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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임지훈 Jihoon Rim Dec 06. 2023

제가 항소하는 이유

카카오벤처스를 상대로 제기한 소송의 1심 판결이 나온지 한달 정도 지났습니다. 그동안 관련 문의를 많이 받았는데요, 일일이 답변 드리기 어려워 공통적으로 받은 질의들에 대해 아래와 같이 답변을 남겨봅니다. 


많은 분들의 응원에 힘입어 지난 주 법원에 항소장을 제출했습니다. 이 자리를 빌어 다시 한 번 감사하다는 말씀을 꼭 전하고 싶습니다. 



-1심 판결의 주요 내용


크게 두 가지입니다. 제가 카카오벤처스와 맺은 최초 성과급 계약이 존재함에도 추후 변경계약을 체결한 것은, 카카오 대표이사로 선임됨에 따라 제 성과급 비율을 줄이고, 대신 직무수행기간과 관계 없이 이를 지급하기 위함이었다는 것입니다. 또한 변경계약은 주총이라는 절차가 필요하다는 것이었습니다. 


판결문을 인용하자면 법원은 “원고를 성과보수 지급대상에 포함시켜 이 사건 변경계약을 체결한 것은 단순히 원고에 대한 분배비율을 줄이는데 목적이 있었던 것이 아니라 원고에 대하여는 직무수행기간 조항에도 불구하고 성과보수를 지급하는데 목적이 있었다고 보는 것이 합리적이다”고 하였습니다. 즉, “직무수행기관과는 무관하게 확정적으로 우선귀속분의 44%를 성과보수로 지급하기로 한 것으로 타당하다”고 결론 내렸습니다. 그러나 “주주총회 결의가 없어 이 사건 변경계약은 무효”라고 판단했습니다. 



-1심 판결에 대한 입장


성과급 계약을 체결함에 있어 주주총회는 필요하지 않다는 것이 제 기본적인 입장입니다. 만약 필요하다고 하더라도, 카카오벤처스는 카카오가 100% 소유하고 있는 1인 주주 회사라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카카오벤처스는 다른 주주들이 없기에 주주들간 이견이라는 것이 있을 수 없으며, 제 성과급 계약은 사실상 의사결정단계의 정점에 있는 김범수 의장을 포함한 최고경영진의 승인에 따라 체결된 것이기 때문에 절차적 문제가 있었다는 지적에는 동의하기 어렵습니다. 



-선별적 성과급 지급에 대한 입장 


카카오벤처스 정신아 대표는 2021년 하반기 수 차례에 걸쳐 제게 구체적인 성과급 금액과 시기 등 계획을 이메일로 공유해주었습니다. 그러다 돌연 2022년 1월에 지급할 수 없다고 일방적으로 통보했고, 왜 지급할 수 없는지에 대한 이유나 설명은 없었습니다. 제가 정신아 대표로부터 전달 받은 내용은 그저 해당 건이 카카오벤처스가 아닌 카카오의 결정 사안이 되었기 때문에 더 이상 본인이 할 수 있는 것이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소송 진행 과정에서 저와 같은 계약을 맺었던 정신아 대표와 김기준 부사장은 추후 주총을 통해 계약서대로 각자 260억원에 달하는 성과급을 받았다는 사실을 확인했는데요, 비록 저는 받지 못했지만 함께 일했던 동료들이 받았다는 것이 그나마 다행이라고 생각합니다. 100억원 정도 규모의 벤처펀드가 1조원 이상으로 청산된 것은 전무후무한 큰 성과이며, 약속된 성과급은 지급되어야 마땅하니까요. 


물론, 카카오가 계약서를 무시하고, 해당 펀드의 성공에 가장 크게 기여했던 저를 콕 집어서 지급대상에서 제외한 것은 심히 부당하다고 생각합니다.



-근황 


2019년부터 뉴욕대 경영대학원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고, 최근 미국 공정거래위원회 (Federal Trade Commission) 외부 전문가로 선정되어 테크기업의 반독점 이슈 등을 자문하고 있습니다.


이와 별개로 작년에 장학 재단을 설립해 매년 20명의 한인 대학생들에게 장학금을 지급하고, 학생들간 교류를 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운영 중에 있습니다. 앞으로도 미국 내 한인 커뮤니티에 기여할 수 있는 방법들을 고민하면서, 관련 노력을 이어갈 계획입니다. 



-소송의 의미 


개인이 회사와 성과급 등의 계약을 체결하면서 절차적 하자 여부를 검증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고 생각합니다. 저도 당시 카카오 인사총괄 부사장이 건네 준 계약서에 서명했고, 법인도장이 찍혀 있는 것을 확인하고 완전한 계약이라고 믿었습니다. 만일 절차적 하자가 있었다면, 이는 회사측의 사정으로 인해 발생한 것이지 임직원이 야기한 것은 아닙니다. ‘갑’의 위치에 있는 회사가 스스로 지켜야 할 내부 절차상의 미비를 들어, 하자 운운하며 선의의 임직원을 상대로 무효이니 줄 수 없다고 주장하는 것은 정당하지 않습니다.


그런 측면에서 제 소송은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패소해서 나쁜 선례로 남는다면, 앞으로 많은 회사들이 각종 절차적 문제를 운운하며 개인에게 마땅히 지급되어야 할 각종 보수를 지급하지 않을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제가 꼭 항소해 이기고 싶은 이유입니다.


감사합니다. 


임지훈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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