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영하 12도.
러닝을 나가기 전 체크한 기온이다.
최근 들어 가장 추운 날씨다.
다행히 나는 추위를 덜 탄다.
더위에 취약한 대신 추위에는 강하다.
요즘 같은 날씨에도 패딩을 입지 않고 코트를 입는다.
“그렇게 입으면 안 춥나?
멋 부리다가 얼어 죽는다.”
라는 소리를 많이 듣지만,
실은 패딩을 입으면 너무 덥다.
패딩을 입고 실내에 들어가면 땀범벅이 된다.
그래서 웬만하면 코트를 입는다.
그런 나도 춥다고 느끼기 시작하는 온도가
영하 12도다.
영하 12도 이하로 떨어졌을 때,
춥다고 느끼는 부위가 3군데 있다.
손,
목,
귀.
이 부위는 참 춥다고 느낀다.
오늘은 장갑을 꼈는데도 손이 시렸다.
내 장갑이 오래되어서 그런지 방한이 잘 안 되는 것 같다.
뛰는 내내 손을 호호 불면서 뛰었다.
목은 방한 넥워머를 했더니 춥지 않았다.
뛰다 보니 오히려 땀이 났다.
귀는 깜빡하고 방한 귀마개를 안 챙겨서 시렸지만,
뛰다 보니 열이 나면서 괜찮아졌다.
추운 날에는 손이 제일 시리다.
나만 그런 것인지,
다른 사람도 그런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말이다.
시린 양손을 번갈아가며 호호 불었다.
그렇게 하면 온기가 전해져서 금방 다시 괜찮아진다.
안 그러면 손가락이 점점 감각이 없어진다.
이렇게 추운 날에는 석촌호수에 뛰거나 걷는 사람이 많이 없다.
추위에는 부상 위험이 크니까 대부분 조심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나는 572일째 매일 뛰고 있다.
최대한 부상을 입지 않으려고 조심하면서 말이다.
그렇게 나의 열정이 식지 않도록 노력한다.
석촌호수 동화와 서호가 만나는 중간 지점에는 호수 위에 피아노가 있다.
누구나 자유롭게 그곳에서 피아노를 칠 수 있다.
피아노를 잘 치는 많은 사람들이 그곳에서 피아노 실력을 뽐낸다.
정말 잘 치는 사람들의 피아노 소리는 귀를 정화시킨다.
하지만 겨울이 되고 추워지면서 피아노 치는 사람이 거의 없다.
손이 너무 시리기에 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근데 저 멀리서 피아노 소리가 들린다.
낯익은 곡들이 들린다.
‘혹시 그분이신가?’
라고 생각하며 피아노 쪽으로 뛰어간다.
석촌호수에서 내가 자주 마주치는 몇 분이 있다.
그 몇 분 중 한 분은 매일 10시~12시 사이에
석촌호수에서 피아노 연습을 하시는 여성분이다.
뒷모습만 봐도 연세가 지긋하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분의 열정은 정말 대단하다.
내가 풀코스를 뛰던 날, 3시간 동안 피아노 연습을 하셨다.
오늘은 너무 추워서 힘드셨을 텐데,
새빨갛게 변한 손으로 계속 연습을 하신다.
걱정이 되었지만 그분의 열정을
그 누구도 막을 수 없을 것 같았다.
러닝에 대한 내 열정을
그 누구도 막을 수 없는 것처럼 말이다.
그 분은 나의 열정 메이트이시다.
나는 오늘도 나의 열정 메이트 덕분에
다시 한번 열정에 기름을 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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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하!
당신만의 의미 있는 인생을 사세요.
유캔두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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