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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지은 밥 때문에 생긴 훈훈한 이야기

[나의 이야기]

by Changers

오늘도 어김없이 여러 가지 습관으로 하루를 시작했다.


오전 습관의 마무리는 역시 상하체 스트레칭이지.


스트레칭을 잘해줘야 몸 순환도 잘 되고,


종아리가 한결 가벼워진다.


처음 종아리 스트레칭을 했을 때는


러닝 할 때보다 더 많은 땀을 흘렸다.


내 몸은 완전 각목 수준으로 뻣뻣했다.


그랬던 내가 이제는 이마가 무릎에 닿을 정도로 유연해졌다.


놀라울 따름이다.


꾸준함은 그만큼 위대하다.



스트레칭이 끝날 무렵,


짝꿍이 내게 와서 말한다.


“오늘 점심 뭐 드실 거예요?”


“사과 먹고, 식빵에 땅콩잼, 딸바주스 먹으려고요.”


“날씨도 추운데 고기 어때요?”


“날씨가 추운데 왜 고기를, 그것도 점심부터 먹어요?”


“그냥 저번에 못 먹은 게 생각나서요.”


“갑자기요?”


“원래 여성은 그래요.”


“원래 여성이 그…”


“조용!”



그렇게 우리는 점심에 고기를 먹으러 갔다.


내가 서울에서 먹은 돼지 고깃집 중에서 Top 3 안에 들어가는 집이다.


‘임금돼지’라는 곳인데,


상등심이라는 고개가 아주 맛있다.


목심, 삼겹살, 가브리살 등등의 부위를 겹쳐 한 번에 즐길 수 있는 부위란다.


인테리어도 깔끔하고,


밑반찬도 잘 나온다.


가격도 적당하다.


무엇보다 고기 입맛이 까다로운 짝꿍의 입맛에 맞다.


다른 것보다 그게 제일 중요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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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상등심 2인분이랑 꽃게 된장찌개 1개,


오늘 지은 밥 1개 주세요.”


“네, 준비해 드리겠습니다.”


“찌개와 밥은 바로 준비해 주세요.”


고기는 모두 직접 구워주시는데,


원하는 굽기와 크기로 잘해주신다.



고기가 구워지는 동안 밥이 나왔다.


밥을 한 숟가락 뜨던 짝꿍이 말했다.


“저 이거 오늘 지은 밥 아닌 거 같은데요?”


“어? 아닙니다. 제가 오늘 11시에 바로 지은 밥입니다.”


“그래요? 네. 알겠습니다.”


짝꿍이 밥 먹는 모습을 보니 나도 먹고 싶었다.


“오늘 지은 밥 1개 더 주세요.”


“네. 가져다 드리겠습니다.”



가져다주신 오늘 지은 밥의 뚜껑을 열었는데,


가장자리에 밥알이 딱딱하게 굳어있었다.


오늘 지은 밥이 아닌 것 같았지만,


2차 분쟁을 만들고 싶지 않아서 조용히 밥을 먹었다.



갑자기 점장님이 오시더니 말씀하셨다.


“정말 죄송합니다.


지금 드시는 밥이 오늘 지은 밥이 아닙니다.


보니까 아침에 해놓은 것을 아직 안 펐더라고요.


오늘 직원 한 명이 안 나와서 착오가 생긴 것 같습니다.


정말 죄송합니다.”


“제가 잘못 본 게 아니었네요.


제 눈이 아주 정확하거든요.”


“아 그러셨군요. 괜찮습니다.”


“정말 죄송합니다.


새 밥으로 가져다 드릴게요."



뜻밖의 일이 생겼지만,


나와 짝꿍은 크게 화를 내지 않았다.


누구나 실수를 할 수 있으니까.


무엇보다 점장님께서 먼저 파악을 하시고,


거듭 사과를 해주셨기에 우리가 화날 틈도 없었다.



그렇게 좋게 잘 마무리를 하고,


고기를 맛있게 먹었다.


너무 맛있는 고기라 연신 ‘맛있다’를 외쳤다.


기분이 좋아졌다.



점장님이 계란찜을 하나 들고 오시더니,


죄송한 마음에 드리는 서비스라고 하셨다.


“아이고 점장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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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있는 고기로 좋아진 기분이 더 좋아졌다.


고기로 약간 텁텁해진 입을 카스테라 계란찜으로 달랬고,


후기 리뷰 이벤트로 받은 제로콜라로 마무리했다.


완벽한 점심이었다.



계산하고 나오는데도,


“다음부터는 잘 챙기겠습니다.


죄송하고 감사합니다.”


“아닙니다. 괜찮습니다.


오늘도 맛있게 잘 먹고 갑니다.”


“저희 잘 먹고 가요. 메리 크리스마스.”



그렇게 우리의 점심은 훈훈하게 마무리되었다.


집에 오는 길에 문득 한 가지 생각이 들었다.


그 점장님의 말 때문에 우리는 화가 덜 났고 훈훈했다고 말이다.



임금돼지는 영수증 리뷰 이벤트를 하는데,


내가 리뷰를 작성하고 사진을 보여드릴 때마다 점장님은 이렇게 말씀하셨다.


“와, 사진 너무 예쁘게 잘 찍어주셨네요. 정말 감사합니다.”



지난번에 왔을 때 상등심이 다 떨어져서 못 먹고 간다고 말씀드렸을 때는


“아이고, 죄송합니다. 맛있는 부위다 보니 주초에는 빨리 소진이 되어서요.


다음번에 미리 전화 주시면 제가 꼭 따로 챙겨놓겠습니다.”



오늘 혹시 상등심이 없을까 봐 전화했더니,


“지난번에 못 드시고 가신 분 맞으시죠?


아직 상등심 있으니까 오늘 오실 거면 제가 따로 빼놓을게요."



상대의 기분을 좋게 해주는 말을 하시는 거였다.


말 한마디가 얼마나 중요한지 다시 한번 깨닫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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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하!

당신만의 의미 있는 인생을 사세요.


유캔두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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