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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타르 월드컵에서 배운 점

무엇이 이기는 팀을 만드나

by Innobanker

한국이 브라질에 4:1로 지면서 한겨울을 달구었던 응원 열기도 살짝 식은 듯 하다. '축알못'인 내가 이런 글을 쓰면 또 가까운 친구들이 '넌 너무 일반화를 좋아해' 라며 놀리겠지만, 개인적으로 이번 월드컵에서 뛰어난 플레이를 보며 배운 점이 너무 많아 생각을 정리하고 싶었다. 백수라 심심하고 밤낮이 바뀌다 보니 우리나라 경기 외에도 많은 경기를 보게 되었는데 아무 생각 없이 보다가 '아하! 이런 점이 승리를 만드는구나.' 를 느꼈던 순간이 몇 번 있었다.


1. 강한 체력


체력은 기본 중의 기본이지만 단기간에 길러지지 않기에 결정적인 순간에 승패를 가른다는 걸 깨달았다. 승부차기로 8강에 진출한 크로아티아의 플레이는 체력이 마지막 순간에 빛을 발한다는 걸 말해주었다. 영화 '엑시트'에서 조정석이 맨날 놀이터에서 철봉 운동이나 하며 동네 꼬마들의 놀림을 받는 백수로 나오는데 독가스가 도시에 퍼지는 위기상황에서 강인한 체력으로 가족들을 구해내는 장면이 떠올랐다. 예전에 건강 생각 안하고 빡세게 달리다가 프로젝트 론칭 직전에 심한 편도염에 걸려서 론칭이 미뤄진 적이 있는데 결정적인 순간에 체력이 받쳐주지 않으니 참 답답했던 기억이 난다. 언제 올지 모르는 승부차기의 순간을 위해 건강한 마음가짐과 꾸준한 운동으로 나를 단련하고 있는가?


2. 한 수 앞을 내다보는 패스


브라질과 한국의 경기를 보면서 브라질 선수들이 패스 또는 어시스트를 할 때 받는 상대방의 다음 동선을 정확하게 예측해서 패스한다는 느낌을 받았다. 예전에 에르난데스와 네이마르 등 뛰어난 축구 선수들을 분석한 기사를 찾아 보니 패스시 주변 선수들의 위치를 0.5초 내에 파악하고 동선을 예측해 직관에 의해 패스한다고 한다. 인지능력과 꾸준한 단련이 직관을 만들어낸 것이다.


종영 이후에도 회사 생활이 막힌다 싶을 때 종종 다시 보는 드라마 '미생'의 대사가 생각났다. "왜 그 수를 거기에 두었는 지 설명해 봐." "그냥..." "바둑에 그냥이라는 건 없어. 그 수로 무엇을 하겠다 라는 계획이 있어야 해. 그걸 의도라고 하지." 의도가 없는 패스는 의미도 없다. 빌드업을 위한 패스, 수비를 공격으로 전환하기 위한 패스, 골을 넣기 위한 어시스트.. 우리가 하는 일도 의도를 가지고 정확하게 예측해서 움직일 수록 승률이 높아진다. 예측을 잘 하려면 분석하고 연습해야 한다. 카페 하나를 창업하더라도 동네에서 가장 장사가 잘 되는 매장의 입지와 회전율은 어떤지 분석하고 사람들이 어떤 공간을 원하는지 수요를 철저하게 예측하지 못하면 매출은 잘 나올 수가 없다. 훌륭한 패스처럼 다음 스텝의 목적이 분명하고 철저히 예측해서 시도하고 있는가?


3. 침착한 역공


이번 월드컵 조별 예선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장면이 포르투갈과 한국의 경기에서 포르투갈의 골찬스가 끝나자 마자 치타같이 상대방 진영으로 달려가 일곱 명의 수비수를 뚫고 침착하게 어시스트를 한 손흥민의 플레이였다는 건 많은 사람들이 동의할 것이다. 성공한 사람들을 분석해 보면 운이 좋아지기 전에는 과로로 쓰러지거나 실직을 하는 등 어둠의 시간이 있다고 한다. 고통스럽고 그 상태를 벗어나고 싶기 때문에 그 시간을 거치는 동안 어떻게 하면 극복할 수 있는지 초집중 하게 되고 결국 창업이나 투자 등 새로운 길을 찾아 인생의 전환점을 맞이하게 된다는 것이다. '위기를 기회로' '동 트기 전이 가장 어둡다' 는 말처럼 지금 나에게 찾아온 시련에 패닉하지 않고 침착하게 인생의 전환점으로 활용하고 있는가?


4. 기본기와 개인기


메시, 손흥민, 음바페 등 월드클라스 선수들의 움직임을 보면 하나같이 공을 잘 다루고 달리기가 빠르다. 생각해 보면 축구는 공을 차는 스포츠인데 패스를 받을 때도 공이 발에서 뜬다던가 공을 허겁지겁 쫓아 가는 경우 당연히 경기의 주도권을 가져갈 수가 없다. 월드스타로 성장한 아이돌 블랙핑크도 연습생 시절에 고통스러운 보컬 트레이닝과 댄스 연습을 질리도록 했고, 피겨여신 김연아도 다양한 점프를 기본기부터 탄탄하게 다지는 지루한 시간을 거쳤다. 그런데 이 사람들의 공통점은 남들도 다 하는 기본기 연습을 남다르게 했고 그 결과 누구도 쉽게 모방할 수 없는 개인기를 갖게 되었다는 점이다. 메시는 워낙 유명하지만 공이 거의 발에서 떨어지지 않아 태클을 걸지 않으면 빼앗기가 어렵고, 손흥민은 어려서부터 아버지 송정웅 씨가 공을 잘 다룰 수 있도록 지도해 양발을 활용한 다양한 개인기를 구사한다. 해당 분야의 기본기를 충분히 다지고 그 안에서 나만의 차별점을 만들었는가?


5. 안되면 말고, 최선을 다하고 나머지는 즐기기


다른 경기보다 브라질의 경기를 보면서 '룰루랄라 삼바 축구'의 위력을 새삼 느꼈다. 압박이 없을 리가 없는 상황인데 얼굴에 스마일을 장착하고 일단 골을 많이 시도한다. 나머지는 그냥 즐긴다. 한국과의 경기에서 실수가 많이 나오긴 했지만 호날두는 교체되는 마지막 순간까지 골찬스를 만들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였다. 세계 정상급 선수들도 저렇게 시도를 많이 하는데 난 몇 번이나 시도를 했나? 몇 번 해 보고 안되면 실망하고 포기하진 않았는지. 고민과 생각들로 시간을 낭비하고 정작 시도 횟수는 몇 번 안되는 건 아닌지, 그래서 수능이 끝났을 때처럼 기회가 다 지나가고 나면 후회로 또 범벅이 되어 남들 다 놀 때 신나게 놀지도 못하고 있는 건 아닌지. '안되면 말고' 정신으로 주어진 시간 내에 최대한 시도하고, 후회없이 깔끔히 즐기고 있는가?


축알못도 느낄 수 있는 이기는 팀의 공통점. 써놓고 보니 꼭 축구에만 국한되는 룰이 아닌 것 같다. 매 경기마다 부상, 심판, 날씨 등 변수도 많고 정확하게 승부를 예측하기 어려워 끝날 때까지 긴장을 놓지 않고 보게 된다. 다 살아보기 전엔 모르는 인생처럼.


요즘 보고 있는 애플TV의 "Ted Lasso" 라는 드라마의 대사처럼,


"Football is lif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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