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보자기 도시락

오늘 문득 떠오릅니다

by 진그림

남편과 두 아이의 도시락을 준비하는 아침이면 주방이 금세 분주해진다. 계란과 고구마를 삶고, 아이들이 좋아하는 바질페스토 파스타를 만들고, 잘 익은 과일들을 썰어 곱게 담는다. 아주 가끔 정성껏 챙겨 보낸 도시락이 " 오늘 먹을 시간이 없었어요. 미안해요."라고 말하며 손도 대지 않은 채로 돌아오는 걸 볼 때면 마음이 서운해진다. 엄마의 도시락이 얼마나 고마운 줄도, 음식이 버려지는 게 얼마나 아까운지도 모르는 같이 느껴져서 말이다. (물론 그런 아이들은 아니지만)


그러다 문득, 엄마가 나에게 싸 주셨던 도시락이 떠올랐다. 도시로 전학 와 모든 것이 낯설던 그때, 엄마는 한동안 매일 점심시간에 맞춰 따끈한 도시락을 직접 학교로 가져다주셨다. 식지 말라고 수건으로 한 번, 보자기로 또 한 번 정성껏 싸서 가져오던 그 도시락.

엄마와 도시락/ 진그림

새 학교에서 쭈뼛거리던 내 마음이 얼마나 추웠을지, 엄마는 알고 계셨던 걸까. 밥이라도 따뜻하게 먹여서 차가운 마음을 데워주고 싶었던, 그 조용한 배려와 깊은 사랑을 그땐 미처 알지 못했다.


옆짝꿍이 꺼내놓은 코끼리표 보온도시락은 밥과 국이 따로 담겨 있고, 뚜껑을 여니 김이 모락모락 올라왔다.

그 옆에서 보자기에 싼 내 도시락을 펼쳐 밥을 먹는 것이 조금은 부끄럽다고 느꼈던 어린 날의 나. 지금 생각하면, 그 도시락이야말로 가장 따뜻하고 가장 아름다운, 자랑스러워해도 모자랄 우리 엄마의 사랑이었는데.


엄마가 되고 나서야 그 마음이 어떤 것이었는지를

비로소 이해하게 되었다. 그래서 이제는 엄마와 나를 위해 맛난 도시락을 만들어 예쁜 보자기에 싸서 소풍을 가고 싶은데, 오랜 투병으로 제대로 된 음식을 드실 수 없게 된 엄마를 보면 그 사랑을 다 갚을 길이 없어

가슴이 너무 아프다.


엄마, 제가 천국에 가면 하나님께 엄마옆에 살고 싶다고 말할 거예요. 엄마가 좋아하는 꽃밭과 채소밭도 같이 돌보고, 그림도 같이 그리고, 맛있는 것도 만들어서 같이 먹을 거예요. 사랑을 되갚을 길이 있는 세계가 있다는 게 제겐 얼마나 다행인지 몰라요.


그때까지는 제 아이들에게도, 엄마가 제게 건네주던 그 뜨끈하고 다정한 도시락처럼 정성스럽고 맛난 도시락을 부지런히 싸주려고요. 그렇게 사랑은 위에서 아래로, 다시 흘러가며 우리들의 삶을 따뜻하게 데워주는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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