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련 / 김진
저택 담벼락 안 풍성히 핀
하얀 목련 나를 내려다보며 속삭여도
다만 농담처럼 들릴 뿐
높아진 담벼락
그 아래 선 나를 목련은
고개 숙여 계속 내려다보았겠지만
나는 담벼락 등진 채
이마를 타고 흐르는 빗물에 잠겨야 했다
피아노 치는 여자에게 가서
하얀 목련 이야기는 하지 않았다
여자가 하얀 피부가 부럽다고 말한 적 있어
혹여 목련이 되고 싶다고 할지 몰라
파란색에 관한 이야기를 꺼냈다
여자는 시종일관 파란 건반을 눌러 연주했고
나는 계속 하얀 목련을 떠올렸다
옷깃을 세우고 걷는 길에
하얀 목련은 하늘 가득
줄기차게 나를 따라다닌다
구름처럼 녹아 없어질 오늘을 모르고
#시집빈총잡이저격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