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 사람을 사랑하는 일

보시(布施)로 이어지는 사랑이야기

by 염진용

무진등(無盡燈)처럼 이어지는 사랑


채수아, 『사람을 사랑하는 일』 서평



이 책은 남편의 추천을 받아 구매하게 된 책으로, 『사람을 사랑하는 일』은 읽는 내내 그리고 덮은 뒤에도 오래 마음에 남아, 사랑과 삶의 태도에 대해 깊이 성찰하게 한 책이었다. 최근 불교와 관련된 책을 읽었었는데, 작가님이 부처의 가르침을 실천하는 분이 아닐까 생각해 보았다. 참고로 작가님도 저도 불교 신자가 아니지만 부처의 가르침과 연관하여 서평을 써보고자 한다.


채수아 작가는 가족과 제자, 이웃을 대할 때 언제나 따뜻한 시선을 잃지 않는다. 특히 삶이 고단한 사람, 경제적으로 어려움에 놓인 사람을 마주할 때, 그녀는 망설임 없이 마음과 물질을 내어준다. 그 보시는 어떤 보답이나 인정도 기대하지 않는 모습으로 그려지는데, 이는 불교에서 말하는 ‘무주상보시(無住相布施)’에 가깝다. 어려운 제자에게 선뜻 거금을 건넨 일, 길에서 유모차에 배추를 싣고 파는 할머니를 보고 현금지급기에서 돈을 찾아 배추를 사 드린 장면, 도움을 요청하지도 않은 먼 친척의 빚을 알게 되어 말없이 사업 자금을 내어준 이야기는 ‘주는 이’와 ‘받는 이’를 구분하지 않는 자비의 실천처럼 느껴졌다.


이러한 작가의 삶의 태도는 부처의 ‘자비(慈悲)’와 깊이 맞닿아 있다. 자비는 단순한 동정이 아니라, 타인의 고통을 자신의 일처럼 느끼고 그것을 덜어주려는 적극적인 실천이다. 작가는 사람들의 삶을 판단하거나 훈계하지 않는다. 대신 그 고통의 자리로 조용히 다가가 손을 내민다. 이 책에서 사랑은 감정이나 말이 아니라, 타인의 삶을 향해 몸을 움직이는 행위로 드러난다.


같은 초등교사-작가님의 전직이 초등교사-로서 작가가 제자를 대하는 마음은 특히 깊은 공감을 불러일으켰다. 교실 안에서의 역할을 넘어, 아이 한 명의 삶 전체를 걱정하는 태도는 교사라는 직업의 본질을 다시 생각하게 한다. 이는 ‘나’와 ‘타인’을 분리하지 않고 서로 연결된 존재로 바라보는 ‘연기(緣起)’의 관점과도 맞닿아 있다. 작가의 친정아버지가 교사로서 제자들에게 베풀었던 삶은, 시골 농사꾼으로서 이웃들에게 늘 마음과 물질을 나누던 나의 아버지를 떠올리게 했다. 배움의 많고 적음을 떠나, 사람을 향해 마음을 열고 살아온 어른들의 삶은 그 자체로 수행의 모습이었다.


작가의 부모 세대에서 이어져 온 이러한 삶의 태도는 작가 자신에게로, 다시 그가 만나는 사람들에게로 흘러간다. 이는 불교에서 말하는 ‘무진등(無盡燈)’을 떠올리게 한다. 하나의 등불이 다른 등불에 불을 옮겨도 처음의 빛이 줄어들지 않듯, 작가의 사랑과 보시는 주변 사람들에게 전해지며 또 다른 빛을 밝힌다. 이 책은 그 등불이 어떻게 사람과 사람 사이를 비추며 이어지는지를 보여주는 기록이다. 그러나 작가의 사랑은 언제나 평온하지만은 않다. 남에게 주는 일에서는 기쁨을 느끼지만, 정작 자기 자신을 돌보는 일에는 익숙하지 않아 아픔을 겪기도 한다. 타인이 자신으로 인해 불편함을 느낄까 봐 마음 쓰는 모습은 나 자신과도 닮아 있어 더욱 인상 깊었다. 이는 보시와 자비가 자칫 자기 소진으로 이어질 수 있음을 보여준다. 그런 점에서 시어머니와 분가한 이후, 서로가 오히려 평온함을 느끼고 사랑의 감정이 더 깊어졌다는 고백은 의미심장하다. 불교에서 말하는 ‘중도(中道)’처럼, 사랑 역시 지나침과 모자람 사이의 균형 위에서 건강해질 수 있음을 일깨워준다.


『사람을 사랑하는 일』은 관계에 지친 사람들, 사랑과 미움, 도덕적인 삶의 경계에서 갈등하는 사람들, 그리고 진정한 사람다움이 무엇인지 고민하는 이들에게 권하고 싶은 책이다. 이 책은 우리에게 더 많이 주라고 말하지 않는다. 다만, 지금 우리가 타인을 대하는 방식이 어떤 세상을 만들어 가고 있는지를 묻는다. 책을 덮고 나면, 사랑이란 거창한 이상이 아니라 오늘 내가 만난 사람에게 건넨 작은 마음 하나임을, 그리고 그 마음이 또 다른 삶을 밝히는 등불이 될 수 있음을 조용히 깨닫게 된다.




- 글쓴이 베프 박순옥

- 편집자 방장 염진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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