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안카드

둘째가 쓴 한글편지

by 진그림

조카가 한국에서 한 달간 방문했을 때의 일이다. 큰형이랑 서로 같이 자고 싶은 둘째와 조카는 겨우 한 살 차이다, 두 녀석이 티격거리다 한바탕 싸움이 일어나고 조카 찬이가 씩씩거리며 바닥에서 이불 깔고 자겠다고 한 모양이다.

그런 일이 있고, 손님으로 온 형한테 미안했는지 한글도 잘 쓸 줄 모르는 둘째가 카드를 썼다. ( 영어를 모르는 사촌형을 위해서 구글 번역기를 동원해서...)

정작 조카는 그 카드를 한참 동안 발견하지 못했고, 청소기를 돌리던 내가 발견했다. 읽다가 자리에 주저앉아 한참 웃었다. 너무 귀여운 미안카드여서 한참을 들여다봤다.

준이가 형에게 정말 미안했구나 하는 마음이 고스란히 느껴진다. 자신의 마음을 전달하고자 애쓴 흔적이 곳곳에 배어 있다.


찬이에게 보여줬더니 애도 우스워서 넘어갔다. " 뭐야 이거? 말도 하나도 안 맞고, 또 이 시옷(ㅅ)만 적은 건 뭐예요?... 으하하하!!!"

이런 준이의 마음이 고스란히 전해졌는지 카드 들고 찾아가서 이거 네가 쓴 거냐고 굳이 확인하고 둘이 키득키득 거린다.

그 후로도 아이들은 둘이서 셋이서 그렇게도 툭탁거렸다. 하루는 준이가 이렇게 말했다. 이젠 6일밖에 안 남았는데 형이랑 커뮤니케이션이 잘 안 돼 자꾸 싸움이 일어나는 거 같다며 도와달라고 했다. 그리고 기도해 주세요. 알았죠? 내가 잘할 수 있게.


드디어 싸움과 문제의 원인을 자기 안에서 찾기 시작한 아들의 모습이 정말 예뻤다. 그렇다 아이들은 싸우면서 큰다. 상대의 마음도 알고 자기의 마음도 들여다보게 되면서 함께 사는 법을 배우게 되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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