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트에선 구하기가 힘들어요.
호주에 사시는 지인은 호박잎이 먹고 싶어서 호박을 키우신다고 했다.. 돈 주고 사려고 해도 구하기가 힘든이분들이 지금 내 텃밭엔 한가득이다.
깻잎과 달리 호박잎은 따서 바로 먹어야 한다. 금방 시들고 말라버리는 성질이라 아마 팔기도 힘든 재료 같다. 오늘은 저녁상에 호박잎과 깻잎을 쪄서 올려볼까.
신기하게도 여름 지나 가을로 접어드는데 조선 애호박은 계속 꽃이 피고 열매가 하나둘씩 달린다. 이름도 넘 맘에 든다. 누가 지었을까? 조선애호박이라니!
호주서는 쥬키니라고 부르는 이 품종이 두어가지 마트에서 파는데, 그 어떤 것도 이 조선애호박의 맛을 따라오지 못한다. 우샤인 볼트와 고등학생이 달리기 시합을 하면 벌어지는 격차만큼이나 조선애호박의 맛이 월등하다.
막내는 유독 이 호박으로 구운 것만 먹는다.
애호박 옆에선 늦게 심어 열매가 열릴까 조마조마했던 수세미가 하루가 다르게 잘 자라고 있다. 이제 한 뼘을 넘었다. 계속 크거라~ 팔뚝만 하게~ 볼 때마다 말해준다.
가지
키운 건 아닌데 냉장고에 있어서 이것도 오늘 반찬으로.
호주에선 보통 이런 뚱뚱보가지를 판다. 식감이 억세서 첨엔 잘 안 먹었는데, 요샌 이렇게 해서 만드니까 손이 가요 손이 가~ 인기 반찬이 되었다. 아주 간단한데 진짜 맛있다.
가지구이
-가지를 길고 얇게 잘라 소금 뿌려 살짝 둔 다음에
-기름 둘러 앞뒤로 구워주고
-맛술 진간장 올리고당을 넣어 약불에 살짝 조리듯 익힘, 양념이 잘 스며들고 나면 끝.
-후추를 마지막에 톡톡!
짜잔~
늘 이렇게 먹지는 않지만, 한 번씩 차리는 한식 밥상. 우와~ 가지 빼고는 다 키운 거다!!!! 보기만 해도 뿌듯하다. 키운 사람만 아는 이 기분.
호박잎과 깻잎에 강된장 얹었다.
캬아~~~~ 이 맛이지. 이 맛이야.
흙을 만지는 손은
행복을 키운다
-작자미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