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관계도 노력이 필요하다.

[나의 생각]

by Changers


모든 관계는 아주 적극적인 노력을 해야 유지할 수 있다.

혼자서 한다고 되지 않는다.



1.

내 고등학교 베프들은


먼저 하늘로 간 친구가 주고 간 선물 덕분에


1년에 1~2번 만난다.


그 선물은 바로 계이다.



그 친구의 장례식장에 모인 우리는


삶에 대해서 이야기했다.


다들 사는 게 바쁘긴 하지만,


그래도 1년에 한 번씩은 보자는 데 동의했다.


그냥 보자고 하면 잘 안 볼 테니,


계를 하자고 했다.



코로나가 너무 심해서 집합 금지가 있었던 시기를 제외하고,


매년 봄과 겨울에 우리는 만났다.


특별히 생산적인 대화가 없어도,


지나간 이야기를 매번 만날 때마다 되풀이하더라도,


재밌게 웃고 떠들고 즐겼다.


친구 사이에 뭐가 더 필요하겠는가.


그거면 됐지.



우리가 이렇게 관계를 이어갈 수 있는 것은


어떻게든 1년에 1~2번은 보려고 노력했기 때문이다.




2.

또 하나의 학교 때 친구들이 있다.


총 6명이다.


나를 제외한 나머지 친구들은 같은 고등학교다.


나는 다른 고등학교지만,


거기 5명 중 3명은 나랑 초등학교 중학교 친구들이다.


그래서 어울리다 보니 친구가 되었다.



결혼 전에는 자주 만나서 놀았지만,


하나 둘 결혼을 하고 애를 가지고,


서로 살길을 찾아 각 지역으로 흩어지면서,


만날 기회가 줄어들었다.



그나마 2017년에 다 함께 계를 하자고 돈을 모았다.


40세가 되는 해에 다 같이 여행 가자고.


10개월가량 모았을 무렵,


한 친구가 말했다.


“우리 다 같이 여행 가는 건 현실적으로 힘들 것 같다.


그냥 지금까지 모은 돈으로 코인에 투자하자.


그리고 수익 나면 각자에게 나눠주는 걸로 하자.”


유부남들이 적극 동의했다.



리플이라는 코인에 투자했는데,


10일 만에 90% 수익이 났다.


‘와, 코인판 장난 아니네.’


라고 생각할 틈도 없이 매도했다.


내가 낸 20만 원의 곗돈이 38만 원이 되어 돌아왔다.


그리고 다 같이 플레이스테이션 4를 샀다.


다 같이 오프라인에서 만나기 어려우니 온라인에서 만나자고.



알고 보니,


플스 4에는 온라인 연결 및 음성 채팅 기능이 있었다.


옛날처럼 혼자 집에서 하는 것이 아녔다.


그렇게 우리는 애들을 재운 밤 10시 30분에 만나서,


12시까지 폭풍 수다를 떨며 게임을 했다.


그러다가 하나 둘 게임에 흥미를 잃어가며,


플스 4를 팔기 시작했다.



지금 그 친구들과 함께 있는 단톡방은


몇 달에 한 번 대화를 나눌까 말까 하다.


이제는 각자의 조사가 있을 때 겨우 볼 사이가 되어가고 있다.




3.

처음 PSWC 1기 모임은 엄청 활발했었다.


다들 사업을 하는 사람들이고,


각자 어려움을 나눌 수 있다는 점 때문에 잘 모였다.


그러다 하나 둘 사업이 안되거나 잘 되면서,


혹은 사업장의 위치가 달라지면서 만나지기가 어려워졌다.



1년에 3~4번씩 만나던 사람들이


1년에 1~2번,


2년에 1번 이렇게 만나질 때쯤,


우리끼리 계를 하자는 제안을 했다.


억지로 1년에 한 번씩은 보자고 말이다.



그렇게 작년 여름부터 만들어졌다.


매년 12월에는 꼭 만나기로 했다.


약속은 2달 전에 미리 정하고,


참석 못 하는 사람은 3만 원 상당의 케이크를 받는다.


참석 못 하는 사람의 돈은 참석한 사람이 맛있게 먹는다.


다소 강제성이 있지만,


강제성이 있어야 조금 더 적극적으로 모인다는 것에 동의했다.



그렇게 오늘 2번째 정기 모임이 있다.




몸이 멀어지면 마음도 멀어진다.


아무리 몇 년 만에 봤지만 어제 본 것 같은 사람도


만나야 어제 본 것 같이 느껴지는 것이다.


모든 모임은 시간이 지나면서 점점 희미해져 간다.




모든 관계는 아주 적극적인 노력을 해야 유지할 수 있다.

—————————————————

의-하!

당신만의 의미 있는 인생을 사세요.


유캔두잇.

—————————————————

keyword
작가의 이전글오늘 지은 밥 때문에 생긴 훈훈한 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