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키우는 아이들

아들의 멘토, 파스칼

by 진그림

새벽 여섯 시.

평소 같으면 곤히 잠들어 있을 시간인데, 균아~ 한번 불렀을 뿐인데 벌떡 일어나는 아들.

첨으로 같은 교회에 다니는 파스칼과 함께 약 25킬로 사이클링을 가기로 약속한 날이기 때문이다.


파스칼은 190cm 정도의 키를 가진 두 아이의(곧 세 아이) 아빠며 스위스 출신이다. 대학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는 젊은 교수인데, 보기와 달리 빵을 굽고 요리도 하고, 텃밭을 가꾸는 게 취미이고, 크리스마스 선물로 쿠키도 아이들과 직접 구워 선물할 정도로 다정한 아빠이기도 하다.


그가 큰아이와 함께 둘이서 사이클링을 가게 된 발단은 이렇다. 어느 날 여성들의 성경공부 모임에서, 십 대 자녀를 둔 엄마들의 고민들이 자연스레 대화의 주제가 되었고, 엄마 아빠가 채워줄 수 없는 부분들에 대한 부담을 어떻게 서로 나눌 수 있을까에 대한 진지한 토론을 나눈 적이 있었다.


부모인 우리가 가진 장점들을 나누자, 기꺼이 시간을 내어 서로의 자녀들을 위해 멘토링을 하면 좋겠다는 의견을 모았다. 그리고 함께 기도했다. 우리 교회의 자녀들은 곧 우리 모두의 자녀이기도 하다며 입을 모았다. 엄마 아빠가 미처 못 보고 있는 것, 높은 기대감 때문에 웬만한 것에는 맘껏 칭찬도 못 받는 서로의 자녀들에게 멋진 이모와 삼촌이 되어주자고도 이야기하며 웃었던 의미 있는 시간이었다.


운동을 너무 좋아해서 할 수만 있으면 축구선수의 길을 가고 싶어 하는 열네 살 큰아들은 아빠와는 운동취향이 잘 맞지 않았고, 무엇보다 남편의 체력이 따라가지 못했다. 운동을 좋아하는 큰아들의 열정에 대해 들은 파스칼이 아들을 위해 손을 들어주었다. 알고 보니 그는 일주일에 200km씩 사이클링을 하는 운동인 이기도 했던 것이다.


누가 그랬다. 아들들은 누구나 한 번쯤은 프로 운동선수를 꿈꾼다고. 하지만 모두 다 그 길을 갈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원한다면 하고 싶어 하는 일을 할 수 있도록 적극 돕자라는게 우리 부부의 생각이지만 , 우리 역시 걸어가 본 길이 아니라 아들의 꿈 앞에서 처음 운전대 잡은 사람처럼 어설펐다. 그런 의미에서 전문 직업을 가지고도 자기가 좋아하는 운동을 꾸준히 하고 있는 파스칼 같은 어른들을 가까이 보는 것이 아들에게는 얼마나 유익한 경험이 되었을까. 청소년기 자녀들이 어른들의 다양한 삶의 방식을 보며 자신의 롤모델을 찾는 경험은 정말 중요하다. 이때가 세계관과 가치관이 형성되는 시기이기 때문이다.

파스칼과 큰이들/ photo by Jin

특별히 더 감사했던 건, 우리 부부에게는 여전히 낯설고 새로운 것 투성이인 이국땅에서, 누군가는 내 자녀를 위해 기도해 주고, 누군가는 기꺼이 재능과 시간을 나누며 함께 해 준다는 사실이었다.


'함께 키우는 아이들'이라는 어떤 책의 제목처럼, 내 손이 닿지 않는 곳에 누군가의 손이 내밀어진 느낌이 들어서 너무 힘이 되고 위로가 되었다.


그때 열네 살이었던 아들은 커서 어였한 전문인이 되었고, 일주일에 2- 3일은 좋아하는 다양한 운동을 하며 살아가고 있다. 파스칼이 보여준 멋진 삶의 영향력이라고 생각한다. 이런 따스한 사랑을 받은 아들도 이제 누군가에게 그걸 흘려보내게 될 것이다.

사랑은 그런 거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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