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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진만 Jan 10. 2022

공연장에 갈 수 없다면 극장으로 오시길

인상적인 영화리뷰 2022 - <씽2게더>

<씽2게더>(Sing 2, 2021)


2016년 겨울에 개봉해 전세계적으로 흥행에 성공한 <씽>의 후속편인 <씽2게더>는

성공작이 나오면 성공 공식에 맞추어 신속하게 속편을 내는 일루미네이션의 노선을 충실히 따르는 영화입니다.

그러나 그렇게 나온 속편들 중에서, 어쩌면 일루미네이션이 내놓은 모든 애니메이션들 중에서 영화가 주는 감흥은 가장 강력합니다.

캐릭터 코미디 중심으로 펼쳐지던 일루미네이션의 엔터테인먼트적인 역량이 '무대' 위에서 최상의 수준으로 펼쳐진 영화였습니다.

버스터 문(매튜 맥커너히)이 운영하는 '문 극장' 오디션에 선발되어 가수의 꿈을 이뤄가고 있는 단원들.

날마다 매진 사례를 기록하며 호응을 얻고 있지만 그들에게는 여전히 더 큰 무대를 향한 갈증이 남아 있습니다.

때마침 공연 산업의 성지로 불리는 (현실의 '라스베이거스' 격인) '레드 쇼어 시티'에서 오디션을 볼 기회가 생기고,

로지타(리즈 위더스푼), 애쉬(스칼렛 요한슨), 조니(태런 에저튼), 미나(토리 켈리), 군터(닉 크롤) 등 정예 단원들은

버스터 문과 함께 레드 쇼어 시티에 있는 최대 규모의 엔터테인먼트 기업 '크리스탈 엔터테인먼트'로 향합니다.

우여곡절 끝에 오디션 현장에 도착하지만, 기업의 우두머리인 미스터 크리스탈(바비 카나베일)은 여간 까다롭기 그지없습니다.

웬만한 무대는 퇴짜를 놓는 그의 눈 안에 들기 위해 버스터 문은 그만 무리수를 두고 마는데,

바로 15년 간 두문불출 중인 전설의 뮤지션 클레이 칼로웨이(보노)를 섭외해 공연에 출연시키겠다고 공언을 한 것입니다.

그 말에 눈이 휙 돌아간 미스터 크리스탈은 공연 준비를 전폭적으로 지원해 올테니 3주 뒤에 무대를 올릴 것을 지시합니다.

약속을 지키지 못할 경우에는 회장실에서 그대로 바깥으로 떨궈버리겠다는 협박과 함께.

냅다 지른 약속에 버스터 문은 골머리를 앓지만, 단원들도 역대급 공연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저마다 골머리를 앓습니다.

과연 그들은 3주 뒤 새로운 전설을 쓰게 될까요, 아니면 이 업계에서 영영 쫓겨나게 될까요.


<씽2게더>(Sing 2, 2021)


개인적으로 일루미네이션 스튜디오의 애니메이션을 꾸준히 챙겨보는 편은 아니었는데,

그 이유는 (아마도 어린이일) 타겟 관객층을 너무 노린 탓인지 늘 이야기가 얕다는 인식이 강했기 때문입니다.

캐릭터 디자인은 더할 나위 없이 매력적이지만, 그런 캐릭터들의 개인기만으로 영화 전체를 버티긴 버거웠달까요.

<씽2게더> 역시 미니멀한 이야기는 그마저도 스포일러랄 것이 하나도 없고, 결말까지 한치 예상을 벗어나지 않습니다.

그러나 <씽2게더>는 전편에서부터 확실히 확보한 고유의 역량이 있었으니, 바로 '쇼'로서의 개인기였습니다.

전편은 코알라, 돼지, 코끼리, 고릴라, 갈기호저(영화에서는 '고슴도치'로 번역) 등 호불호가 좀 있을 법한 다양한 이미지의

동물 캐릭터를 등장시켜서는 그들 각자가 지닌 역량을 하나하나 검증함으로써 모두에게 호감과 매력을 불어넣은 바 있습니다.

이들이 그저 과장된 유머만 보여준다면 영화 한 편을 채우기 역부족이겠으나, 빼어난 무대를 보여준다면 이야기는 달라질 수 있습니다.

전편에서 캐릭터들의 역량은 검증되었고 매력은 인증받았으니, 이번 편은 그를 토대로 상상 가능한 최상의 무대를 만들어 냅니다.

이번 편에서도 우리 귀에 익은 팝 넘버들을 장면장면에서 활용하는 능력은 탁월합니다.

노래들은 때로 배우들의 개성 있는 보컬로 재해석되기도 하고, 원곡 그대로 적재적소의 장면에서 흘러나오기도 합니다.

전체 관람가 애니메이션이라고 해서 꼭 밝고 건전한 가사만 다루지 않는 다양한 스펙트럼의 곡 구성은

의외의 공간에서 흘러 나오며 웃음을 주기도 하고 기다려 온 장면에서 흘러 나오며 감동을 주기도 합니다. 

음악과 어우러져 영화의 유머 또한 과장된 연출로 낭비되지 않고 필요한 장면에서만 등장하며 높은 타율로 즐거움을 줍니다.

이런 가운데 스토리는 간결하게 쳐내고 그 공백을 쇼 연출과 같은 엔터테인먼트적 요소에 집중한 덕분에 극이 느슨해질 틈이 없습니다.

공연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각 캐릭터들에게 균일한 비중으로 배분되는 에피소드는 다양하되 어렵지 않고,

각 에피소드의 결말이 결국은 대망의 클라이맥스 공연으로 이어지며 무대 시퀀스와 적절한 조화를 이룹니다.


<씽2게더>(Sing 2, 2021)


영화를 여는 '문 극장'에서의 오프닝 공연부터가 아기자기한 연출로 시선을 사로잡는 가운데,

클라이맥스를 장식하는 대극장 공연 장면은 애니메이션이라는 장르가 주는 연출의 자유 덕분인지

'무대 예술'이라는 물리적 설정 안에서 시각적으로 실현 가능한 스케일의 최대치를 선보입니다.

각 단원들이 순서대로 등장해 자신의 역량을 펼치던 전편의 클라이맥스 연출 흐름을 이어받으면서도,

그들이 훨씬 커진 무대 위에서 팀을 이루고 설정을 입은 채로 선보이는 무대의 퀄리티는 눈이 휘둥그레질 만큼 진화했습니다.

이윽고 보노의 목소리를 입은 캐릭터가 U2의 노래를 부르는 순간엔, '온 가족을 위한 애니메이션'이

으레 줄 만한 감흥의 수준을 훌쩍 넘어서며 이 시리즈에서 미처 기대치 않았던 웅장한 감동을 선사합니다.

<씽2게더>에서도 일루미네이션은 여전히 새롭지 않은 이야기, 익숙한 주제의식을 개인기로 만회합니다.

그러나 이 영화에 한해서만은 그 개인기는 이야기나 주제의식을 굳이 생각하지 않을 만큼 압도적인 즐거움을 줍니다.

부연 설명을 굳이 붙이지 않더라도 한 소절, 찰나의 목소리만으로 가슴을 벅차게 하는 노래의 힘과 비슷하달까요.

<씽2게더>는 이렇게 우리가 극장에 잊다는 걸 어느새 잊게 만드는 최고의 엔터테인먼트를 선사하면서,

이 시대에 공연장에 가는 것이 두렵고 먼 일 같다면 당장 극장으로 오라고 손짓합니다.


<씽2게더>(Sing 2,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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