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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곤한 뇌가 스마트폰을 찾는 이유

진정한 쉼을 찾아서

by 진그림

휴우, 끝. 퇴근이다.

집에 오면 곧바로 저녁을 먹고, 설거지까지 끝내고 나면

하아, 진짜 퇴근이네.

옷도 갈아입지 않고 부엌 바닥에 털썩 주저앉을 때가 있다. 일어날 힘도 없고 손하나 까딱하기 싫어지는 때다.


'잠시 숨좀 고르자~'라는 맘으로 자연스럽게 스마트폰을 집어 든다. 멍하니 화면을 스크롤하다 보면 어느새 시간이 훌쩍 지나 있고, 잠시나마 현실을 벗어난 기분이 든다. 하지만 그 끝에는 더 깊은 피로감과 공허함이 남는데 그 기분이 참 불쾌하다. 왠지 시간을 도둑맞은 기분이랄까.

날아가 버린 꿈/ 진그림

왜 그럴까?

피곤한 뇌는 즉각적인 위로를 원한다고 한다. 내가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는 게 감지되면 뇌는 보상 시스템을 활성화하고, 스마트폰은 이러한 즉각적인 자극을 계속하며 즐거움을 주고, 뇌는 점점 더 이를 갈망하게 된다. 하지만 이런 위로는 일시적이다. 오히려 깊은 쉼과 회복이 필요한 순간에, 더 많은 자극을 쏟아붓는 행위가 되어버린다. 쉼인 줄 착각한 거다. 뇌가 속은 거다.


피곤한 나, 어떻게 시간을 더 잘 보낼 수 있을까?


가장 좋은 방법은 내가 정말 원하는 것을 알아차리는 것이라고 한다. 스마트폰을 들기 전에 한번 물어보기,

"나는 지금 무엇이 필요한가?"

만약 정말로 휴식이 필요하다면 짧게 눈을 감고 깊은숨을 들여마셔보기, 따뜻한 차 한 잔을 마시거나, 좋아하는 음악을 들으며 창밖 풍경을 바라보기, 스트레칭하면서 긴장을 풀어보기...


또한, 진짜 충만한 시간을 보내기 위해서는 능동적인 활동을 시도하는 것이 좋은데, 책을 읽거나, 일기를 쓰거나, 손으로 무언가를 만들어 보는 것도 뇌에 더 깊은 만족감을 주는 행위라고 한다.


나는 이미 알고 있다. 어떤 활동이 나를 채우고, 어떤 순간이 내 마음을 깊이 적셔주는지를. 손끝으로 종이를 넘기며 글을 읽는 시간, 햇살 아래서 흙을 만지며 채소를 가꾸는 순간, 차 한 잔을 앞에 두고 조용히 사색하는 오후. 그런 시간들이 내 안에 잔잔한 충만함을 남긴다는 것을.


그런데도 나는 종종 스마트폰을 집어 든다. 별생각 없이 화면을 스크롤하고, 한 영상을 보고 나면 또 다른 영상이 이어진다. 그러다 문득 정신을 차리고 나면, 손에는 여전히 스마트폰이 들려 있고, 내 안에는 공허함만이 남아 있다. 이 시간을 더 깊이, 더 의미 있게 보낼 수 있었는데 그냥 흘러버린걸 깨달았을 때 오는 불쾌함은 피곤한 내 몸에 더 큰 무게로 내려앉고, 이미 지나가버린 시간을 되돌릴 수 없다는 아쉬움이 한숨처럼 새어 나온다.


도둑맞은 기분. 하지만 그 도둑은 남이 아니라 바로 나 자신이다. 나는 나의 하루를, 나의 순간을, 나의 가능성을 그렇게 흘려보냈다.


그러나 나는 다시 선택할 수 있다. 화면을 끄고, 나를 채워주는 것으로 돌아갈 수 있다. 손끝으로 느끼는 책장, 흙 속에서 움트는 생명, 사색의 시간 속에서 떠오르는 깨달음—이 모든 것이 여전히 나를 기다리고 있다.

시청자가 아닌 주인공/ 진그림
딸아,
스마트폰은 너를 위로해 줄 수 있을까?
아마도 잠깐은.
하지만 정말로 너를 회복시키는 것은,
빠른 자극이 아니라
천천히 스며드는 고요한 시간이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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