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람직후 리뷰 - <청년경찰>
박서준, 강하늘 주연의 영화 <청년경찰>을 시사회로 미리 보았습니다.
언론 시사를 통한 첫 공개 후 일반 관객들을 대상으로 한 첫 상영이었던 데다
배우들의 첫 무대인사까지 함께 해 의미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각자의 막중한 의미를 담은 한국영화 대작들이 격돌하는 올 여름 극장가 속에서
상대적으로 소박한 몸집의 영화이지만, 그만큼 가장 부담없이 즐길 수 있는 영화가 될 것 같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현실 도피적인 것도 아니고, 현실을 적절히 들여다 보면서도
그 중심에 열정, 신념, 진심이 담긴 청춘의 에너지를 심어 매우 기분좋은 영화가 되었습니다.
한국영화에서 형사물은 대단히 익숙한 장르이지만 <청년경찰>은 좀 독특한 형사물입니다.
아직 정식으로 경찰이 되지 못한, 경찰을 배우고 있는 경찰대생들이 주인공이기 때문입니다.
이런 독특하고 생소한 설정은 영화 내내 새롭고 흥미로운 상황을 부여하며 호기심을 유발합니다.
영화 초반에는 주인공 기준(박서준)과 희열(강하늘)이 겪는 경찰대에서의 나날들이
비교적 디테일하게 그려지며 색다른 공동체 생활에 대한 흥미를 자아냅니다.
군대 못지 않은 기강을 중요시하는 분위기, 단체 생활 속에서 생겨나는 일탈을 향한 욕구 같은 것이
학생과 사회인의 경계에 선 주인공들의 모습을 통해 유머러스하게 그려집니다.
경찰다운 태도를 배우고 있지만 행동의 제약을 받는 그들의 처지가 충분히 설명된 후,
영화는 주인공들을 본격적인 사건 속에 투입시키며 그들의 태도와 둘러싸인 현실,
갑작스럽게 맞닥뜨린 외부 상황들이 얽히며 빚어내는 이야기들을 풀어냅니다.
기준과 희열이 만나게 되는 사건은 생각보다 더 무겁고 심각한 것으로 나타나지만,
영화는 어둡고 칙칙한 분위기와 꾸준히 거리를 두려 합니다.
이는 영화에서 현실의 존재감보다 캐릭터의 존재감이 더 크기 때문입니다.
이성보다 감정이 먼저 나가는 '행동파' 기준과 매사에 이성적이나 욕을 잘하는 '분석파' 희열의
캐릭터는 마주친 어두운 상황에 압도되지 않고 지속적으로 돌파력을 갖습니다.
돈으로 가치를 판단하고 약자가 도외시되는 현실에 간혹 맞닥뜨리며 씁쓸함을 자아내지만,
주인공들의 캐릭터는 그런 상황들 속에서 잠깐 현실을 자각한들 쉽게 쫄지 않습니다.
똑같이 기준은 몸을 사릴 줄 모르고, 희열은 엉뚱하리만치 냉정을 찾아 헤맵니다.
그런 기준과 희열의 캐릭터처럼, 영화 역시 현실을 있는대로 바라보되
그 현실에 매몰되어 걸음을 멈추지 않고 나아가며 영화에서나마 깨부수려 합니다.
리얼리티에서 한 발짝 비껴선, 약간의 판타지가 가미된 기준과 희열의 이런 태도를
받아들일 수 있는 이유는 '경찰대생'이라는 그들의 독특한 포지션 덕분입니다.
그들이 펼치는 활약은 '만약 교과서에서 배운 지식을 그대로 품고
곧바로 정의구현의 길에 나선다면 어떨까?'라는 가정에서 시작됩니다.
성인 여성이 납치된 후 생명의 위협을 받는 결정적 시간을 뜻하는 '크리티컬 아워',
신고를 접수 받기 전에 경찰이 먼저 사건을 인지하여 수사에 나서는 '인지수사' 같은
경찰 관련 지식들을 배우지만, 현실에서는 이런 지식들을 활용하기 쉽지 않을 것이 빤합니다.
현실의 경찰들이 잊었거나 아니면 무용지물로 여기는 이런 교과서적 경찰 지식들을
경험 없는 기준과 희열은 갑자기 뛰어들게 된 현실에 곧바로 적용시키게 되고,
이는 곧 기존의 형사물에서 보지 못한 건강한 돌파력을 구사하는 걸로 이어지게 됩니다.
주인공들이 가지는 정의 구현을 향한 순수한 의지로 인해 감정에 질척대지 않는 점은
<청년경찰>이 보여주는 가장 좋은 점 중 하나입니다.
편모 슬하에서 자란 것을 '사실인데 어쩌라고?'라며 대수롭지 않게 이야기하는 기준의 모습이나,
범죄의 가해자 또는 피해자의 개인사를 들추지 않고 오로지 범죄 양상만 쫓는 스토리텔링과 같이,
영화는 정의를 구현하려는 주인공들의 모습에 구태여 사연을 붙이지 않습니다.
범죄의 사각지대에 놓인 약자들까지도 외면하지 말아야 한다는,
사건에 휘말린 것에 대해 '그 때 하필 왜 내가 거기에...'라며 후회하지 않고
맞닥뜨렸다면 해결하는 것이 도리임을 아는, 경찰이자 인간으로서의 당연한 의지만이 드러날 뿐입니다.
그 덕분에 관객은 좌절에 가라앉거나 눈물바다에 빠질 일 없이
미숙한 만큼 순수한 의지로 사건을 돌파하는 주인공들을 응원하게 됩니다.
주인공 기준과 희열이 이처럼 근래 본 한국영화 중 수위에 꼽을 만큼의 호감도를 지닌
캐릭터가 될 수 있었던 데에는 박서준, 강하늘 두 배우의 차진 연기가 큰 몫을 했습니다.
극명하게 다른 성격이지만 그만큼 서로의 단점을 보완할 줄 아는 찰떡 같은 호흡,
경찰에게 바라는 순수한 에너지와 천진함을 시종일관 발산하며 관객을 기분 좋게 합니다.
성인 남자 친구들끼리 내보일 수 있는, 험한 말을 동반한 현실적인 감정 표현들도 유쾌합니다.
이들의 스승인 교수 역할로 모처럼 웃음기 전혀 없는 연기를 한 성동일 배우,
'메두사'라는 별명을 지닌 무서운 선배로 칼 같은 기강 연기를 보여준 박하선 배우도 인상적입니다.
경찰 수사물의 스릴 있는 외양에 청춘물의 유쾌한 패기를 결합한 <청년경찰>은
우리나라 경찰 수사물이 갖고 있었던 일종의 피로감을 날려버리기에 충분합니다.
영화의 마지막까지 그 가뿐한 마음가짐을 잃지 않는 덕분에,
'청년경찰은 언젠가 돌아옵니다'라는 엔딩 크레딧 자막처럼
그들의 다음 활약이 또 보고 싶어지는 영화로 완성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