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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진만 Jun 12. 2022

액션에 대한 가늠할 수 없는 야심

인상적인 영화리뷰 2022 - <마녀2>

<마녀 Part2. The Other One, 2022>


2018년 1편 개봉 이후 많은 영화 팬들의 염원 속에 우여곡절 끝에 만들어진 <마녀 Part2. The Other One>(이하 <마녀2>)는 부제가 보여주듯 1편 이야기와 거의 동일한 타임라인 위에서 또 다른 '마녀'의 행적을 쫓아갑니다. 1편이 보여준 임팩트가 워낙 강렬했기 때문에 이번 편은 출발점에서부터 어느 정도 핸디캡을 얻을 수 밖에 없는데, <마녀2>는 관객이 기대하는 영화의 강점을 최대한으로 극대화시킴으로써 그 핸디캡을 극복하고자 합니다. 영화의 이런 전략에 아마도 어느 한 쪽은 매우 열광할 것이고, 다른 한 쪽은 당혹해 할 것입니다. 저는 다행히 전자였네요.


전편에서 구자윤(김다미)을 데리고 이루어졌던 '마녀 프로젝트'를 진행중인 연구소 기지 '아크'가 의문의 무리들에게 습격당합니다. '토우'라고 불리는 이 젊은 조직은 아크를 초토화시키고 그곳에 있는 모든 이들을 몰살시키다시피 하며 사라졌지만, 한 명의 소녀(신시아)가 살아남아 탈출했고 길을 헤매던 중 우연히 위기에 처한 경희(박은빈)를 만나게 됩니다. 소녀는 얼떨결에 경희를 구해주게 되고, 온 곳도 갈 곳도 모른 채 덜덜 떨고 있는 소녀를 경희는 자기 집으로 데려가기로 합니다. 태어난 후 줄곧 아크에서만 살아온 소녀는 외딴 목장에서 경희-대길(성유빈) 남매와 지내며 비로소 평범한 삶의 맛을 알아갑니다. 한편 소녀가 '망실'되자 아크의 관리 책임자 장(이종석)과 마녀 프로젝트의 창시자 백 총괄(조민수)에 의해 본사 요원 조현(서은수)이 소녀를 제거하기 위해 나서고, 오랜 시간 경희네 농장 소유권을 뺏어오기 위해 혈안이 되어 있던 조직의 보스 용두(진구), 아크를 파괴한 후 소녀의 생존을 알게 되면서 그 뒤를 쫓는 '토우'들까지 가세하며 턱밑까지 추격해 오고, 소녀는 더 이상 자신의 능력을 봉인할 수 없는 상황에 이릅니다.


<마녀 Part2. The Other One, 2022>


김다미 배우를 순식간에 스타덤에 올린 1편은 무척 단순하고 익숙한 이야기이면서도 센세이셔널 했습니다. 평범한 소녀가 실은 살인병기로 길러진 초능력자였다는 낯익은 설정은, 전반부와 후반부의 완전히 다른 이야기 결과 이를 자신의 연기로 너끈히 입증해 내는 김다미 배우의 활약에 힘입어 관객들을 꼼짝없이 포위시켰죠. 그런 점에서 <마녀2>는 확실히 전편에 비해 불리합니다. 시작부터 소녀의 비범함이 이미 드러나고 짐작되는 만큼 그가 돌변할 때의 충격파는 덜할 수 있고, 1편의 주인공 구자윤의 다음 이야기가 아니라 새로운 인물로부터 시작되는 새로운 이야기라는 점에서 서사 면에서 비교 당할 여지도 충분히 있기 때문입니다.

이번에도 각본과 연출을 동시에 맡은 박훈정 감독은 주인공의 스탠스를 다르게 정함으로써 그 불리함을 극복하려 합니다. 1편의 주인공 구자윤이 내재된 능력을 각성하는 과정을 거쳤다면, 2편의 주인공 소녀는 반대로 능력 외의 모든 것이 백지 상태입니다. 소녀가 처음으로 인간적인 교류를 한, 처음으로 소녀를 인격적으로 대한 이들인 경희-대길 남매를 비롯해 아크 밖 모든 사람들이 소녀에게는 처음 만나는 사람들이고, 이들 관계가 어떻게 형성될지 궁금증을 자아냅니다. 이미 삶의 바탕이 있었던 터라 조력자와 적대자가 확실했던 구자윤의 사례와는 좀 다르게 흘러가죠. 인물의 서사보다 관계의 입체성을 부각시키다 보니 이야기의 결에 비해 인물들이 좀 많아 보이는 느낌도 없지 않습니다. 관계망을 구축하는 데 상당 분량을 쓰고 있어서 초중반 호흡이 다소 느리게 다가올 수도 있고요.


그러나 <마녀2> 역시 드라마틱한 반전을 준비하니, 그것은 바로 후반부에 폭발하는 액션입니다. 1편 역시 대단한 타격감의 액션 연출로 보는 이를 놀라게 했지만 분량이 감질나게 느껴지기도 했는데, 이번 편은 초반부터 난데없는 임팩트의 액션 장면을 선보임은 물론 후반부에 이르러서는 전편의 한을 푸는 듯 수십분을 할애하며 어떤 물리 법칙도 상관없는 것 같은 '파괴지왕' 액션을 펼쳐 보입니다. 이는 1편 구자윤에 비해 염력 등 초능력적으로 더욱 진보하여 '완성체'로 평가받는 2편 소녀의 능력치 덕이기도 합니다. 한국영화는 장르영화를 표방하면서도 습관적으로 리얼리티를 신경쓰게 마련인데, <마녀2>는 이런 리얼리티까지 우주로 날려버리며 작동 원리를 알 수 없을 만큼 날뛰는 액션을 시리즈 특유의 아찔한 폭력성과 결합시키며 볼거리를 선사합니다. 누군가에겐 경이롭고, 누군가는 어리둥절할 것입니다. <신세계>, <대호>, 최근작인 <낙원의 밤>까지 박훈정 감독이 여러 영화에서 인상적인 액션 신을 연출하기는 했지만, 이렇게 우주적인 수준으로까지 뻗어나갈 정도로 액션에 대한 감독의 야심이 클 줄은 생각도 못했습니다. 전편에서 박력 있지만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안달나게 하는 비중으로 보여주었던 액션의 힘과 규모를 제작비의 한계를 딛고 있는 힘껏 확장하는데, 그 대담성이 생각 이상이라 한편으론 취향이 극명하게 갈릴 수도 있을 겁니다. 저같은 경우 할리우드 영화까지 통틀어서도 이만큼 폭주하는 액션이 드물었기에 상당히 반가웠습니다.


<마녀 Part2. The Other One, 2022>


<마녀2>에 대한 관심은 아무래도 이번 편의 타이틀롤을 맡게 된 신예 신시아 배우에게 향해 있을 것입니다. 1편의 김다미 배우가 임팩트가 워낙 강렬했기에 더 그럴텐데, 신시아 배우의 매력도 충분히 뛰어났습니다. 역할 특성상 인격적으로 돌변하는 순간을 잡아낼 수 없기에 아주 드라마틱한 연기가 펼쳐지지는 않지만 어떤 행동으로 이어질지 알 수 없는 백지 상태의 심리와 상대의 진솔한 감정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순진무구함, 무자비한 응징을 행하는 태연한 표정 등 비교적 절제된 연기로 소녀가 지닌 캐릭터의 입체성을 어느 정도 보여주었습니다. 소녀를 보살피는 경희-대길 남매가 지닌 사람됨과 유머, 단호함을 친근하게 보여준 박은빈, 성유빈 배우의 연기도 좋았습니다. 한편 진구는 자칫 다른 인물들에 비해 겉돌 수 있는 캐릭터인 용두에 우스꽝스러움과 살벌함을 고루 뒤섞으며 긴장감을 잘 조성했고, 엘리트 요원 조현 역의 서은수 배우는 이전 작품들 속 이미지를 완전히 벗고 냉정하고 과격한 전사의 모습을 기대 이상으로 그려냈습니다. 상반된 성격의 쌍둥이 백씨 자매를 노련하게 표현한 조민수 배우와 능글맞게 상황을 훑고 이끌어 나가는 장 역의 이종석 배우 역시 많지 않은 분량이지만 등장 장면마다 힘을 실으며 극에 묵직한 긴장감을 불어 넣어 주었습니다. 더불어 전편의 주인공인 김다미 배우의 출연은 잠깐이지만 극의 향방을 결정하는 매우 중요한 순간이며 그에 걸맞은 무게를 실어줍니다.


구자윤을 통해 세계관의 단초를 마련했던 전편에 이어 <마녀2>는 또 다른 소녀의 등장으로 세계관을 본격적으로 운용해 나갑니다. 그 세계관의 양상이 '세력 vs 세력'보다 '개인(들) 대 세력'으로 구체화되면서, 이에 대한 호불호만큼 개성은 확실해진 것 같습니다. 웬만한 할리우드 슈퍼히어로물보다 박력 넘치는 액션 연출과 그 박력만큼 무자비한 원한의 감정을 표출한 끝에 전편보다 노골적으로 후속편을 예고하는 이번 편을 보니, 3편은 대체 얼마나 크고 다이내믹한 판을 펼칠지 기대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마녀 Part2. The Other One,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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