계속 해서 고민하는 시간들을 보내고, 그리고 여기에 남든, 돌아가든, 잘 결정해보아야지. 나에게 어떤 방식의 삶이 맞는지 실험하고, 나의 시스템들을 깨나가는 시간이 되었으면 좋겠다. 피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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