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usica Andina
안산에 월피 예술 도서관이라는 곳이 있다. 서울 예술 대학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월피동에 자리하고 있는 예술 특화 도서관이다. 이곳은 아마도 최근에 지어진 터라 그 시설이 예술이라는 말에 걸맞게 참 아름답게 지어진 도서관으로 프로그램 또한 좋다. 강연과 공연이 예술적이어서 도서관을 이용한다기보단 관람하러 간다는 말이 더 맞는 곳이다.
이곳에서 12월 9일(토)에 공연이 있었다. 이번 공연은 KAWSAY(가우사이)라는 안데스 음악 밴드의 공연이었다. 83년부터 시작된 아버지들의 음악을 이어 그 자손들이 일본과 한국을 주무대로 활동하고 있는 밴드다. 리드 보컬은 국내 문화 교실에서 심빠냐를 가르치고 있단다.
KAWSAY는 남미 인디오어인 케추아어로 '삶의 방식' 내지 '빛나는 인생'이라는 뜻이다. 에콰도르인들의 삶의 기본 정신이라 한다.
'엘 콘도르 파사(El Condor Pasa)'로 잘 알려진 안데스 음악은 스페인에 억눌린 씁쓸한 그들의 역사를 담고 있다. 잉카의 노래는 '악마의 음악'으로 취급당하며 악기가 불살라 지기까지 했다. 하지만 지금까지 그들의 악기는 여전히 살아남아 있고 전 세계에 오히려 매력적인 소리를 들려준다. 대표적으로 케나, 시쿠, 차랑고, 심뽀냐(안타라), 팔로 데 루비아(Rain Stick), 차차스, 클라베 등이 있다. 이번 공연에서는 아이들에게 이런 악기들을 직접 소개해 주는 문화 외교가 너무나도 인상적이었다. 또한 아이들에게 작은 팬플루트와 오카리나를 선물해 주었다. 프로그램은 그들의 전통음악과 국내음악과 세계적인 인기곡 라밤바등을 잘 섞어서 준비하여 관객들의 집중력을 잃지 않게 하려는 그들의 배려도 엿볼 수 있었다.
안데스 음악 하면 일단 신나면서 밝다. 하지만 그 밝음 안에는 그들의 역사가 가지고 있는 역설적 슬픔이 담겨있다. 우리의 아리랑도 잠깐 연주했던 그들이다. 우리의 한과는 다른 모습을 지녔다고 할 수 있다. 우리의 한은 슬픔 그대로 드러냈다고 하면 슬픔을 이겨내기 위해 밝고 빠른 박자들이 겹겹이 쌓여 있다. 물론 이들의 음악이 순수하게 지금까지 남아 있다고 하기에는 라틴 아메리카(스페인과 포르투갈)의 영향을 많이 받아서 변했다고 할 수 있다. 노래하는 내내 몸을 배배 꼬는 동작은 자연스레 그들의 삶에 배어 있는 듯했고 삼바나 살사 아니면 바차타와 같은 춤 동작은 그냥 그들의 삶이었다고 느껴지기까지 했다.
아쉬운 점이 있다. 우리에게 전통 악기들이 있고 이들 중에 4개 악기만 빼서 사물놀이를 만들었듯이 이들에게 전통악기가 있다. 앞서 이야기한 것들이지만 많은 변화가 있다. 동영상에서 알 수 있듯이 전자 악기들이 많이 편성되어 일렉 기타와 그들의 전통 타악기인 봄보와 보편적 타악기인 봉고가 섞여 있고 전자 반주음은 기본적으로 밑 바당에 깔려 있다. 시대의 변화에 따른 악기 편성일 것이다. 우리의 사물놀이처럼 오히려 시대에 변화에 따라가기보다는 자신들의 전통을 살린다면 '전자'악기는 오히려 빼고 연주했으면 좋았을 텐데 하는 생각을 가져보기도 했다. 아마도 공연의 화려함을 장식하려면 Loudness라는 면에서 악기의 울림이 커야 하므로 그럴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그러다 보니 아르마딜로로 만들어졌던 악기 '차랑고'는 볼 수 없었다.
잉카 제국의 쿠스코(CUSCO)의 모습과 마추픽추, 안데스 산맥을 가로지르는 Condor의 모습을 떠올리게 하는 그들의 음악은 어찌 보면 그 순수성 즉 전통이 변질되어 현대라는 흐름 속에 같이 묻어가고 있는 아쉬움 또한 느껴지는 공연이기는 하였다. 그래도 좋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