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데르센 동화 다시 쓰기, 미운 아기 오리,
<미운 막내 병아리 막동>
어느 시골 작은 마을에 젊은 암탉이 살고 있었습니다. 야트막한 산으로 둘러싸인 평화롭고 조용한 마을이었지요. 산들이 온통 울긋불긋 물들어 있는 걸 보니 가을인가 보았어요. 마침 선선한 바람도 불어오고 있었지요. 그런데 말이죠, 암탉은 조금 전부터 아랫배가 자꾸만 아파왔답니다. 맞아요, 알이 태어나려는 것이었지요. 초조해진 암탉은 자꾸만 헛간 안을 종종거렸답니다.
그렇게 조마조마하며 기다리던 게 언제였나 싶게 어느새 새벽이 되었고 젊은 암탉은 드디어 알을 낳게 되었습니다. 둥글고 하얀 것이 어찌나 이쁘던지, 암탉은 감격에 겨워 눈물이 날 뻔했답니다. 드디어 엄마 닭이 되었거든요. 그러나 아직 마냥 기뻐할 수만은 없었지요. 21일 동안 알을 품어야 하는 아주 중요한 일이 남아있었거든요. 이 일을 제대로 해내지 못하면 병아리는 건강하게 태어나지 못하거나, 심지어는 알속에서 죽어버리기도 한다는 걸 엄마닭도 어른들에게 들어 알고 있었습니다. 알을 품는 일은 알을 낳는 일만큼이나 중요한 일이었던 거지요. 엄마 닭은 알을 하나씩 조심조심 둥지 위에 모아서는 그 위에 자리를 잡고 알을 품기 시작했습니다. 저런! 엄마 닭이 졸고 있군요. 알을 낳느라 무척이나 피곤했던 모양이에요. 알이 무사히 태어날 걸 보고 나자 긴장이 풀어진 것이겠지요.
엄마 닭은 보았습니다. 금빛 깃털을 가진 한 무리의 새들이 찬바람을 가르며 하늘을 날고 있는 모습을요. 선두에 날고 있는 새가 힘찬 날갯짓을 하면 뒤따르는 새들도 그에 맞춰 힘차게 날갯짓을 했는데, 드넓은 하늘에서 유유자적 날고 있는 그들의 모습은 그저 보는 것만으로도 자유함이 가슴 가득 퍼져나가는 것만 같았습니다. 엄마 닭은 저도 모르게 양 날개를 활짝 펼쳐 바람을 맞아들였습니다. 엄마 닭의 몸이 바람을 올라타듯 살짝 떠오르는 것 같더니 그대로 바람을 타고 날아올랐습니다. 엄마 닭은 금빛 새들을 따라 함께 날았습니다. 엄마 닭은 온 세상을 다 얻은 것만 벅찬 감격에 휩싸여 어쩔 줄 몰랐습니다. 바로 그때였어요. 갑자기 옆쪽에서 거센 바람이 훅 불어왔던 거지요. 감격에 겨워있던 엄마 닭은 중심을 잃고 휘청하고 말았고, 그렇게 잠에서 깨고 말았답니다.
‘아, 꿈이었구나…’ 하늘을 날던 여운이 너무도 생생하여 꿈인지 생시인지 몽롱함에 빠져있던 엄마 닭이,
“어머나!” 하고 큰 소리를 질렀습니다. 알 하나가 둥지밖에 떨어져 있었던 거지요.
엄마 닭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둥지 밖으로 나왔습니다. 그리곤 재빠르게 알을 둥지 속으로 밀어 넣었습니다.
‘하늘을 나는 꿈을 꾸느라 몸부림을 심하게 쳤나 봐’ 엄마 닭은 이렇게 생각했습니다. 엄마 닭이 이제 막 잠에서 깬 것이 아니었더라도, 아니 하늘을 나는 꿈만 꾸지 않았더라도 아마 엄마 닭은 그 알이 다른 달걀보다 좀 더 크고 푸르스름한 색을 하고 있었다는 걸 눈치챘을 테지만, 경황이 없던 엄마 닭은 그만 그걸 알아채지 못했습니다.
엄마 닭은 지극정성으로 알을 품었습니다. 알을 품고 있는 동안은 먹이도 제대로 먹지 않고 물도 최소한으로만 먹고, 가능하면 둥지에서 떠나지 않은 채 꼬박 자리를 지켰습니다. 지난번 사건이 있던 터라 더욱 정성을 다해 살뜰히 알을 돌보았습니다. 그런 지극정성의 날이 스무밤쯤 지났을 때, 엄마 뱃속에 품겨 있던 알들이 신호를 보내오기 시작했답니다. 톡.. 톡.. 톡.. 병아리가 태어나려고 하는 것이었어요. 엄마 닭은 얼른 둥지에서 내려와 숨을 죽이고 알을 지켜보았습니다. 알 속에서는 병아리로 성장한 아기들이 알 밖으로 나오기 위해 알을 두드리고 또 두드렸습니다.
“삐약 삐약… 엄마, 엄마”
“삐약 삐약. 아, 배고파.”
“삐약 삐약. 누가 물 좀 주세요. ”
알에서 깨어난 병아리들은 저마다 삐약거리며 앞다투어 인사를 했어요. 다섯 마리 모두 건강하게 태어났답니다. 그런데 잠깐만요! 나머지 한 개의 알이 아직도 깨어나지 않고 있는 게 아니겠어요. 잠시 기다리던 엄마 닭은 불안함을 느끼고는 먼저 태어난 아기들을 뒤로 물린 채 다시 마지막 알을 품기 시작했습니다. 그렇게 꼬박 하루하고 반나절이 지나고 나자, 마지막 알에서도 무사히 병아리가 태어났습니다.
“과악 과악. 엄마가 제 엄마군요!” 막내 병아리가 알을 깨고 태어나자마자 엄마 닭은 너무 기뻐서 그만 눈물까지 그렁그렁해지고 말았습니다. 아기가 태어나지 않는 건 아닌가 내내 걱정을 했기 때문이었지요. 그래서 아기가 삐약삐약 하는 소리를 내지 못했지만 그런 건 개의치 않았답니다. 엄마 닭은 과악과악 소리를 들으며 ‘저런, 많이 힘들었던 모양이로구나. 며칠 지나면 맑은 목소리가 돌아올 거야.’ 하며 대수롭지 않게 여겼습니다. 그리고는 마지막으로 태어난 병아리에게 막동이라는 이름을 붙여주고 특별히 귀여워하며 키웠습니다. 헛간 밖에선 가을이 깊어갔고, 아기 병아리들은 헛간 안에서 쑥쑥 자라나고 있었습니다.
아기 병아리들이 태어나 한 달이 되었을 때 엄마 닭은 아기들을 불러모았습니다. 아기 병아리들은 그새 무럭무럭 자라나, 아무도 병아리 때의 모습을 하고 있지 않았습니다. 아기들의 몸은 어느새 빛나는 흰색, 갈색, 검은색 깃털이 자라났고, 머리에는 붉은 볏이 달리고, 부리와 발톱은 날카롭게 자라나 있었습니다. 몸집은 작았지만 겉모습은 누가 보아도 닭이었지요.
“이제 너희들도 바깥나들이를 할 때가 되었단다.” 엄마 닭은 병아리들을 데리고 밖으로 나와 마을의 닭들에게 인사를 시켰습니다.
“벌써 이렇게들 자랐구나. 반갑다 얘들아.”
“또랑또랑하게도 생겼구나.” 마을의 어른 닭들은 어린 병아리들을 반갑게 맞아주었습니다. 그런데 마을에서 가장 멋진 갈색 깃털 꼬리를 가진 수탉이 머리를 갸우뚱거리며 말했습니다.
“저기 저 끝에 있는 새도 당신의 아이인가요?”
모두의 시선이 일제히 막동에게로 쏟아졌습니다. 그리곤 곧 다들 저마다 한 마디씩 소리를 지르며 호들갑을 떨기 시작했지요. 거기엔 붉은 볏이 없는 새 한 마리 있었거든요.
“꽈악꽈악, 안녕하세요. 저는 막동이에요.” 막내 병아리는 수줍게 인사했습니다. 그러나 막동의 목소리를 들은 닭들은 조금 전보다 더욱 호들갑을 떨며 난리법석을 부리기 시작했습니다. 어떤 닭은 날개를 푸드덕 거리며 마당 안을 마구 돌아다니거나 땅을 파헤치기까지 했습니다.
“이 아이도 당신의 아이라고요? 머리에 빨간 볏이 없는데도요?”
“저 목소리를 좀 보세요. 고구마라도 삼킨 건가요? 우리들의 낭랑한 목소리와는 너무 다르잖아요”
“엉덩이는 왜 저렇게 툭 튀어나왔을까? 정말 꼴불견이야.”
“저 짧은 다리를 좀 보세요. 뒤뚱거리며 걷고 있잖아요.”
마을의 수다쟁이 목소리 큰 닭들이 서로에게 질세라 앞다투어 막내 병아리의 험담을 늘어놓기 시작했습니다. 수다쟁이들의 험담을 듣고 있던 자존심이 센 암탉이 나와,
“이웃 마을에서 이 사실을 알아보세요. 저 아인 우리 마을 닭들의 수치가 될 거예요.”라고 했고, 그 말을 들은 암탉 추종 수탉들이 저 새를 쫓아내야 한다며 소리 높여 외치기 시작했습니다. 아기 병아리들의 첫인사 자리는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되고 말았습니다. 이 마을에서 살고 있는 닭들은 단순하고 선량했지만, 닭에 대한 자존심만큼은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았습니다. 왜냐하면, 이 마을에서 인간들에게 달걀을 낳아주는 것도, 인간들에게 새벽을 알려주는 것도 모두 닭들의 일이었으니까요.
이 마을에서 가장 중요한 동물은 바로 우리 닭이라고 할 수 있지. 우리가 없으면 어떻게 인간들이 아침에 일어나고, 저들이 계란을 먹어볼 수 있겠어!
닭이야말로 이 세상에서 가장 훌륭한 동물이라고 생각하고 있는 이들은, 머리에 볏조차도 달리지 않은 못생긴 닭을 자신들의 일원으로 인정할 수 없었던 것이지요. 엄마 닭은 무리에게 막동이를 받아달라고 매달려 보았지만 자존심 강한 완강히 거부했고, 막동은 그대로 마을에서 쫓겨나게 되고 말았습니다.
막동은 마을 근처 숲 속에 지낼 곳을 마련하고는, 멀리 보이는 마을의 닭들의 모습을 배워보기로 했습니다. 먼 산에서 해가 돋아오는 새벽이 되면 온 마을에 아침을 부르는 수탉의 울음소리가 울려 퍼졌습니다. 막동은 그 울음소리를 흉내 내며 울음소리를 연습했습니다. 그들의 걸음걸이도 흉내 내어보았습니다. 높은 언덕에 올라 마을을 내려다볼 때면 마을을 활보하는 수탉들의 모습이 보였습니다. 긴 꼬리와 빛나는 깃털들, 늘씬한 다리로 저벅저벅 걷는 걸음걸이, 무엇보다 그들의 머리에 달려있는 불타는 붉은 볏까지. 멀리서 바라다보이는 닭들의 모습은 너무나 멋지고 훌륭한 것이었습니다. 막동은 그들을 볼 때마다, ‘저렇게 멋진 모습을 하고 있으니 나를 인정하기 어려울만해.’ 하며 풀이 죽곤 했습니다. 그리곤 더욱더 열심히 울음소리를 연습하는 것이었습니다. 연습을 하면 할수록 목은 점점 더 쉬어갔고, 꽉꽉 거리는 소리만이 날 뿐이었지만, 아무리 절망스러워도 희망을 버릴 수는 없었습니다.
‘멋진 꼭기오를 할 수만 있다면 어쩜 날 다시 받아줄지도 몰라……’
그러나 막동의 모습은 조금도 나아지지 않았고 날은 점점 추워져만 가고 있었습니다.
“이게 마지막 풀이야.”
막동은 온 숲을 뒤지고 다니며 먹을 것을 찾아다녀보았지만, 차가운 바람만 불어대는 통에 새싹들은 고개를 내밀려하지 않았고, 나무 열매도 다 떨어지고 없었습니다. 멋진 닭이 되는 일도 중요했지만 일단은 살아남는 것이 먼저였습니다. 먹을 것이 다 떨어진 마당에 더는 이곳에서 혼자 버틸 수는 없었습니다. 어떻게든 이곳에서 수련을 해서 내년 봄에는 마을로 돌아가려 했던 막동의 꿈은 그러나 차가운 바람 앞에서 힘없이 꺾이고 말았습니다. 당장 먹을 것이 없으니 어쩔 수가 없었습니다. 막동은 정들었던 숲을 돌아보며 이별을 고했습니다.
그런데 그때 저쪽 어딘가에서 어디선가 희미한 신음소리가 들려오는 것이 아니겠어요?
‘이게 무슨 소리지?’ 막동은 소리가 나는 곳을 찾아 숲을 뒤졌습니다. 이 숲이라면 이제 어디에 무슨 나무가 있는지 눈을 감고도 맞출 수 있을 정도였지요. 이건 대장 참나무에서 들려오는 것 같은데! 막동은 서둘러 그쪽으로 달려갔습니다. 참나무 둥치 아래에는 청설모 한 마리가 쓰러져 있었습니다.
“무슨 일이에요? 다친 건가요?” 막동이 말을 걸자, 청설모가 안도의 얼굴을 하고는 말을 시작했습니다.
“아, 이제 살았다. 난 옆 마을에서 살고 있는 청설이라고 해. 우리 마을엔 올해 유독 나무 열매가 적었어. 그래서 이곳 숲은 어떤가 보러 왔다가 어젯밤 까마귀에게 공격을 당하고 말았어. 다행히 도망은 쳤지만, 다리를 다쳐서 더는 걸을 수가 없게 됐어.”
청설모의 딱한 사정을 들은 막동은 청설모를 옆 마을의 산에 데려다 주기로 했습니다. 막동은 청설모를 등에 태우고 걷기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얼마 안 가 청설모가 등에서 미끄러 떨어지고 말았어요. 막동이 뒤뚱거리며 걸었기 때문이었지요.
“널 등에 태우고 걷는 건 어렵겠어. 널 어떻게 옮겨주면 좋겠니?” 막동이 말했어요.
곰곰이 생각하던 청설모는 “네 부리로 날 물어서 옮기면 어떨까? 넌 다른 새들하고는 달리 부리가 뭉툭하잖아? 아마 아프지 않을 거야”
막동은 청설의 말대로 하기로 했습니다. 막동은 처음으로 뿌듯함을 느꼈습니다. 자신의 부리가 뭉툭해서 다행이라는 생각을 처음으로 했거든요. 지금까지 막동에게 막동의 뭉툭한 부리는 못생겨서 부끄러운 것이었을 뿐이었습니다. 막동은 언제나 형제들의 날렵한 부리가 부러웠습니다. ‘나도 저렇게 생겼으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을 얼마나 많이 했는지, 뭉툭한 부리를 원망했던 적은 또 얼마나 많았던지요. 청설을 입에 물고 걷는 막동의 가슴이 뜨뜻해져 왔습니다. 배는 고팠지만 행복했습니다.
얼마를 걸었을까요? 아직 청설이 사는 숲에 도착하지 못했는데 해가 지고 말았습니다. 해가 지자 사방은 금세 어둑해지더니 이내 깜깜해지고 말았습니다. 어딘가 쉴 곳을 찾아야겠다고 생각하고 있는데 저 멀리 한쪽에서 무언가 반짝이는 것이 보이는 게 아니겠어요? 반가운 마음에 그쪽으로 다가가려 하자, 반짝이는 그것도 이쪽으로 다가오고 있는 게 보였습니다. 막동과 청설은 두근거리기 시작했습니다. 두려움인지 기쁨인지 모를 두근거림이었습니다. 반짝이는 빛은 점점 더 빠른 속도로 이쪽으로 다가오고 있었는데, 빛이 다가올수록 가느다란 으르렁 거림도 같이 들려왔습니다. 반짝이던 것은 다름 아닌 굶주린 곰의 눈이었던 거지요. 막동의 심장은 터질 것만 같았습니다. 본능적으로 위험하다는 걸 알아차렸거든요. 막동은 재빨리 청설을 입에 물고 죽을힘을 다해 달리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나 사방은 깜깜했고, 막동의 걸음은 뒤뚱뒤뚱하는지라 아무리 빨리 뛰어도 제대로 멀리 달아날 수가 없었습니다. 막동의 심장박동은 더욱더 빨라졌습니다. 이젠 두근거리는 심장 때문에 발도 헛도는 것 같았습니다. 반짝이는 두 눈과의 거리는 점점 더 좁혀지고 막동의 가슴은 타들어 가는 것만 같았습니다. 도저히 견딜 수 없게 된 막동은 저도 모르게 양 팔을 파드득거리며 달리기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그때, 신기한 일이 벌어졌습니다. 막동이의 몸이 땅에서 떠올랐던 것이었지요. 막동은 안간힘을 다해 더욱더 힘껏 날개를 퍼드득 거렸습니다, 그러자 막동이의 몸은 더욱더 높이 떠오르는 게 아니겠어요!! 막동이가 높이 떠오르자 달을 가리고 있던 구름이 살짝 비켜주어 달빛이 비추이기 시작했습니다. 막동이는 키 큰 나무보다 더 높이 떠올라 있었습니다.
“야아! 너 날 줄 아는구나? 저기 저 산 보이지? 거기까지 날 수 있겠니?”
막동은 있는 힘을 다해 날개를 퍼덕여 눈앞에 보이는 산을 향해 날았습니다. 어슴푸레 새벽이 밝아오고 있었습니다.
청설은 몇 번이고 막동을 붙들며 함께 살자고 말했지만, 막동은 청설이의 집에서 며칠을 보낸 뒤 떠나기로 결심했습니다. 갑자기 알게 된 사실에 도무지 마음이 안정되지 않았기 때문이었어요. 지금까지 막동은 닭이 그렇게 높이 그리고 멀리 날 수 있다는 걸 한 번도 들어본 적이 없었으니까요. 엄마 닭도 아줌마 닭들도, 멋진 깃털을 가진 수탉들도 막동이가 날았던 것처럼 나는 걸 한 번도 본 적이 없었습니다.
‘어째서 나는 날 수 있는 거지?’
하늘을 난다는 건 상상조차 해본 적이 없었던 막동이었으므로, 자신이 날 수 있다는 사실이 기쁘기보다 보다 그저 놀랍고 약간은 두려운 마음마저 들었습니다.
‘하늘을 나는 닭을 찾아야겠어! 그래서 그들에게 물어봐야 할 것 같아.’ 그렇게 막동의 여행이 다시 시작되었습니다.
어느새 낙엽이 다 떨어지고 추운 겨울이 되었습니다. 하늘을 나는 닭을 찾아 길을 나선 지 어느덧 한 달이 지나고 있었지만, 아직도 하늘을 나는 닭을 만나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날은 점점 더 추워졌고 막동이도 지쳐서 여행은 잠시 그만두기로 했습니다. 왜냐하면 요즘은 강근처에서 노는 새들을 구경하는 데 정신이 팔려있었거든요. 막동은 며칠째 아침이면 어딘가에서 날아와 강에서 지내다 저녁이 되면 어디론가 날아가곤 하는 새들을 지켜보곤 했습니다.
그 새들은 물가에서 어린 새들은 엄마새를 따라 물장구를 치며 수영을 배웠고, 어른 새들은 잠수를 하여 먹을 것을 입에 물고 나타나기도 했습니다. 평화롭고 한가로운 그들의 모습은 막동에겐 눈부시고 부러운 모습이었습니다.
‘아, 나도 가족들과 함께 깔깔깔 웃으며 저렇게 지내고 싶구나.’
그들을 부러운 눈으로 바라보던 막동은 어느 날 저녁 새들이 떠나고 난 다음 물 가까이에 가보기로 했습니다. 그건 막동이로서는 굉장한 용기가 아닐 수 없었습니다. 왜냐하면 닭들에게 물은 금기 사항였거든요. 막동이 아기였을 때, 헛간 안의 물을 끼얹으며 물장난을 친 적이 있었는데, 그 모습을 본 엄마 닭은 “얘들아. 우리 닭들은 헤엄을 칠 줄 모른단다. 그러니 아무리 무더운 여름이 오더라도 절대로 강물 속에 들어가면 안 된다. 알겠니? 해마다 아기 병아리들이 물장난을 치다가 목숨을 잃는 사고가 늘 일어나고 있거든.” 하며 물의 위험성에 대해 몇 번이고 알려주곤 했었지요.
모두가 잠든 밤 강가는 바람 한 점 없이 고요했습니다. 막동은 달빛을 받아 반짝이는 수면을 경외하는 마음으로 바라보며, 낮에 보았던 새들의 장면을 떠올려 보았습니다. 그들은 물속에서 참으로 편안하고 자유로워 보였습니다. 누군가에겐 생명의 위협인 위험천만한 물에서 그렇게까지 자유로울 수 있는 새가 있다는 게 막동은 그저 신기하고 놀라울 따름이었습니다. 몇 날 며칠 그들을 지켜보았던 막동은 그들이 어떻게 자맥질을 하고 어떻게 물 위를 떠다니는지 외울 정도였지만, 역시 쉽사리 물에 들어갈 수는 없었습니다. 강물은 위엄을 띠며 반짝거리고 있었습니다.
다음 날은 새벽에 내린 비로 강물이 많이 불어나 있었습니다. 그러나 오늘도 어김없이 새들이 강을 찾아왔습니다. 그중 가족인 듯 보이는 한 무리에서는 어미새가 아기새에게 헤엄을 가르치고 있었는데, 막동은 근처 수풀더미 속에서 그 모습을 부러운 마음으로 구경하고 있었습니다. 저기서 헤엄을 배우면 나도 헤엄을 칠 수 있게 될까? 하는 생각을 하면서 말이지요. 그런데 그때였어요. 불어난 물에 물살이 빨라졌는지 아기새 한 마리가 무리에서 떨어져 떠내려가고 있었습니다. 아기새는 제자리로 돌아가려고 애를 쓰는 듯했지만 자꾸만 가족으로부터 멀어지고 있었고 급기야 물살이 센 곳까지 점점 떠밀려가고 있었습니다. 아기새는 곧 물살에 휩슬리고 말았습니다.
“앗!” 막동은 저도 모르게 소리를 지르고 말았습니다. 아기새가 물속으로 가라앉고 말았거든요. 아기새가 물속으로 가라앉았는데도 어미새는 아기들에게 헤엄치는 시범을 보이느라 떠내려간 아기새가 있다는 걸 모르고 있는 모양이었습니다.
막동의 심장은 다시 심장이 뜨겁게 뛰고 있었습니다. 발도 동동 구르고 있었습니다. 아기새가 물 위로 떠올랐지만 다시 다시 물속으로 가라앉아버리고 말았습니다.
‘아.. 어쩌면 좋지? 지금 달려가서 어미새에게 알려주어야 할까? 그런데 날 누구라고 말해야 하지? 내가 늘 지켜보고 있었다고 말하면 날 이상한 자라고 생각하지 않을까?’
짧은 시간이었지만 막동의 머릿속에 오만가지 생각들이 스쳐 지나갔습니다. 닭 아줌마들의 “저 아인 너무 못생겼어요.” 했던 말도, 닭 아저씨들의 “당장 쫓아냅시다.” 했던 말도 귓가에 웅웅거렸습니다. “저 아인 우리의 수치가 될 거예요” 하던 차갑고 서늘한 말이 떠오르자 막동의 가슴이 옥죄어 드는 듯했습니다. 막동은 머리를 세차게 흔들었습니다. “아니야, 아니야! 아니라고!”
그때, “막동아. 넌 누가 뭐래도 내 소중한 아기란다. 네가 깨어났을 때 엄마가 얼마나 기뻤느냐 하면 말이야…” 하던 엄마 닭의 따뜻하고 다정한 목소리가 들려왔습니다. 엄마 닭의 목소리가 떠올려진 순간, 막동이는 아기새를 향해 달렸습니다. 열심히 달려도 뒤뚱거리는 채였지만, 그런 건 아무래도 좋았습니다. 그저 물속으로 가라앉았다 떠올랐다를 반복하고 있는 아기새만을 보며 막동은 정신없이 내달았습니다. 그리곤 조금도 망설이지 않고 물속으로 뛰어들었습니다. 차가운 물이 온몸에 닿았지만 차갑기는커녕 놀랍기는커녕 상쾌한 느낌마저 들었습니다. 머릿속이 맑아지는 것 같았습니다. 막동은 아기새를 향해 외쳤습니다.
“조금만 기다려, 아기새야. 내가 지금 도와줄게.”
힘이 빠진 아기새는 물속으로 꼬르륵 잠겨 들고 있었습니다. 거센 물살이 아기새와 막동을 덮쳤습니다.
막동의 꽉꽉 거리는 소리는 주변에 있던 새들에게도 들렸습니다. 어미새와 주변에 있던 새들은 그 소리를 듣고 막동이 있는 곳으로 달려왔습니다. 그리고 아기새를 물고 물 위로 떠오르고 있는 막동을 보았습니다.
“앗! 내 아기!” 엄마새가 놀라서 소리쳤습니다.
“당신은 누구지요? 아기새를 구해준 건가요?” 옆에 있던 다른 새가 말했습니다.
“넌 우리와 많이 닮은 것 같은데…? 당신도 우리들처럼 오리인가요?”
막동은 어안이 벙벙했습니다. 죽을 것처럼 두려웠던 것과, 그럼에도 불구하고 엄마의 목소리를 기억해내는 순간 저도 모르게 물속으로 달려갔던 것, 뿐만 아니라 물속에서 헤엄을 치고 아기새를 구해낸 것. 그 모든 것들이 순식간에 일어난 것이었습니다. 갑자기 벌어진 이 모든 것들도 아직 정리가 안되고 있는데, 막동을 향해 당신도 오리냐고 묻고 있는 게 아니겠습니까?
따뜻한 남쪽 바람이 살랑살랑 불어오고 있습니다. 네, 봄이 찾아왔습니다. 겨울잠을 자던 숲 속의 동물들도 강가의 물고기도 모두들 잠에서 깨어 기재개를 켰습니다. 들판에는 연두색 풀들이 앞다투어 자라나기 시작했지요. 막동이 태어났던 마을의 닭들도 봄이 오는 걸 만끽하기 위해 마당으로 나와 햇살을 받으며 산책을 했습니다.
오리가족들은 북쪽 나라로 갈 채비를 시작했습니다. 제일 중요한 준비는 날아가는 순서를 정하는 것이었습니다. 지난겨울에 태어난 아기오리까지 모두 함께 먼먼 북쪽 나라로 날아가야 했으니까요.
드디어 오늘, 들판에 노란 민들레가 피어나던 날, 오리가족들이 북쪽 나라로 떠나는 날이 되었습니다. 막내 병아리 막동, 아니 이제 어엿한 청년 오리가 된 막동에게 작년에 태어나서 처음으로 긴 여행을 해야 하는 아기오리들을 챙기는 중책이 맡겨졌습니다. 물에 떠밀려 죽을 뻔한 아기 오리를 살린 막동의 용감한 행동을 오리 가족들은 매우 높게 평가했거든요.
북쪽에서 출발을 알리는 바람이 불어왔습니다. 대장 오리가 먼저 바람을 타고 사뿐히 날아올랐고, 그 뒤를 따라 남은 가족들이 하늘로 날아올랐습니다. 막동도 바람을 타고 사뿐히 날아올랐습니다. 오리 가족들은 북쪽을 향해 날개를 펄럭이며 날았습니다.
한편 봄 햇살을 받으며 마당을 거닐고 있던 엄마 닭은 문득 하늘을 올려다보고 싶어 졌답니다. 엄마 닭이 하늘을 올려다보았을 때, 그곳에서는 한 무리의 오리들이 북쪽 하늘을 향해 훨훨 날고 있었습니다. 찬란한 태양빛을 받아 금빛을 뿜어내며 힘차게 힘차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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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데르센 동화 다시 쓰기에 대한 공모전'에 참여하고 싶어 쓴 글입니다.
공모전에 대한 기사를 본 뒤, 한 달 동안 정말 온 힘을 다해 이 글을 지었습니다.
브런치 작가만이 글을 발행할 수 있다는 사실도 모른 채요(전 브런치 작가가 아니었어요)
공모전 마감일 하루 전, 간신히 글을 완성했는데.. 발행이 안되더라고요 ^^;;
공모전에 참여는 못했지만, 글을 완성한 경험은 그날 이후 제 일부가 되었습니다.
제게 이런 경험의 장을 열어 준 '브런치'에게 감사드립니다.