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10. 아프리카 여행기 Part II-2
케냐 최대의 휴양지 몸바사, 여유롭게 휴양하고 싶었지만 결국 아침부터 밤까지 꽉꽉 채워 바쁘게 보냈습니다. 구석구석 역사가 녹아있는 시내를 구경하고, 냘리 해변에서 멱을 감고, 또 밤에는 페리도 타고 이곳저곳을 배회했습니다.
꿈에 그리던 아프리카, 그곳을 2017년 추석 황금연휴 기간에 다녀왔습니다.
Part I은 여행 준비에 대한 내용,
Part II는 본격적인 여행기,
Part III는 여행 후기입니다.
이 글 Part II-2은 케냐의 해안도시 몸바사에 대한 내용입니다.
10/01 Saturday
Main Attraction : 몸바사 시내 & 냘리 해변 & 리코니 페리
<몸바사 Mombasa>
인도양을 접하고 있는 케냐에서 2번째로 큰, 그리고 가장 오래된 도시. 해양 관광 산업의 중심지. 인구는 약 93만 9천 명. 1887~1906년경까지는 사실 케냐의 수도였다. 몸바사의 종교인구는 무슬림이 가장 많다. 그래서 이슬람 복장을 한 사람들을 아주 흔하게 볼 수 있다.
몸바사라는 섬은, 북서쪽(모이 국제공항 방향)으로는 마쿠파 길 Makupa Causeway, 북동쪽(콩고웨아, 냘리 방향)으로는 냘리 다리 Nyali Bridge로 육지와 연결되어 있으며 남쪽(디아니 해변 방향)으로는 수시로 오가는 리코니 페리 Likoni Ferry로 연결되어있다. 모이 국제공항 Moi International Airport 은 몸바사 섬과는 약 8km 정도 떨어져 있고, 몸바사 기차역은 섬 중앙에 위치해 있다.
몸바사는 해발 50m로 사바나 기후권이다. 비가 가장 많이 오는 시기는 4~5월이라고 하며, 연중 항상 30도 정도로 더운데 7~8월이 평균기온이 그나마 가장 낮다.
케냐 현지인들도 추천한다는 그 유명한 디아니 해변 Diani Beach 는 몸바사 섬에서 남쪽으로 36km 떨어져 있고, 섬 북쪽으로는 냘리 해변 Nyali Beach, 몸바사 해변 Mombasa Beach, 할러 파크 Haller Park 등이 유명하다.
몸바사의 아침이 밝았다. 밤새 선풍기를 틀고 잤는데도 더웠다. 밤새 까마귀들이 조낸 울어댔다... 오늘의 목표는 주요 관광거리 보기 + 멱감기. 내일 떠나야 하기 때문에 몸바사 바다에서 수영을 하려면 기회는 오늘 뿐. 부랴부랴 수영복과 짐을 챙기고 방에서 나와 숙소 안 수영장을 지나는데, 가족단위로 온 현지인 숙박객이 수영장 한가득이었다. 좀 조용하고 사람이 없었다면 숙소 수영장에서도 수영을 하고 싶었는데. ㅡㅜ 서둘러 상큼한 조식을 먹고, 6박 7일 사파리를 하는 동안 케케묵은 옷을 개운하게 하고자 세탁서비스를 이용했다. 가격은 한 벌에 50쉴링, 아침에 맡기면 저녁에 방에 가져다준다. 그리고 카운터에 부탁해 툭툭을 불러 시내로 향했다.
'몸바사' 하면 포트 지져스가 유명하다. 또 이 포트 지져스 주변으로 골목 구석구석에 역사가 서려있다. 디아니 해변은 몸바사에서도 아주 아름답기로 유명하지만, 중심지에서 남쪽으로 좀 떨어져 있기 때문에 내 일정에서는 과감히 뺐다.
첫 행선지는 포트 지져스. 냘리 해변 근처 숙소 > 포트 지져스까지 숙소에서 불러준 툭툭 요금은 700쉴링. (택시는 1000쉴링이라고 했다) 툭툭에서 내리니 포트 지져스 앞 공터에 사람들이 드문드문 서 있다. 알고 보니 투어 가이드들인데, 그중 한 분이 한국어를 조금 하면서 말을 거셨는데, 몸바사 섬에서는 관광객이 투어가이드 없이 돌아다니면 불법?? 벌금??? 아무튼 안된다는 것이다. 이거 사실인가??? 사실 몸바사에 대해 자세한 계획을 짜고 온 게 아니라 막막하던 참이었고 가격도 나쁘지 않길래 그냥 그분에게 가이드를 부탁했다. 일단 포트 지져스 뒤쪽으로 돌아 도보투어가 시작되었다.
돌자마자 가장 먼저 보인 건물은 몸바사 클럽 Mombasa Club. 영국 식민시절 영국인들이 만든 멤버스 온리 클럽이라고 한다. 자세한 내용은 이제 기억나지 않아.. 하지만 정말 골목 구석구석에 옛 수도였던 몸바사의 역사가 깃들어 있었다. 가이드분이 최근 한국 대통령 사태(ㄹ혜)에 대해서도 알고 있을 정도로 박식하셔서 설명을 듣는 내내 흥미진진했다.
사진으로는 남기지 않았는데, 물고기 시장 내지는 경매장으로 보이는 곳에도 갔었다. 좀 넓은 건물 안에 갓 잡아 온 물고기들을 놓고 자르고 사고팔고 하는 곳. 이 곳에서 내다본 풍경이 아래 사진으로, 방금 들어온 듯한 배에서 사람들이 물건을 나르고 있다.
좀 돌아다니다가, 어느 신발가게를 보여주었다. 투어 중간에 관광객에게 구매를 권장하는 뭐 그런 시스템인 듯. 폐 타이어로 샌들을 만드는 곳이었는데, 작업장 안까지 구경시켜 주셨다.
골목을 돌아다니다가 향신료 시장 Spice Market 으로 향했다. 별 생각없이 구경만 하다가 몸바사 표 칠리 가루를 조금 샀다.
골목 도보투어를 마치고 포트 지져스를 구경할 차례. 포트 지져스는 모양이 특이한데, 사람이 누워있는 형상으로 머리 팔다리 부분이 보인다. 엄청난 볼거리는 아니었지만 몸바사의 역사를 톺아볼 수 있는 곳. 몸바사는 생각보다 더웠는데, 더워서 정신이 없었는지 사진을 많이 안 찍었다.
이제 바다수영을 위해 냘리해변으로 돌아갈 때. 가이드분이 툭툭을 잡기 좋은 곳으로 안내해 주셨다. 길거리 슈퍼 같은 곳에서 사탕수수 음료를 팔길래 더위도 가실 겸 사서 마시기로 한다. 가이드님께도 한잔 대접.
그리고 툭툭 한대를 포섭해 주셨다. 저 툭툭 기사분이 너무 친절하셔서 다음날 공항 가는 것도 데려다 달라고 예약을 했다. 그리고 툭툭은 냘리해변을 향해 총총
해변이 보이기 시작했다. 바다는 요 앞에 보이는데 해변으로 나가는 길은 드문드문 뚫려있어 애가 탔더랬다.
드디어 백사장을 밟았다. 그런데 나, 해변을 걷다가 이상한 사람을 만났다. 현지인 남자인데, 처음에는 인사를 하면서 옆으로 오더니 말을 걸며 자연스레 같이 걷는 것이었다.. 조용히 해변을 걷고 싶었는데... 그냥 이것저것 물어볼 겸 그냥 내버려두었더니.. 점심을 먹어야 한다고 했더니 밥 먹는 곳까지 따라온다.
점심을 먹기 위해 식당을 찾아다니다 결국 썬 아프리카 비치 리조트라는 크고 고급진 곳을 찾아 들어갔다. 그런데 이 젊은이도 같이 들어온다. 하... 칼방어했어야 하는데... 나는 파스타를 시켰는데 자신은 음료를 시킨다. 음료와 음식이 나온 도중에도 나는 설마 자기 음료는 알아서 계산하겠지 싶었으나, 하도 불안해서 캐물었더니 막 갑자기 말을 돌리면서.. 해변 쪽으로 도.... 도망을 갔다... ㅋㅋㅋㅋㅋㅋㅋ 얼떨결에 음료 한병 사준 꼴이 되어버렸다. ㅋㅋㅋㅋㅋㅋㅋ
어이가 없어서 얼이 빠져있다가 그제서야 고요 속에서 여유를 즐기며 식사를 했다. 6박7일 사파리 일정 후반에 갑자기 물갈이를 하게 되면서 입맛이 떨어져서 제대로 먹지를 못했는데, 여기서 시킨 까르보나라는 상당히 맛이 있어서 만족스럽게 배를 채웠다. 계산하면서 직원들한테 방금 그 놈팡이 에피소드를 말하며 분함을 토했더니 직원들이 여기에 그런 찌질이들이 종종 있으니 조심해야 한다고 일러주었다. 여행 가기 전에도 블로그 어딘가에서 그런 글을 봐서 조심해야지 했는데.. 설마 나에게 이런 일이 일어날 줄은 몰랐다. ㅋㅋㅋㅋ
여담으로 나중에 한국에 돌아와서 해외 신용카드 이용내역을 보니 이 리조트에서 낸 음식값 결제건이 불발이 되었다. ^^;; 졸지에 나는 공짜로 파스타를 먹었고 손해 본 건 없었다는 훈훈한 미담이 전해져 내려온다.
밥도 먹었으니 이젠 용기를 내서 바다수영을 하자! 하고 다시 바다로 향했다. 사실 냘리 해변에 도착하자마자 가장 당황스러웠던 점은 해변에 나온 대다수의 사람들이 현지인이라는 점이었다. 게다가 다들 얌전하게 입으시어 노출이 심한 사람은 거의 없었다. 거기서 나 혼자 떨렁 외국인이.. 허연 것이 비키니를 입고 뛰어다닌다면... 아찔함에 그걸 미리 극복할 시간이 필요해서도 밥을 먼저 먹었던 것인다... 내일 몸바사를 떠난다, 눈 꼭 감고 수영을 즐겨보자고 다짐했다.
다시 냘리해변 모래사장을 밟았다.. 마음을 가라앉히고 주변에 있던 선해보이는 현지인께 짐을 봐달라고 하고 급하게 수영복을 갈아입고 바다로 질주했다. 사람들은 방금 지나간 저 허연 것은 뭐지.. 했겠지.. ㅋㅋㅋ 정말 외국인은 나밖에 없었다. 하지만 생애 첫 바다수영이기도 해서 꿋꿋이 수경을 끼고 헤엄을 쳤다. 정작 물에 들어가니 너무 좋았다. 여기서도 달달한 에피소드가 있었으니.
수영을 하다 잠시 한숨을 돌리며 쉬는데 아주 잘생긴 현지인 청년이 말을 거는 것이었다. 이런저런 얘기를 하다 보니 형이랑 함께 온 22살짜리 파릇파릇한 청춘.. 이름은 '바디', 주유소에서 일하고 있으며 얼마 전 이별해서 더 이상 사랑을 믿지 않는다는(왜 이런 얘기를 했는지는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미남의... 바라만 봐도 입꼬리가 올라가는 청년이었다. 해변에 사람은 많긴 해도 실제로 수영을 하는 이들은 보기가 힘들었는데, 이 청년은 수영을 굉장히 잘했다. 거기에 딸려오는 탄탄한 몸.. 후후후.... 광대가 승천해서 내려오지 않았다. 같이 수영도 하고 내 발에 찔린 성게도 떼주고(^^;) 이야기를 나누다가 자신과 형이 저녁에 몸바사 구경을 시켜주겠다고 제안했다. 후후후... 아무나 덥석 믿고 따라가면 안 되는데, 사실 저녁에 뭘 할지도 막막하던 참이었고, 저 잘생기고 순박한 얼굴을 보니 의심이 들지 않아 그러겠다고 했다. 다 같이 얘기를 나눠보니 형도 동생도 너무 착하고 순수했다.
그리하여 형제가 안내하는 몸바사 시내 여행은 시작되었다. 그런데 일단 냘리 바로 옆에 있는 콩고웨아 Kongowea 에 있는 자기네 집으로 가자는 것이다. 옷을 좀 갈아입고 출발하고 싶다고.. 응..? 벙찐 채로 이끌려 따라갔더니 대가족이 사는 집이다. 거기에 너무 귀여운 아기동생들까지 있었다. 엄마 누나 할 것 없이 온 가족이 와서 나에게 이것저것 물어보고 사진을 찍고 ^^;;; 무슬림 인구가 많은 몸바사답게 이 형제 역시 무슬림이었는데, 이슬람 문화에서는 손님을 잘 대접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정갈하게 주스와 뭐지? 튀김만두 같은 것도 내주셔서 맛나게 먹었다.
집을 나섰는데, 바로 툭툭을 잡으면 될 것을 굳이 큰 길을 걸으며 걸음걸음마다 만나는 친구들과 인사를 하면서 나를 자랑한다. ㅋㅋㅋㅋ 이거 뭥미...
드디어 툭툭을 잡았다. 가장 먼저 간 곳은 냘리 씨네맥스 Nyali Cinemax 라는 곳. 영화관과 놀거리가 있는 몰 mall 같은 곳?이었다. 영화를 보려고 그러나 했더니 그냥 보여주려고 데리고 간 것이었다. ㅋㅋㅋㅋㅋㅋ 영화관, 볼링장, 대형 마트를 구경했다. 영화관은 특별할 건 없었고, 볼링장은 벽에 걸린 흑백사진이 인상적이었다. 에어컨도 있고 시설이 괜찮아 보였다. 그리고 대형마트는 곧 없어질 곳이라는데 규모는 큰데 진열대가 70% 정도만 차 있었다. 나름 생경하고 신기한 경험이었다.
몰을 구경한 뒤 이번에는 마타투 Matatu 를 탔다. 마타투는 케냐에 와서 처음 타본 것이었는데, 환승하면서 탄 두 대 모두 하나같이 싸이키델릭 한 조명에 광기를 불러일으키는 음악과 펑키한 인테리어 일색이었다. 우리 어디 가능거니...? 도착지는 몸바사 섬 남쪽에 있는 리코니 페리 Likoni Ferry 선착장이었다.
느닷없이 버스에서 형제 중 형아의 여사친이 타서 합류했다. 너무 예쁜 소녀였는데 아쉽게도 사진이 없다. 선착장에서 내리니 정말 많은 인파가 페리를 향해 걸어가고 있었다. 페리가 수시로 오가서 대기시간도 거의 없고, 어마어마한 인원이 탈 수 있다.
페리를 타고 건너오니 여기는 리코니 Likoni 라는 지역. 내리자마자 바로 시장이 있는데, 여기 또한 혼돈의 구덩이였던지라 남긴 사진이 거의 없다. 여기 시장에서 친구가 장사를 하고 있다며 그 친구를 만나 잠시 수다를 떨었다. 나는 그 가게에서 케냐를 상징하는 색상으로 만들어진 비즈 팔찌를 하나 샀다.
이날 저녁은 맨정신이었는데도 영화 행오버처럼 혼란스러운, 그런데도 매우 신나는 시간이었다. 몇 시간 동안 돌아다닌 건지도 모를 정도로 시간 개념 없이 형제만 따라다녔는데, 덕분에 몸바사 저녁 나들이를 제대로 했다. 내일은 몸바사를 떠난다. 바다도 너무 예쁘고 사람들도 따뜻한 몸바사에서 하루라도 더 머물고 싶은 생각이 간절했다. 꼭 다시 오고 싶어!!
레인마치 하우스 Leinmach House
Part II. 여행기
Part II-1. 사파리
Part II-2. 해안도시
Day8. 케냐에 가보았습니다.
Part III. 여행 후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